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칸에서 합석한 북녘동포.
신은미
여러 반찬이 상을 가득 메운다.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남편이 고대하던 오징어젓이 없다. 무척이나 실망하는 표정이다. 대신 명란젓이 오른다. 뜨거운 밥 위에 명란젓을 올려 한 입 먹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소주를 반주로 마시던 북녘 동포가 남편에게 연신 소주를 권한다. 여느 북녘 동포와 마찬가지로 온갖 질문을 한다. 우리 부부가 '남조선' 출신의 재미동포다 보니 묻고 싶은 게 많은 것이다.
며칠 전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는 아주 다를 것이며 남북관계도 예전처럼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줬다. "기래야 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외국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니 비교적 국제 정세에도 밝다. "미국은 왜 트럼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냐"라며 우리들도 트럼프에게 투표를 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답해줬다. "조선반도에 관한 한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과는 좀 다르니 기다려 보자"라고 말했지만, 미국을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
창 밖을 보니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두가 수작업이다. 허리가 몹시 아플 텐데 안쓰러워 보인다. 농촌의 기계화가 오래 전에 이뤄졌다지만, 지금은 기름이 모자라 농기계가 쓸모 없어졌다는 것 같다. '어서 경제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할 텐데' 생각이 든다.
기차가 평안남도 문덕군을 지날 즈음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철로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삶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우리 열차를 보면서 정겹게 환히 웃어 보인다.
2013년 8월, 함경북도를 여행할 때의 일이었다. 적어도 반세기는 넘었을, 도저히 굴러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물 트럭 위에 앉아 일터로 향하는 동포들이 우리가 탄 차량을 보면서 손을 흔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었다. 당시 트럭을 보며 가슴 아파 하던 내게 그들의 미소는 큰 위안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이런 트럭이 자주 보이진 않는다. 마치 통통배 가는 듯한 엔진 소리를 내는 목탄차도 이젠 잘 볼 수 없다.
산이 온통 경작지로 바뀐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뙈기밭'이라고 부른단다. 북한의 식량 사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광경이다. 주로 옥수수를 심는데 식량 사정이 나아지고 있어 점차 '뙈기밭'을 없애고 나무를 심고 있다.
농촌의 주택 사정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북한 농촌 주택은 단독으로 된 기와집이다. 수십 년 전에 지어진 주택들을 보수하지 못해 무척 열악하다. 이들을 개보수하기보다는 새로 짓고 있는 곳이 많다. 도시든 농촌이든 건설 붐이다. 10년 후에는 산에 나무가 울창하고 농촌에는 깨끗한 집들이 들어차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