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 -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이다북스
김현진의 새 책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를 읽고 '현모양처'라는 말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또 느꼈다. 내 두 딸에게는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아내에게는 굳이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니까.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게 어떤 일인지 지은이는 자신의 삶에서 겪은 깊은 상처까지 끄집어내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페미니즘이란 어떤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라면서. 맞다. 단지 자신의 삶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남자인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수도 없이 반성해야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지은이는 "나의 미투 이야기"에서 영화를 준비하며 만난 감독에게 가해를 당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피해를 입은 후 주변에서 벌어진 2차 가해, 그리고 감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자신만 "신속하게 퇴출"된 이야기까지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미투는 결코 섹스의 기억이 아니다. 미투를 성적인 문제, 섹스 스캔들로 이해할 때 미투 피해자는 다시 한 번 고립된다. 그것은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통의 기억이다."
"모든 미투 피해자들 역시 삶을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고통만 이어지기에는 우리의 남은 인생이 너무나 길다."
지은이는 이혼 경험과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 주로가 아니라 죄다 크리스천인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줄 알고, 무슨 잘못을 했을 때 자기에게 무릎 꿇고 빌라고 하기에 무릎을 꿇고 빌어서 무릎 인대가 나가기도 했다. 왜 내 주위에는 이게 아니다 싶으면 뛰쳐나가라는 사람이 없었을까? 하느님의 뜻으로 가족을 이루었으니 그 가족이 해체되면 마귀에게 패배하는 거라는 사람들만 있었을까? 결혼은 내가 했으니 남 원망할 것 없으나 그래도 한 명 정도는 그냥 이혼하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금 어딘가에서 같은 조언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한다.
"페미니스트는 어떤 특정한 성이 다른 성을 지배할 수 없다는 평등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며, 페미니즘이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남녀에게 고정된 역할을 강요하는 체제다. 성 평등의 수혜자는 여성만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성 평등이 실현되면 남성들도 자유로워진다."
여기까지 읽고 이 책을 무거운 페미니즘 관련 책이라 여길 이들을 위해 지은이가 "이런 남자와 절대로 연애하지 마라"에서 말하는 연애 관련 조언도 몇 개 소개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남성은 무조건 조심하자."
"욕을 입에 달고 산다면 희망을 두지 마라."
"여성의 오르가즘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남성도 멀리하자."
"혼자 있으면 굶는 남성, 어쩌면 좋을까?"
"자기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는 남성도 있다."
흔히 듣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지은이의 삶의 경험과 엮어 큰 울림이 난다. 이밖에도 더 많은 조언이 있지만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지은이는 책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이 말을 함께 외쳐야 할 모든 여자들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여자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를 원하는 남자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김현진 지음,
이다북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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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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