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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의 장거리 연애,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싶다면

[리뷰]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뜨거운 순간이 지나가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18.05.07 19:28최종업데이트18.05.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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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의자를 만든다. 사랑을 표현할수록 그 사랑은 커지고 관계는 특별해진다.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때 그 사랑의 밀도가 균형을 이루는 일은 드물다. '나'로 온전히 가득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도 마찬가지로 '그 혹은 그녀'로 가득한 나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에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미국 LA 모 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제이콥(안톤 옐친)에게 호감을 느낀 애나(펠리시티 존스)는 편지로 자신의 호감을 표시하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첫 데이트를 한다. 특별한 대화 없이도 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고, 시간이 갈수록 둘의 관계도 깊어진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사랑은 더 커지고 서로는 '유일한 당신'이 된다.

가장 뜨거울 시기에 생이별한 젊은 연인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대부분의 사랑 영화가 그러하듯 두 사람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찾아온다. 학업이 끝난 영국인 애나의 학생 비자가 곧 만료돼 애나가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애나는 여름 동안 영국에 돌아가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서로가 없는 몇 달을 상상할 수 없는 젊은 연인들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은 몇 달의 이별이 아닌 더 큰 희생을 이들에게 요구한다.

가장 뜨거울 시기에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된 애나와 제이콥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서 때로는 서로를 향한 그리움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서로에게 느꼈던 '그 미칠 듯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낄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지만 미국과 영국의 물리적인 거리는 두 사람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장거리 연애는 현실적인 장애물이면서 서로를 더욱 간절하게 원하는 촉매제가 된다. 장거리 연애라는 장애물은 그 부피가 너무 커서 이 사랑스러운 커플마저 헤어지게 만든다. 애나와 제이콥 커플의 사랑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하는 과정을 겪지 못한 채 그리움으로 빠르게 연소돼 버린다.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았을 때, 뜨거웠던 추억과 대비되는 현재의 온도는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평범한 커플이 순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이별의 시간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애나와 제이콥이 서로의 눈을 보고 웃는 순간은 우리들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술에 취해 그리움으로 전화를 하는 모습은 가슴 한구석 숨어 있다가 예고 없이 튀어 올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일상을 나눌 수 없는 관계의 슬픔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의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장거리 연애에는 '일상'이라는 것이 없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남은 여행이고 일탈이며, 일상으로의 복귀는 후유증으로 괴롭다. 연인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술을 마셔도 나는 이방인일 뿐이고 그들의 대화는 소설의 줄거리보다 멀게 느껴질 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일상을 나눌 수 없는 관계는 지속되기가 힘들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묻어두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시, 그 혹은 그녀여야만 해'가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인들도 상처를 받는다. 하나의 거대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그것만 해결되면 아무 문제없다고 젊은 연인은 생각한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생기고 해결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미칠 듯이 사랑했던 시간이 지나고 뜨거웠던 순간은 추억이 되었을 때, 현재는 씁쓸해진다.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는 2011년 제작돼 제2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탄탄한 대본은 두 연인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펠리시티 존스와 안톤 옐친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여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국에서는 제작 7년 뒤에야 개봉하지만 2018년에 보아도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다. 미친 듯이 누군가를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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