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일대에 현존하는 피맛길
유영호
한편 1974년 종로1가 아랫피맛길이 사라질 때 당시 이 일대의 무교동 낙지골목이 사라진 것이며, 이번 2009년 윗피맛길이 사라지면서 청진동 해장국골목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가 즐길 수 있던 피맛골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마치 종로의 피맛길 전부가 사라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여전히 적지 않은 피맛길은 남아 있다. 물론 현존하는 피맛길은 그 위치에 따라 그곳에 형성된 상점이 다르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종각까지의 피맛길은 주로 해장국, 낙지, 빈대떡 등 서민적인 음식점들로 특화되어 있었고, 종각에서 동쪽으로 난 피맛길은 주로 유흥업소와 귀금속 상점 등으로 특화되어 있었다. 종로3가의 아랫피맛골은 여전히 보쌈 등의 서민적 음식점들이 남아 있다.
청진동 해장국 골목
특히 현 KT빌딩와 미대사관 일대는 조선시대 '한성부'가 위치해 있었고, 현 종로구청 앞으로 나무를 사고 파는 땔감시장이 있었던 곳이라 이곳 청진동에는 나무꾼들이 모여들던 곳이다. 따라서 이른 아침 이곳으로 온 나무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피로를 풀어주기 위하여 자연스레 국밥집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곳의 밥집 메뉴는 나무꾼들이 술 한잔 시키면 공짜로 따라오던 안주로써의 술국, 그리고 거기에 밥을 말아 내는 국밥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50~60년대 전쟁과 산업화를 겪으며 '해장국'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또 단일 메뉴로 자리잡으면서 그것에 걸맞은 양념과 꾸미가 더해진 것이다.
한편 이곳에서의 메뉴 명칭은 도시재개발 전까지는 국밥처럼 토렴한 밥을 국에 말아내 주는 '해장국'과 밥과 국이 분리된 '따로국밥' 두 종류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위생문제에 있어서 너무도 예민해지면서 '따로국밥'이 본래의 국밥인 '해장국'을 완전히 제압해 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아예 기존의 '따로국밥'이 그냥 '해장국'이란 이름으로 제공된다.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꼴이다. 이렇게 토렴한 밥을 국에 말아내 주는 우리 서민들의 전통적인 국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변화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못내 아쉬움이 든다.
참고로 이 일대 음식점들의 최대 호황시기는 미군정 이후 1982년까지 37동안 실시되었던 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시작되었다. 더욱이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과 맞물리면서 이후 청진옥 등 일부 식당은 아예 24시간 365일 영업을 지속하면서 급속히 성장한 것이다.
지명으로서 사라진 '피마동'과 새로 생긴 '종로1~6가'
'피마'라는 명칭은 1894년 갑오개혁에 따른 행정구역 개편 때 일상의 용어에서 '피마동', '하미파동' 등의 공식 행정지명으로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1914년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피마동과 하피마동은 종로1정목, 종로3정목, 종로4정목, 서린동 등에 나뉘어 편입되어 다시 공식 지명에서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