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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재정문제, 서포터즈 트러스트가 대안 될까?

해외구단의 재정 문제 완화시킨 서포터즈 트러스트, 국내 도입 고려해야

18.10.15 15:10최종업데이트18.10.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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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서의 맹활약으로 벤투호 2기에 선발된 국가대표팀 수비수 박지수(경남fc). 경남fc는 시민구단으로서는 어려운 과제인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 경남fc 공식 홈페이지

  
국가대표팀과 자국리그의 온도차
 
피파랭킹 5위 우루과이까지 이긴 요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월드컵 독일전에 이어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늘어 일시적으로 K리그의 관심도 늘었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아시안 게임 결승전 직후에는, 올해 3월 이후 처음으로 평균 관중의 수가 경기당 만 명이 넘는 찾는 날도 2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인 3월 1일 7540명이던 K리그1 경기 당 총 평균 관중은 10월 7일 기준 7239명으로 줄었다. 작년 이맘때인 2017년 10월 1일의 평균 관중은 7601명이었고, 2016년 10월 2일은 7844명이었다. 즉 국가대표팀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K리그를 현장에서 보는 관중들의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관중이 리그 문제를 판단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없는데, 그들 대부분이 TV로 경기를 볼리 만무하고 관련된 축구 상품을 살 이유도 없다. 티켓과 구단의 상품, 거기에 TV 중계에서 시청률도 안 나온다면 구단은 대체 어디에서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기업구단들보다는 시민구단들에 더 크게 적용된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재정 위기를 서포터즈 트러스트로 변경 후 흑자를 냈다. ⓒ 리즈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황의조를 지키지 못한 성남, 조나탄을 잃은 수원
  
아시안 게임의 영웅 황의조(감바오사카)는 2017년 6월까지 성남fc에서 뛰던 선수였다.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K리그에서 볼 수 있었던 선수였다. 물론 성남fc의 2부리그 강등으로 그를 잡기 버거웠으나 재정적 문제를 아예 빼놓고는 그의 이적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2017시즌 득점왕인 수원 삼성의 조나탄(현재 텐진테다fc) 역시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중국으로 이적했다. 수원 삼성은 그를 잡지 못했다. 이 역시 돈 문제를 뺄 수 없다. 역사적으로 K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다음 시즌 해외 리그 이적하는 사례는 이 두 선수 외에도 무수히 많다. K리그의 기업구단들조차 이들을 지키지 못한다. 하물며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포터즈 트러스트와 K리그 시민구단
 

서포터즈 트러스트란 서포터즈가 지지하는 클럽의 운영에 있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된 민주적이고 비영리적인 조직을 의미한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으로 자신들의 영향력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목적도 추구한다. 영국의 경우 포츠머스, 리즈 유나이티드 등이 경영자의 경영실패를 서포터즈 트러스트로 극복했다. 쉽게 말해 이들은 경영의 주주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구단에 행사한다. 가장 큰 조직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트러스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회원 수는 무려 20만 명에 이른다.

K리그 시민구단의 소유 구조는 특이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질적인 구단의 소유주가 되면서 정권이 바뀌거나 지차제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의 존재까지 위협을 받는다. 현재 리그 2위인 경남fc도 불과 몇 년 전에 존폐의 위기가 있었고, 이번 시즌 막판 상승세인 K리그2의 대전 시티즌은 과거부터 시민구단의 병폐에 시달렸다. 시민구단 스토리 생성의 좋은 예로 보였던 성남fc와 수원fc의 깃발더비는 어떠한가. 지차제장이 바뀐 지금, 깃발더비는 더 이상 화제가 아니다.

K리그 시민구단의 재정적 독립
 
K리그 시민구단에 제일 필요한 점은 재정적 독립이다. 시와 도에서 받아 쓰는 예산은 기업구단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고, 앞서 언급한대로 지자체장이 바뀌면 언제 지원이 끊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단 소유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지역 공동체와 시민중심의 소유구조인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서포터즈 트러스트가 될 수 있다.

이 개선안에는 까다로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서포터즈 트러스트를 적용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는 영국과 같이 서포터즈 다이렉트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서포터즈 다이렉트는 서포터즈 트러스트를 지원하는 단체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등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단체들이 이미 국내에 있다. 이러한 단체들이 나서서 법적, 행정적 차원의 지원으로 리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추가적인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구성원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는 민주적 방식은 물론, 이사급으로 선출된 서포터의 완벽한 경영권 행사, 규정 없는 기부금의 정도, 자체적으로 설정된 확실한 목표와 조직의 독립성까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구단들도 자체적으로 재정적인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구장의 이름, 팀명도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유니폼도 또 하나의 광고판이라 생각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적인 입김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나는 다음 시즌에도 해외가 아닌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말컹과 제리치를 현장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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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8기 이은선
경남FC 리즈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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