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의심받는 법원... '회피'냐 '기피'냐

검찰, 다음주 초 박병대·고영한 영장 청구 방침... 영장판사 공정성 시비 불거질 듯

등록 2018.11.30 20:39수정 2018.11.3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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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희훈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임박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판사들이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연이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 기각으로 비판받았던 법원이 또 다시 공정성을 의심받을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주 초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전직 대법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검찰은 재판개입·법관사찰 등 혐의가 중대한데다, 이들이 수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신병 확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돼 지난달 구속됐다.

두 전직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사이의 '중간다리'로 사법농단 의혹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각각 2014년, 2016년 연이어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은 이들이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등 박근혜 정부의 관심 재판에 개입하고 ▲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법관들을 사찰해 탄압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을 수 있는 다섯 판사 가운데 3명이 두 전직 대법관 또는 사법농단 의혹에 얽힌 이들과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언학·박범석·허경호 부장판사다.

영장판사 5명 중 3명이...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청사 안으로 향하고 있다. 2018.11.23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청사 안으로 향하고 있다. 2018.11.23 연합뉴스
 
이언학 부장판사는 2009~2010년 박 전 대법관이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으로 근무할 당시 배석판사였고, 박범석 부장판사는 두 대법관이 대법원에서 근무할 시기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과 공범 의혹을 받는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2011~2012년 배석판사였다. 

반면 올해 영장전담판사로 추가 보임된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경력이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은 재판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사건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다. 재판부 소속 판사와 사건 변호인의 연고가 있는 경우 법관이 종종 재배당 신청을 하기도 한다. 지난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맡은 변호인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 소속 판사가 고등학교 동문이자 대학 동기인 게 확인되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바뀌었다.

세 영장전담판사들이 회피하지 않고 사건을 배당받을 경우, 검찰이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기피'를 신청할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 18조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 등의 사정이 있으면 검사나 피고인이 재판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법원은 재판 배당을 다시 판단한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사법농단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기각해 온 이언학·박범석·허경호 부장판사의 경우 (두 대법관들의 영장실질심사도) 불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번 사안이 중대한 만큼 세 법관이 회피하지 않으면 검찰도 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8일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만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조만간 김 변호사를 조사할 방침이다.
#고영한 #박병대 #사법농단 #대법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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