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류암으로 가는 길. 숲길에 비자나무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한여름이지만 소들소들한 잎에서 늦가을의 서정이 묻어난다.
이돈삼
백암산 자락의 비자나무는 고려시대 각진국사(1270∼1355)에 의해 심어졌을 것이다. 당시 각진국사는 구충제로 쓰이던 비자열매를 절집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줬다. 비자(榧子)나무는 상록침엽수다. 잎사귀가 한자의 아닐 비(非)자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었다는 설이 있다.
비자나무는 여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아니다. 추위에 약한 난대성이다. 남도, 그것도 절집 주변에서 많이 자생한다. 장성 백양사와 장흥 보림사, 나주 불회사 등지에 넓게 퍼져 있다. 비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 백양사로 알려져 있다. 해발 500∼700m에서 주로 자란다. 백양사 계곡 부근과 청류암, 운문암, 약사암, 천진암 주변에서 무리지어 있다.
백양사에서는 오랫동안 산과 나무를 관장하는 산감(山監)스님을 두고 비자나무를 관리해 왔다. 덕분에 백양사 일대 71만㎡에 비자나무 7000여 그루가 분포돼 있다. 비자나무 숲도 천연기념물(제153호)로 지정됐다. 1962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