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창비) 꽃을 지키는 무당벌레
최혜정
절박해진 무당벌레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수단을 사용합니다. 이 선택은 무당벌레를 더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가지고 오지요. 곰에게 '구해주지 않을' 더 큰 구실을 만들어 준 셈이 되었으니까요. 거미가 금방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무당벌레는 다시 절망의 거미줄에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힘없는 을들이 저지르게 되는 '흔한 실수'를 무당벌레가 저지른 듯 합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됩니다. 곰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무당벌레를 만납니다. 무당벌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애원을 합니다.
"저 좀 살려 주시면 안 될까요?""아까도 말했잖아. 너를 놔주면 거미가 굶을 거야. 거미는 좋은 동물이야."이번엔 곰이 무리수를 두었네요. 좋은 동물이라니요. '좋다', '나쁘다'의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순전히 그 기준은 말하는 그에게서 나오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곰은 말합니다. 자기는 모기를 아주 싫어하고 거미가 모기를 처리해주니 좋은 동물이라고요.
무당벌레는 곰에게 묻지요. 거미만 좋은 동물일까 하고요. 그리고 곰이 꽃을 좋아하는지 묻습니다. 곰은 꽃을 싫어하는 동물은 없다고 말합니다. 무당벌레는 드디어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그럼 저도 좋은 동물이에요. 거미님은 못된 모기를 잡지만 저는 꽃을 못살게 구는 진딧물을 잡아먹어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요. "만약 저를 살려 주신다면 다음 해에 수많은 꽃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곰은 정말 곰답게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얼마 후 숲의 적막을 깬 것은 망가진 거미줄에서 거미가 씩씩대는 소리였지요.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을 때 곰은 꽃들이 만발한 들판 가운데서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창비) 꽃밭에서 데이트하는 곰
최혜정
이야기가 참 절묘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애원하고 거짓말도 하지만 결국 상대의 허점을 기막히게 간파하여 살아남는 무당벌레의 기지에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낍니다. 거미와 무당벌레 사이를 묵직하게 오가며 온갖 거창한 이유를 들이대지만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이점을 가늠해보는 곰의 모습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기 마련인 인간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벌레는 곰 덕분에 살아남지요. 갑의 손짓 하나에 생사가 달린 을의 미약한 삶이지만 갑은 할 수 없는 세상의 소중한 일을 무기 삼아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들 삶도 이렇게 절묘합니다. 나에게 좋은 일이 타인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누군가에겐 기막히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곰이 만난 삶의 양면성을 우리도 일상처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자비를 놓지 마시길! 꽃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니!
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지음,
창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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