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과' 폐지 약속한 구미시장의 승리와 심판

국정 농단 책임지지 않은 보수 세력, 유권자가 응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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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bangzza)등록 2018.06.25 14:40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국정을 농단했다. 한 사람은 판을 깔았고, 다음 사람은 그 판에 취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촛불'로 심판했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 지지 않았다. 국정 농단을 말리지 않았고, 방조 또는 묵인했으며, 심지어 그 판에 끼어 들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국회의원 직을 내던지지 않았다. 사과다운 사과 또한 없었다.

끝내 유권자들이 책임을 물었다.

박정희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인 구미시장도 민주당 승리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당선이 확정된 후 화환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 조정훈


이른바 보수 정당은 사실상 궤멸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확보한 지역은 경북도지사 그리고 대구광역시장 등 단 2곳이었다. 모두 14곳에서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그 중에는 선거 직전 스캔들 논란이 뜨거웠던 경기도지사 선거, '드루킹 사건'으로 승패를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웠던 경남도지사 선거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와 김경수 후보 모두 당선됐다. 유권자들은 국정 농단의 책임을 더 엄하게 물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뿐 아니라 서울 25개구 구청장 자리 가운데 서초구만 빼고 민주당이 승리했다.

경북 지역도 온전히 한국당에게 내주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경북 구미시장 선거 상황은 특히 상징적이다. 예상을 깨고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양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따돌렸다.  그의 공약 중 하나는 시청 새마을과를 폐지였다.

경남 지역 역시 민주당의 압승이다. 1995년 이후 23년 동안 한국당 계 정당 후보에게만 허락했던 부산시장 자리 또한 민주당에게 내줬다.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의 8전 9기 역시 성공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사천' 논란이 일었던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허성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개표상황실 도착한 안철수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6.13지방선거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출구조사결과 3위로 나온 것에 대해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를 위해 개표상황실에 도착한 안철수 후보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유권자들은 바른미래당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곳도 2위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중에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포함돼 있다. 그 외 바른미래당 후보 대부분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렀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12개 선거구 중 한국당은 1석만 이겼다. 민주당은 11개 선거구를 차지하면서 국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샤이 보수'의 심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한국당이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았던 '샤이 보수'는 실체가 불분명한 말이었다.

그들은 끝까지 이런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그리고 선거결과가 나온 14일, 홍 대표는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 있다면서도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진 것은 결국 유권자들이었다. 이른바 보수 정당이 국정 농단에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에 대한 심판의 책임까지 기꺼이 완수했다. 그들에게 엄하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민주당에게도 경고를 남겼다.

'승리에 대한 책임을 다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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