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화장실 몰래 쓰는 분, 다 알거든요

"화장실 좀 쓰겠습니다" 인사 좀 하고 이용했으면

등록 2018.06.19 10:00수정 2018.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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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야근이다. 그런데 평소보다 많이 피곤하다. 본의 아니게 하루를 더 연장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나의 근무 패턴은 하루는 주근으로 일하고 이틀은 연속 야근, 그리고 이틀을 쉰다.


그런데 최근 동료 경비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5일간 '특별휴가'를 사용하는 그를 위해 다른 경비원들이 차례로 대근(代勤)을 섰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나흘 연속 근무하자니 체력까지 고갈되는 느낌이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회사 건물인데 지하철역과 붙어 있어 교통의 요충지다. 주변엔 공원과 기타의 상가에 이어 주차장까지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이런 접근성의 용이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오늘처럼 야근을 하는 경우엔 더 하다. 회사의 특성상 심야에도 출입자가 무시로 방문한다. 따라서 1층 안내데스크를 올빼미처럼 지켜야 하는데 문제는 불청객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화장실을 이용코자 하는 사람들이다.

근무하는 안내데스크 바로 뒤에 위치한 화장실은 용무를 보면서 통화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통화의 내용까지를 유추(類推)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까닭은 그걸 논하자는 게 아니다.

'팩트'는 화장실 사용에 있어 예의가 너무도 부실하다는 사실이다. "화장실 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라며 들어서면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하지만 십중팔구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마치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슬며시 들어와 화장실로 간다. 오밤중에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나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그야말로 허수아비로 보는 것이다. 그건 그나마 참을 수 있다.

문제는 취객과 일부 젊은이들다. 연신 침을 뱉는가 하면,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욕지거리는 왜 그리 남발하는지 원. 한번은 심야에 술 취한 여성 분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갔는데 악취가 진동했다. 그래서 살펴보니 섭취한 것들을 죄 토해놓아서 서둘러 치우느라 힘들었다.

잠시 전 환경미화원 복장을 한 분이 들어왔다.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써도 되겠습니까?"라며 예의를 차리는 게 맘에 들었다. "그럼요~ 얼마든지!" 예의(禮義)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를 뜻한다. 다른 곳은 자정이 넘으면(식당 등지는 그보다 훨씬 일찍)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

출입구를 아예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준(準) 공공기관이랍시고 1년 열두 달 하루 온종일 개방하고 있는 화장실이라지만 여길 사용코자 한다면 최소한 예의는 좀 차리자. 인사해서 뺨 맞는 일 없다.
덧붙이는 글 없음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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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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