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막연한 비핵화 약속... 그러나 해볼 만하다"

북미정상회담 공동 합의문 평가 엇갈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엄청난 양보"

등록 2018.06.12 20:53수정 2018.06.1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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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미국 CNN 뉴스 갈무리.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미국 CNN 뉴스 갈무리.CN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서명한 12일 공동 합의문을 놓고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분명히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합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넘어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트럼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우정을 보여줬지만 북한 비핵화 약속은 막연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두 정상이 45분간 단독 회담을 했지만 통역 시간을 빼면 실제 대화한 것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정치적 연극'을 좋아하며 이번 회담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위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북한과 했던 약속에 비해 너무 약하다"라며 "솔직히 이것보다는 훨씬 강력한 것을 기대했다"라고 평가했다.

베아트리스 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우리는 외교와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핵 군축에 관한 내용이 없고 (북한의) 핵보유국 클럽의 가입 축하 파티 같았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트위터에 "최대 압박과 관련한 타협이 없고, CVID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바뀌지 않았다"라며 "다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운트 위원도 "그래도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로 이어진다면 성공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신속한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북미 간의 적대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라고 전했다.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북미 관계를 넘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이며 앞으로 이어질 후속 협상에 따라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의 엄청난 양보"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정상회담은 길고 어려운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진정한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큰 승리를 거뒀다는 신호를 보내며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신뢰를 나타냈지만,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또한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었다"라며 "이번 회담은 오프닝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길고 어려운 협상 과정을 풀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폐기에 관한 명백한 합의 없이 김 위원장과 대등하게 만나면서 중요한 영향력을 포기했다고 말한다"라며 "이번 회담은 세계적 인물로 부상한 김 위원장의 승리"라고 평가한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말을 전했다.

다만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말이 곧 법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일단 이번처럼 정상회담을 통해 확실한 비핵화 목표를 세운다면 탑-다운(하향식) 방식이 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허를 찔린 것 같다"라면서도 "다만 한국도 북미 관계가 개선돼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도 "한미 동맹의 핵심 요소이자 대북 억지력을 명분으로 내세워 미국이 한 번도 거부한 적 없던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키로 한 것은 엄청난 양보(major concession)를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만 두 정상은 합의문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라며 "해석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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