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능특강 문제 문항의 주제는 ‘기술의 무한 확대’입니다. 내용이 무척 어렵습니다. 해설지에는 “기술의 성격이 특정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간 창의력의 자유로운 발현에서 그 자체의 논리에 의한 무한정 팽창 쪽으로 변화되면서 도리어 인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해설을 읽으면 더 어렵습니다. 이 문제가 어려운 까닭은 내용만이 아닙니다. 어휘도 장난이 아닙니다. 본문에 있는 ‘imperative’와 ‘empower’는 고교수준이 아닌 대학교와 상급 숙련자수준의 어휘로 고등학교수준에서 벗어났습니다. ‘assert’라는 단어는 고교수준에서는 ‘강하게 주장하다.’는 의미이지만 본문에서는 ‘확고히 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마찬가지로 대학교와 상급 숙련자수준의 어휘가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영어는 ‘간접 연계’입니다. 헉!
정명규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입시 정책이 바뀌지 않은 현 체제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EBS는 'EBS 연계'로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책 장사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품질로 다른 영상 강좌와 경쟁하여 학생들의 선택을 받으시면 됩니다.
요새 사설 업체의 온라인 강좌, 들으려면 억 소리가 납니다. 몇십만원이 훅 날아갑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 어떤 분들이신지 아십니까? "질 떨어진 강좌 들으면 돈 아낄 수 있다"고 하면 "파출부 나가서라도 돈 댈 테니 질 좋은 강좌 들으라"십니다. (물론 모든 EBS 강좌가 '질 떨어진 강좌'라는 게 아닙니다.)
교육은 급격하게 바꾸는 게 아니라고요? 그래서 "급격하게 연계율을 폐지하기보다는 연계율을 축소하고, 간접연계로 전환하고자 한 것"이라고요? 그러면 "EBS 문제풀이식 수업을 유발하는 문제 등 부작용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아닙니다. 그것은 '고양이 꼬리 자르기'입니다. 고양이에게 꼬리는 걸어갈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르면 안 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고양이 꼬리를 자르면 도망가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에 그런 끔찍한 짓을 했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왕 고양이 꼬리를 자르려면 확 잘라야지 조금씩 천천히 자르면, 그 고양이 죽습니다.
비율도 50%로 낮추고 출제 방식도 간접 연계로 하니, 좀 낫지 않겠느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70%가 아니라 100%로 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좋습니다. 나머지 30% 찾으러 학원으로 어디로 또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냥 화가 나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정중하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EBS 연계교재 푸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나 계십니까? 그 많은 EBS 교재를 다 풀기도 힘든데, EBS 교재는 교재대로 풀고 다른 데서 또 50%를 채우라는 것은, 그냥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 죽으라는 말씀입니다.
직접 연계가 "영어지문을 단순 암기한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간접 연계로 바꾸었다고요?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그것은 고양이 꼬리 '조금씩' 자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다 우리 후배들, 중학교 3학년 학생들 다 죽습니다. 좀 살려 주십시오. 대한민국에서 살게 좀 해 주십시오.
그래도 어차피 참고서로 공부할 게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입시가 OECD 다른 나라들처럼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해도 되는 정책'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 교과서는 '입시용'이 아니라 '교육용'입니다.
아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했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입시'가 '교육'을 흔들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학교에서 토론하고 대화하고 논의하고 활동하는 그런 수업 하면 안 됩니까? OECD 다른 나라에서, 수능으로 한 줄 세우는 나라, 있습니까? 교육 하면 핀란드 핀란드 하던데, 그 나라는 어떻게 교육한답디까? 예?
그래서 교육부가 '그런 수업' 장려하고 있다고요? '그런 수업'이요? 혹시 '학생 참여형 수업'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스토리텔링 수학' 이야기가 나오자, 어떤 수학 선생님께서 그러시데요. 수학 교과서를 3분의 1로 확 줄여야 가능한 것이라고, 그러지 않고 스토리텔링 어쩌고 하면 아이들 진짜 다 죽이는 거라고.
'수능' 하나만 가지고도 학교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학원에서 밤 12까지 공부하고 몇 시간 눈 붙였다가 다시 학교 가고, 그러다 잘 견디면 대학 가는 거고, 못 견디면 그냥 길거리로 밀려나는 게 요즘 학교 교육인데, 그런 학교에 '스토리텔링 수학'이요? 이게 '나라다운 나라'이고 '교육다운 교육'의 본모습입니까?

▲얼굴을 가리신 국어 선생님께 묻다 - 이 문제 풀어보셨죠?
“네.”
- 이 문제의 어려웠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푸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BS 연계교재 ‘수능특강’의 난이도가 고등학교 수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 그렇지는 않지만, 특히 비문학은 너무 어려워요. 다른 교과의 난해한 지문을 가져와서 낸 문제들은 우리 학생들이 풀기에 쉽지 않습니다.”
정명규
그래도 어차피 '다른 참고서'로 공부할 게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현 수능 체제에서 교과서만 가지고 가르치면 아이들, 대학 못 갑니다. 토론하고 질문하고 탐구하고 활동하고, 그런 교과서 그대로 따라 하다가는 우리 아이들, 재수하러 종합학원에 등록해야 합니다. 현행 '수능 체제'를 '다른 체제'로 확 바꾸든가, 아니면 교과서를 참고서처럼 확 바꾸어서 깔끔하게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든가 둘 중 하나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부, 이것도 저것도 아닐 게 분명하니, 그러니 학생들은 당연히 '다른 참고서'로 죽어라 공부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왕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EBS 교재'보다 '더 좋은 참고서'가 있으면 당연히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성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 선택권까지 박탈합니까?
그래도 'EBS 교재'가 저렴하지 않느냐고요? 맞아요. 권당 5,000원 정도 쌉니다. 어떤 'EBS 교재'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거기다 가격까지 착하니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 5,000원 때문에 질 떨어지는 '교재' 사라고 하는 분들이 아니십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유 시장 경제, 아닙니까? 차라리 지원하고 싶으시면 참고서 값 좀 지원해 주십시오. 교복도 지원하고 밥값도 지원하는데, 참고서 값은 지원하면 안 됩니까? 참고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의 문제입니다.
▲바보야 문제는 EBS야! 전자책 ‘바보야 문제는 EBS야!’(정재영)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정명규
우리는 누가 교육부장관이 되도 상관없습니다. 세금을 이리저리 피해 다녀도 괜찮고, 주민등록지를 슬쩍슬쩍 옮겨 다녀도 괜찮고, 재주껏 자녀 군 면제를 받아도 괜찮고, 다 괜찮습니다. '도둑군자'가 들어와서 우리 교육 그냥 이대로 두는 것보다 차라리 '불한당'이라도 들어와서 우리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교육을 제대로 바꾸면서 인품까지 고결하시다면 정말 고맙겠지요. 하지만 인품만 고결하면 뭐합니까? 욕먹지 않으려 이리저리 피해만 가는 것,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세월호 때 가신 선배님들을 보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선장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인품'이 아니라 '책무'라는 것을 우리는 몸서리를 치면서 배웠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이 정부에 '권력'을 맡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기자들 8기 교육부 바보야 문제는 EBS야!’에 있는 삽화와 함께 찰칵!
유주환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8기 교육부> 선연수, 정명규, 황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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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육부는 EBS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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