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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와 저스디스 앨범 속 유시민 목소리에 '깜짝'

[리뷰] 팔로알토와 저스디스의 프로젝트 앨범 < 4 the Youth >

18.04.05 15:33최종업데이트18.04.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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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와 저스디스의 첫 콜라보 정규 앨범 ⓒ 이현파


지난달 초,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수장 팔로알토(Paloalto), 그리고 한국 힙합팬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저스디스(Justhis)의 앨범 < 4 the Youth >가 발표되었다.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뜨자마자, 아무런 의심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번 앨범은 저스디스가 첫 번째 정규 앨범인 < 2 MANY HOMES 4 1 KID >를 발표할 시점부터 계획되었다. 컨셔스 랩(Conscious Rap)이라는 말로 무작정 묶어버리기는 어렵겠으나, 두 사람 모두 깊이 있는 가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앨범 발표에 앞서, 이미 'Cooler Than The Cool', 'Brown Eyes View' 등의 선공개곡들이 리스너들을 흥분시킨 바 있다. 특히 허클베리피의 공연 < 분신 >에서 'Cooler Than The Cool'이 울려 퍼졌을 때, 팬들은 모든 가사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 4 the Youth >는 총 스물두 곡이 수록된 '스케일 큰 앨범'이다. 트랙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비트로 이뤄졌다. 묵직한 붐뱁은 물론 트랩, 래칫 등 힙합의 여러 갈래들을 오간다. 크러쉬가 힘을 보탠 'The Key'에서는 그루비한 댄스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G2가 피처링한 'Wayne'은 영국의 스톰지(Stomzy), 스켑타(Skepta) 등으로 대표되는 그라임(Grime) 스타일을 반영했다.

이번 앨범을 굳이 장르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저 '랩의 연속'이며 '이야기의 연속'이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두 랩퍼는 어떤 스타일의 비트 위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랩한다. 베테랑 팔로알토의 묵직함, 그리고 엇박을 타는 저스디스의 파열음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갖췄다.

그러나 이 두사람의 랩은 서로 다르기에 더욱 멋지게 어우러지고 있다. 화려한 기술과 펀치라인으로 점철된 'Zombies', 공격적으로 헤이터(Hater)를 조롱하는 'Fuck Out Of My Face' 등이 인상적이었다. 삶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하는 'My Life So Bright', 그리고 떳떳한 성취의 역사를 과시하는 'Next One'은 듣는 이마저 벅차게 한다.

만남 뒤엔 헤어짐, 각자 다른 길을 가도 아무런 문제 없지, 이건 사랑이야, 사랑
가십거리들은 우릴 싸움 붙여, my life So bright, 지금보다 더 우리 미래는 밝아

이건 사랑이야, 사랑
– 팔로알토 ('My Life So Bright' 중)

G2, 허클베리피, Yun B는 물론 크러쉬, 씨피카 챈슬러까지

이번 앨범은 화려한 피처링 진을 자랑한다. 팔로알토의 레이블 동료인 G2, 허클베리피, Yun B는 물론 크러쉬, 씨피카, 챈슬러 등 젊고 트렌디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가득하다. 그런데 'Seoul Romance'에 이르게 되면 의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한때 '대권주자'(!)였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시민의 목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팔로알토와 저스디스는 유시민 작가의 허락을 받고 그의 목소리를 곡의 도입부에 삽입했다. 유시민 작가는 '힙합도 모르고 이 노래를 하는 가수분들도 모르지만 예술 하시는 분들이 제 목소리가 필요해서 쓰신다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Seoul Romance'에 삽입된 음성에서 유시민 작가는 "의미를 찾아야지. 그런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야 돼요"라고 말한다. 그의 음성은 뒤에 이어지는 두 랩퍼의 목소리와 묘한 접점을 가진다. 세상이 물질적 가치를 숭배하도록 억누르고 있으나, '나만의 것을 놓지 않겠다'는 이들의 외침은 진정성있게 들린다. 무게감있는 메시지를 재치있는 표현과 함께 비트 위에 올렸다.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이 낭만을 지운 우리 어버이의
기억 위로 지어진 피라미드

/ But there is no mystery 그저 위부터 1층에
있으면 행복하다를 가르치는 건 7급 선생님
저스디스('Seoul Romance' 중)

팔로알토는 < 4 the Youth >를 '청춘들을 위한, 슬프지만 희망을 찾고자 하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워낙 많은 트랙이 실린 앨범인만큼, 앨범의 유기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앨범 속 가사들을 천천히 곱씹다 보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두 랩퍼는 세상과 '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멈추지 않았고, 동시대성을 획득했다. < 4 The Youth >는 올 상반기,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한국 힙합의 성취물이다!

저스디스 팔로알토 힙합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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