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대표 또는 정치권력자가 비서한테 맡겨서 남긴 1960년대 화보 모음. 중요한 사진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최종규
따뜻함을 느끼기에 사진을 찍고, 따뜻함을 느낀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따뜻함을 나누려고 사진을 찍고, 따뜻한 삶을 이야기하려고 사진을 찍어요. 따뜻한 사랑이 되고자 하며 사진을 찍고, 따뜻하게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짓는 꿈을 노래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264쪽)
한손을 거들어 살림하면서 사진이랑 삶이랑 사랑을 가꿉니다. 한손은 집안에 즐거움과 기쁨이 감돌도록 힘을 씁니다. 다른 한손은 집안에 이야기꽃이 피어나도록 도란도란 말을 섞고 사진을 찍습니다. 한손을 거들어 밥을 짓고 글을 씁니다. 한손은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꿈을 짓고, 다른 한손은 너와 내가 저마다 나아갈 사랑스러운 길을 닦습니다. (277쪽)
<내가 사랑한 사진책>은 혼자서 꿋꿋하게 사진을 배우고 사랑하는 길을 걸으면서 '배우고 사랑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스무 해 남짓 사진길을 걷고 보니, 대학교 사진학과를 굳이 안 다녀도 얼마든지 사진을 즐겁게 찍거나 읽을 수 있다고 깨닫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 사진학과'를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로 줄을 세운다고 합니다. 그 대학 사진학과를 안 나올 적에는 한국 사진밭에서는 따돌림을 받는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제 곁에는 늘 상냥한 스승이나 벗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책입니다. 화보 같은 사진책도, '사진 없이 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론서'인 사진책도, 지나간 날을 읽을 수 있는 졸업앨범이라는 사진책도, 나라 안팎 온갖 작가들이 일구어 놓은 사진책도, 만화로 다루는 사진책도, 그림으로 들려주는 사진 이야기가 흐르는 책도, 저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승이자 벗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사진가란 이름으로 작품이나 예술을 해야만 사진책이 아닌 줄 배웠습니다. 사진가란 이름이 없어도, 또 이름이 안 알려지거나 덜 알려진 사진가 한 사람이 일군 사진책도 매우 아름다운 줄 배웠어요. 외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진가 가운데 쭉정이 사진이 참 많은 줄 배우기도 했습니다.

▲ 사진책
최종규

▲ 사진책
최종규
'살면서 찍는 사진'하고 '구경하며 찍는 사진'은 다릅니다. 골목마을에 살면서 모든 빛과 어둠을 고스란히 바라보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누리는 몸으로 아침·낮·저녁·밤·새벽을 마주하는 사진이랑, 골목여행을 한다면서 어쩌다가 한 번 찾아와서 한두 시간 쓱 훑고 지나가며 찍는 사진은 사뭇 다르기 마련입니다. (34쪽)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기에 문화가 될까요? 글로 적어서 책이나 논문으로 선보이면 역사가 될까요? 사진으로 찍지 않고 마음속에 담는 문화는 무엇일까요? 글로 쓰지 않고 책으로 엮지 않는 역사는 무엇일까요? (172쪽)
사진찍기는 글쓰기하고 같다고 느낍니다. 사진읽기는 글읽기하고 같다고 느끼고요. 사진찍기는 삶짓기하고 같다고 느끼며, 사진읽기는 삶읽기하고 같구나 싶어요. 말을 다루는 길을 걸으며 사전을 지을 적마다' 말 = 삶'이라고 뚜렷이 느낍니다. 이 길을 걸으며 사진을 길벗으로 삼으니' 사진 = 삶'이라고 똑같이 느껴요.
저는 <내가 사랑한 사진책>을 '사진이랑 책이랑, 사진마실, 사진벗님, 사진누리, 사진바람, 사진노래, 사진빛살, 사진사랑, 사진수다'처럼 아홉 갈래로 나누어서 써 보았습니다. 사진책 쉰 권을 다루었습니다. 퍽 알려진 사진책을 다루기도 했지만, 비매품 사진책을 다루기도 했고, 사진밭에서 이름이 아예 안 알려진 분이 빚은 사진책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사진책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가를 놓고서 먼저 한 줄로 갈무리를 하고서 속뜻을 풀어내 보려 했습니다.

▲ 시노야마 기신 사진책
최종규

▲ 광고 화보집도 재미있는 사진책
최종규
그나저나 <내가 사랑한 사진책>은 사진 없는 사진책입니다. 사진을 오직 글로만 풀어낸 사진책입니다. 굳이 사진을 곁들이지 않은 사진책입니다. 사진을 제대로 바라보자면 때로는 사진을 모두 걷어내고서 글만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사진을 그려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엮은 "사진 한 장 없는" 사진책입니다.
<내가 사랑한 사진책>은 '사진기 사랑'이 아닌 '사진 사랑'을 말하려는 사진책입니다. 이 책은 '사진학과 연줄'이 아닌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을 말하려는 사진책입니다. 그리고 '이름난 작가라는 허울'이 아닌 '아름다운 삶을 짓는 알맹이'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나누자고 하는 마음을 드러내려 하는 사진책입니다.
개구리 노랫소리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담고 싶어요. 소리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느냐 궁금해할 분이 있을 테지만, 참말 소리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구리 노랫소리 들으며 사르르 녹는 즐거움이 사진 한 장 찍으며 천천히 깃듭니다. 풀벌레 노랫소리 들으며 살살 퍼지는 즐거움이 사진 두 장 찍으며 시나브로 뱁니다. (59쪽)

▲ 사진책
최종규

▲ 사진책
최종규

▲ 사진책
최종규
사랑으로 다가서려는 마음이 있을 적에 비로소 즐겁게 찍는 사진입니다. 즐겁게 찍고 사랑스레 찍는 사진이라면, 이렇게 찍은 사진은 모두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사랑으로 다가서면서 찍는 사진에는 늘 이야기가 흐르니까요. (108쪽)
사진에는 좋거나 나쁜 빛이 없습니다. 어떻게 찍든 모두 사진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사진이고,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담기는 빛입니다. (155쪽)

▲ 사전 짓는 도서관에, 사진책을 함께. 사전하고 사진이 나란히.
최종규
사진기라는 기계는 평등하면서 평등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라는 기계가 평등하다면,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이 기계를 손에 쥐는 사람은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도 할머니도 젊은이도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사진기라는 기계가 평등하지 않다면 값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서, 더 돈을 치르면 해상도가 더 빼어난 기계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대학교 사진학과라든지 사진밭 여러 어른 뒷줄에 서서 이름을 펴기도 합니다. (421∼422쪽)

▲ 지난 열두 해 동안 사진책도서관 손님한테 가장 많이 보여준 사진책
최종규
삶으로 스밀 수 있기에 비로소 문학이요 사진이라고 느낍니다. 살림을 짓는 살림지기 손끝에서도 넉넉히 태어날 수 있을 적에 비로소 문학이요 사진이지 싶습니다. 어느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서 전문가 노릇을 해야만 찍거나 읽는 사진이 아닙니다. 부엌일을 하는 살림지기 손으로도 찍거나 읽을 수 있을 때에 사진입니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하고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롭게 생각을 지필 적에 사진입니다.
우리는 두 손을 펴서 두 손가락을 모아 네모틀을 짜면서 '눈사진(눈짓을 하며 찍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때로는 손가락을 둥글게 붙여서 둥그런 눈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 나라 사진밭에 작가나 독자나 평론가 사이에서 "내가 사랑한 사진책" 이야기가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저는 2007년 4월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사진책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 사진책도서관을 2011년에 전남 고흥으로 옮겨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숲놀이터'로 바꾸어서 꾸립니다. 사진 곁에 사전이 있다고 느껴, 두 갈래 도서관으로 꾸리는데, 사진하고 사전 곁에 숲도 함께 있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이 어우러지는구나 싶어서 '시골숲 사전·사진 도서관'을 꾸려요. <내가 사랑한 사진책>은 '사진책도서관 + 사전도서관 + 숲도서관' 열두 해를 사진 없는 말로 지어서 얻은 작은 열매입니다. 이 작은 열매를 널리 나누고 싶어 책 하나를 선보입니다.
▲ 사진 없는 사진책입니다.
최종규
내가 사랑한 사진책 - 삶과 이야기가 있는 사진
최종규 지음,
눈빛,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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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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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과 안 나와도 사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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