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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사람을 토막 낸 남자... 관객은 왜 무릎을 꿇었나

[미리보는 영화] 라이언 레이놀즈의 다중 연기 돋보이는 <더 보이스>

18.08.23 15:51최종업데이트18.08.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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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보이스> 포스터. ⓒ 조이앤시네마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더 보이스>를 수식하는 말 중 하나는 '슬래셔 코미디'(Slasher Comedy)물이다. 말 그대로 피가 낭자하는 이야기로 일종의 공포물의 하위 장르인 슬래셔에 코미디가 붙다니 왠지 모르게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주인공이 라이언 레이놀즈다. 마블스튜디오의 <데드풀> 시리즈 속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슬래셔 영화 역시 멀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평소 유머 감각 넘치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섰던 만큼 그의 존재로 <더 보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기괴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영화는 뭔가 혼이 나가 보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해맑은 모습을 보이는 제리(라이언 레이놀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상사의 잔업 지시를 흔쾌히 수락하고, 집에선 개와 고양이와 대화하는 다정다감한 성격인 그는 사실 관계당국으로부터 꾸준히 보호 관찰 중인 정신질환 환자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제리는 여러 환청을 듣는다. 자신이 이름 붙인 고양이와 개는 끊임없이 그에게 상반된 선택을 하도록 종용하고 제리는 그 사이에서 종종 혼란스러워 한다. 소소하게 일상을 지내던 제리에게 직장 동료 피오나(젬마 아터튼)가 사랑의 상대로 다가오고, 데이트 중 실수로 그를 살해하게 되면서 평화롭던 영화는 어느새 본성을 드러낸다.

영화 <더 보이스> 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마치 가속도가 붙듯 제리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고양이와 개의 목소리에 저항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수긍하는 제리의 모습은 흔히 내면 갈등을 겪는 보통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단지 제리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게 아닌 외부의 개입으로 생각할  뿐이다.

재치 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로 분명 <더 보이스>는 웃고 즐길 거리가 있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꽤 진지한 심리극이기도 하다. 첫 번째 살인 이후 개와 고양이로 양분된 목소리에 피오나까지 가세하며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사랑하던 사람을 토막 내고, 이후 그의 동료와 지인들마저 위협하게 되는 제리는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미치광이 살인마다. 그간 공포물과 스릴러물에서 대상화되기 일쑤였던 이 단골 캐릭터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제리의 심리에 몰입해서 따라가야 할지 혹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할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윤리적으로 제리의 행동은 절대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않아야 할 범죄이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런 음악과 색감이 영화를 채우고 있기에 더욱 괴리감은 커진다.

참고로 라이언 레이놀즈는 본인 연기 외에도 고양이와 개의 목소리 등을 직접 연기했다. 즉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또 다른 자아를 혼자서 다양하게 표현했는데 뛰어난 연기력으로 실제 다른 상태로 존재하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배우 입장에선 충분히 욕심낼 캐릭터로 보인다.

영화 <더 보이스> 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시종일관 제리를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 리사(안나 켄드릭)의 존재도 특이하다. 불안정해 보이는 제리를 품어주던 리사 역시 제리에게 위협받는 그 과정이 꽤 충격적이다.

여러 모로 <더 보이스>는 실험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한 살인마의 이야기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괴함과 기발함 사이 어느 지점에 이 작품이 존재한다.

한 줄 평 : 연기로 놀라고 설정에 한 번 더 놀란다
평점 : ★★★☆(3.5/5)

영화 <더 보이스> 관련 정보

감독 : 마르얀 샤트라피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안나 켄드릭, 젬마 아터튼
수입 : 조이앤시네마
배급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러닝타임 : 103분
개봉 : 2018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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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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