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부진에 빠진 베테랑 투수들의 부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의 두 투수는 올시즌 멋지게 반등하며 팀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베테랑 투수 노경은(롯데)과 송은범(한화) 이야기다.
노경은과 송은범은 생일까지 비슷한 1984년생 동갑내기다. 노경은이 3월 11일, 송은범이 3월 17일이다. 강속구를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로 국가 대표도 경험했다. 노경은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송은범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었다.
▲ 올해 극적으로 부활한 노경은과 송은범 (사진 :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 ⓒ 케이비리포트
둘은 '좋은 투수'의 고전적 기준이라는 시즌 10승도 달성한 바 있다. 노경은은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2년 12승, 2013년 10승으로 2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송은범은 SK 와이번스 시절인 2009년 12승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하지만 10승 투수의 반열에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노경은은 2014년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을 기점으로 오랜 부진에 빠졌다. 2016년 5월 그는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되었다. 송은범은 2013년 KIA 타이거즈 이적을 전후해 부진에 빠졌다. 그는 2014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으나 지난해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노경은과 송은범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올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노경은은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10승에 버금가는 승수를 쌓아올렸다. 벤치의 판단 착오로 선발과 구원을 오가야 했지만 9승은 모두 선발승이었다.
▲ 롯데 노경은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 롯데 노경은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노경은은 후반기에만 6승을 몰아치며 시즌 막판 롯데의 5위 싸움에 크게 공헌했다. 1선발로 기대했지만 부진 끝에 퇴출된 듀브론트와 1, 2군을 들락거린 박세웅의 선발 로테이션 구멍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다. 시즌 종료 후 노경은은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해 신청했다.
한편 송은범은 올해 7승 4패 1세이브 10홀드를 기록했다. 한화 이적 후 가장 많은 68경기에 등판했지만 2.50의 안정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필승조의 일원으로서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 1위(4.28)를 이끌었다.
▲ 한화 송은범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 한화 송은범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특히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으로 전망된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자신감을 확보하는 데 뒷문을 지키는 송은범의 기여가 컸다. 한용덕 감독의 세대교체로 인해 한화 구원진은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지만 송은범은 마무리 정우람과 함께 베테랑으로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노경은과 송은범의 부활에는 뼈를 깎는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노경은은 패스트볼의 비율을 낮추고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의 비율을 큰 폭으로 늘려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송은범은 140km/h대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이 구속에 비해 공 끝의 움직임이 깨끗해 얻어맞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는 투심 패스트볼을 새롭게 장착해 상대 타자들을 빠른 카운트에서 범타 처리하는 새로운 투구 스타일을 체득했다.
▲ 긴 부진을 뚫고 재기에 성공한 노경은과 송은범 (사진: 롯데/한화) ⓒ 케이비리포트
최근 KBO리그는 젊은 선수들에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기량이 하락세인 베테랑은 냉정하게 정리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노경은과 송은범은 베테랑의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며 부활했다. 물론 그 뒤에는 생존을 위한 과감한 변신이 수반되었다. 반등에 성공한 노경은과 송은범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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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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