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원형 전망대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 낯선 현지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거든요."
홍윤호
- '지금 거기에 가면'(http://omn.kr/r45p)과 '나의 역사 문화유산 답사'(http://omn.kr/r45q) 등의 연재를 통해 전국 팔도 여행지와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여행을 어떻게 다니나요?"매년 1월에 1년 여행 계획을 대충 세워요. 어느 때 어디는 반드시 가야 한다고 달력에 표시합니다. 그리고 매달 하순에 다음 달 여행 계획을 세워 놓지요. 이때는 구체적으로 몇 월 며칠에 어디를 간다라고 계획해 놓습니다. 여행은 타이밍이에요. 그 순간을 놓치면 1~2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기에는 볼 수 없는 곳들을 우선으로 선정해서 갑니다. 예를 들어 '5월 초에는 계절에 맞춰 지리산 바래봉·남원 봉화산 철쭉을 보러 가자'는 식으로 계획해둡니다."
- 여행을 가기 전에는 '다녀와서 글을 써보자'고 생각하는데, 막상 돌아와서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여행기를 잘 쓰는 법이 따로 있을까요?"흔히 '그냥 공부 좀 해 보자' 하는 거 하고, 특정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과는 몰입도나 공부의 양이 다르지 않습니까.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하게 거기가 좋다니까 여행 가는 것과 여행 가서 뭘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목표를 갖고 가는 건 다릅니다.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여행 다닐 때 헤매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글을 쓰는 것을 전제로 여행을 가야 합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글을 써 보자'가 아니라 반대로 '어딘가에 대한 글을 써야 하니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에 대해 여행 글을 써야 하면 '반드시 어디를 가야 하며,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정도는 정해 놓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동선에 일관성이 있고, 다녀와서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여행과 글 쓰는 사람이 가는 여행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 글을 쓰는 사람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 낯선 현지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거든요. 여행기를 쓰는 데는 현지인들과의 접촉, 대화, 소통이 나만의 글쓰기에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이들과 이야기하는 내용 자체가 여행기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생생한 현지의 정보도 얻어들을 수 있고, 외지인이 잘 모르는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신문 기자의 취재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요.
여행기를 쓰고자 한다면 여행 가서 혼자 조용히 즐기다 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이든 여행객이든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면 최소한 그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귀를 기울이기라도 해야 합니다. 운이 좋으면 우연히 먼저 말을 거는 현지인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여행 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훌륭한 '나만의 자료'가 됩니다. 만남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 요즘 여행 관련 책이나 글, 기사가 이곳저곳에 넘쳐납니다. 어떻게 해야 남들과 다른 여행기를 쓸 수 있을까요?"가능하면 일반 여행자들이 간과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들을 짚어줘야 합니다. 때로는 다른 여행지와 비교해서 그곳만의 특징을 부각하거나 의도적으로 한두 가지 특징을 전면에 내세워서 강한 인상을 줄 필요도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다른 글에서 많이 본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건 글의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가장 안 좋은 게 여행지 안내판을 베끼는 경우입니다. 여행지에 대한 비유와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하게 떠도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아요.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 '한국의 산토리니, 아산 지중해마을' 이런 것들 말입니다. 잘못된 표현도 있지만 여행지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고 배포하는 표현들도 많아요. 그러니 굳이 이런 표현을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요.
또한 충실한 여행 정보를 담으려고 합니다. 여행기는 나의 여행담을 글로 옮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 여행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여행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공적·사회적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여행 정보를 담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거기 어떻게 가야 해?' 혹은 '거기 언제 가는 게 좋아?' '거기 가면 뭐 먹어야 해? 맛있는 거 없어?'라는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시간에 도착해야

▲수뭇개바위 일출 "일단 사진 촬영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날씨가 맑은 날에 여행은 다닙니다. 특히 풍경 사진의 경우 해 뜰 때, 해 뜨고 나서 1~2시간 후에 가장 멋지게 찍힙니다."
홍윤호
-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담아야 할까요?"여행작가들이 필수적으로 안내하는 여행 정보는 연락처나 관련 홈페이지, 교통편, 맛집, 숙박, 이 네 가지입니다. 그 외에 덧붙여서 주차나 입장료, 유용한 현지 정보 등을 더 안내해주면 좋습니다. 여행 현장에서 이런 부분들을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두면 나중에 글을 쓸 때 도움이 됩니다. 저는 여행지 인근의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편 안내, 주변 군이나 시의 시외버스터미널 시간표 등을 일단 사진으로 찍어서 자료로 갖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관련 기관이나 터미널에 전화도 합니다.
요즘 여행지 주차장 사진도 찍는데요, 몇 대를 주차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작업입니다. 이런 정보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때로는 여행을 가려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기도 줍니다. 여행 정보는 글 맨 뒤에 모아서 안내하거나 글 중간마다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사진입니다.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여행지 사진이 가장 시각적 효과가 크고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지요. 사실 일반인들에게 여행을 가고 싶어 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도 사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진을 잘 찍어야 합니다."
- 여행 사진을 잘 찍는 법이 있을까요?"언제 어느 시간에 어디로 가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사진 촬영 타이밍'과 '핫 스폿'에 대한 판단이지요. 저도 여행 갈 때는 이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일단 사진 촬영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날씨가 맑은 날에 여행을 다닙니다. 특히 풍경 사진의 경우 해 뜰 때, 해 뜨고 나서 1~2시간 후에 가장 멋지게 찍힙니다. 한낮에는 오히려 사진이 잘 안 나와요. 차라리 해 질 녘 실루엣이 비쳐서 사람이나 자연물에 양감이 생길 때가 더 좋지요. 상대적으로 더 입체적으로 찍힙니다.
그래서 보통 새벽 5~6시경에 현장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짭니다. 그러니 거리가 멀면 새벽 1~2시경에 출발하는 경우도 있지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출발해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든, 현장에 도착해서 의자를 젖혀 놓고 여유 있게 한숨을 자든 합니다. 어떻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 여행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요즘에는 여행 정보만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나 감상을 일기처럼 쓰면서 여행 작가라는 호칭을 쓰기도 합니다. 여행지 안내 글들이나 자료를 적절히 짜깁기해서 천편일률적으로 서술하는 글, 내용이나 글의 구성·구조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글도 많이 봤습니다.
진정한 여행작가가 되려면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고 남들과 다른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고 만난 것들과 사람들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과 감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여행 글을 쓰고 책을 내 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여행작가는 아니라는 겁니다. 자동차로 몇백만km를 달리고, 안 가본 데 없이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사진을 몇백만 장 찍었다고 여행작가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건 그저 기본입니다."
여행작가는 여행전문가가 아니다

▲태백산 정상의 전망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며 글 쓰고 돈 버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알고 보면 여행작가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총합입니다."
홍윤호
-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시선과 감성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요?"관심입니다. 자연과 풍경,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사람,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으로 많은 것들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역사, 문화, 문학, 음악, 미술, 자연 생태, 생물, 지리, 지질, 건축, 음식, 농업, 어업, 축산업... 그리고 사람. 너무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가면 갈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더 가야 할 곳들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여행작가'는 '여행전문가'가 아닙니다. 쉴 틈 없이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보다 한 군데를 가더라도 나만의 시선과 감성으로 세세하게 보아야 합니다. 전문가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이를 안내하면 되지만, 작가에게는 그 바탕 위에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사람과 사물을 보는 통찰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며 글 쓰고 돈 버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알고 보면 여행작가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총합입니다. 돌아다니기만 해서도 안 되고, 책상 앞에 앉아 있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여행작가이자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교육자로서의 경험, 역사 전공자로서의 지식과 경험, 여행작가로서의 경험을 통합하여 '대한민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1인'이 되는 것이 제 인생 목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것, 그러나 제가 처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천천히, 그러나 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저를 붙들고 있는 힘이자 글을 계속 쓰는 비결입니다."
[홍윤호 시민기자 대표 기사]강릉에만 있는 이 커피, 해 지면 못 먹어요 (
http://omn.kr/pbjr)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 알면 그런 소리 못할걸 (
http://omn.kr/qngv)
독립 위해 모든 기득권 버린 '10대 부자' 집안 (
http://omn.kr/q1zb)
친오빠를 죽인 원수가 남편... 근친혼이 불러온 비극 (
http://omn.kr/r1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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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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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해요, 여행기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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