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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손가락 욕'은 나쁘고, 거친 슬라이딩은 괜찮다?

SK 김성현 '손가락 욕' 논란... 부상 우려 있는 샌즈의 슬라이딩도 나쁘다

18.10.30 17:11최종업데이트18.10.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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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2차전 벤치클리어링 사건의 당사자 SK 김성현(좌)과 넥센 제리 샌즈(우)] ⓒ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내야수 김성현(31)이 손가락 욕설로 구설수에 올랐다. 경솔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1)가 여론의 화살을 피해간 것과 달리 혼자서 사건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모양새라 다소 안타깝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MY CAR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의 공격이었던 3회 초 1사 1, 2루 상황에서 4번 타자 박병호가 유격수 방면으로 병살타성 타구를 날렸다. 공을 잡은 유격수 김성현은 더블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2루수 강승호에게 토스했고, 이 과정에서 1루 주자였던 샌즈가 강승호에게 거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샌즈의 슬라이딩은 다소 깊고 위험했고, 강승호는 이에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칠 뻔 했다. 물론 슬라이딩 자체는 더블플레이를 막기 위한 정당한 플레이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었다.

경기 종료 후 김강민과 이재원 등 SK의 베테랑들은 "김성현의 잘못은 분명히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샌즈가 먼저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넥센 측은 "샌즈에게 상황을 묻지는 않았다"며 침묵했고, 사건에 대한 어떠한 사실 관계도 밝히지 않았다. 결국 김성현만 KBO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종료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분명 샌즈의 슬라이딩이 위험했고, 그 과정에서 샌즈가 먼저 욕설을 했다는 SK 선수들의 발언이 알려졌음에도 일부 언론 등은 김성현에게 비난을 집중시켰다.

물론 김성현은 큰 잘못을 했다. 아무리 분노했다고 하더라도, 손가락 욕설은 전국의 많은 야구팬들이 지켜보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취할 행동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샌즈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스포츠 선수에게 부상은 '독'과 같은 것이다. 한 번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아무리 정당한 플레이라고 해도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슬라이딩은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언론들과 야구팬들 또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마녀사냥'식으로 한 선수를 매도하기보단, 찬찬히 전후 상황을 파악한 뒤 건전한 비판을 앞세우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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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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