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 이렇게 변해야 한다

[주장] 새 교육부장관께 바란다

등록 2018.10.08 08:06수정 2018.10.08 08:06
0
원고료로 응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속담이 있다. 같은 귤나무라도 회수의 남쪽에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북쪽에다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뜻으로 같은 종류의 것이라도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도 주위환경이 달라지면 바뀌기 마련이라는 말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1995년에 시작된 학운위(학교운영위원회)가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외국의 제도를 학교에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운위의 정착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운위원의 선출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문제인 것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각각 3년을 지속적으로 운영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어도 임기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권불십년이라고 했듯이, 권세도 같은 집단이나 사람이 10년을 넘게 쥐고 있으면 썩고 부패하기 마련인 것이다.

운영위가 잘 운영되는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울산 울주군 범서고등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학운위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일반인이 읽어보아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회의록 공개 내용을 살펴보면 발표자가 어떤 내용을 발표해서 어떻게 진행되어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위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그 내용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선출방식은 뒷전으로 하더라도 동일한 위원이 장기집권을 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폐단이 문제다. 운영위 자녀가 학교에서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 다행이지만 말썽을 부리게 되고 선도위에 회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학운위 위원으로서 자신의 자식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면서 학교일에 관여한다는 뼈아픈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입소문을 통해서 교무실에 메아리쳐 들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징계를 받은 학생 부모는 자녀를 보호할 목적으로 운영위원 자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조차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그만두게 할 방안은 학생을 퇴학시키는 길 외는 없다.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학생이 재학시절에 선도위에 회부되는 일을 저질렀거나 학폭에 관련되었다면 운영위원의 자격을 박탈시켜야 하고, 이미 학생이 재학 시절에 선도위의 징계를 받았어도 운영위원으로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고, 임기에도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도시가 그래도 광역시다. 그런데도 운영위원으로서 학교 인사에 관한 것은 월권인데도 간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영위원에 대한 교육청의 교육이 의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도 소극적이라 운영위원으로서 임무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교장이 운영위 당연직으로 있어 회의의 진행이 토론보다는 통과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운영위원으로 몇 년을 직접 참석해 보았지만 반대는 한 건도 없었고, 통과하지 못한 안건도 없었다. 정말 토론이 필요 없었고 반대가 필요 없었다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엄연히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위원을 나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운영위의 구성원은 그들만의 잔치라고 하면 좀 과한 표현이라고 반대할 자 얼마나 될까? 졸업식만 되면 학부모 운영위원에게 감사패를 만들어 주고 그들끼리 꽃다발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의 동의를 얻어서 운영위원장상이 만들어졌고, 왜 운영위원에게 감사패를 주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

운영위의 진정한 정신은 봉사에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이런 정신이 없으면 운영위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운영위가 열리는 것도 엿장수 마음대로다. 정기회도 임시회도 고정돼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위원들의 스케줄을 알아보아야 하고 학교 교사들의 수업 시간표도 일일이 알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원들의 시간에 맞추다 보니 교사들은 수업을 하는데 운영위가 열려 제안 설명을 하는 교사는 수업을 하다말고 참석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모순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추진이 계속되는 이유는 운영위가 굳이 열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심의기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반드시 운영위를 거쳐야만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데 있다. 학교 운영위에서 의결로 결정되는 것은 학교발전기금 외는 심의사항에 지나지 않아 형식적인 학운위, 가진 자의 친목회라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중의 하나다.

그것만이 아니다. 학생수의 급감으로 인해 200명도 되지 못하는 학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운영위 구성도 문제지만 중소도시의 운영위원의 전문성 문제, 참석의 문제도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도 살펴 보아야 하다. 운영위 구성이 만사가 아니다. 그러기에 200명 미만의 학생수를 가진 학교에서는 전체 교사회의를 운영위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하다.

운영위가 하루빨리 학교 민주화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격강화와 임기 제한을 추진해야 한다. 아니면 학교 전체회의를 운영위로 대체해 학교 업무에 대한 토론과 비판을 강화시켜 학교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드높이고 나아가서는 학교 업무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도 갖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