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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신예들의 활약 긍정적이지만... 연이은 패배는 어쩌나

[프로배구] 박은진-이예솔-고민지-하효림 등 신예들 활약에도 인삼공사 7연패

19.01.02 10:48최종업데이트19.0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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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매일 순위가 바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해 첫 날 1위에 올랐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25-21,25-22)으로 승리했다.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가 17득점, 김희진이 13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센터 김수지는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뛰어난 감각을 과시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제치고 다시 선두로 뛰어 올랐다(12승5패).

사실 이날 인삼공사의 완패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으로 이탈한 후 치른 지난해 12월 6경기에서 승리는커녕 단 한 세트도 따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서남원 감독은 강호 기업은행을 맞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문제는 인삼공사의 무기력한 경기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 힘으로 버티던 인삼공사, 알레나 부상 후 연패의 늪
 

알레나가 뛴 경기에서 5승5패를 기록하던 인삼공사는 알레나 부상이탈 후 7연패를 당했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전통적으로 투자에 인색한 구단으로 꼽힌다. 실제로 인삼공사는 지난 2002년 모기업의 민영화가 완료됐음에도 배구단에 대한 투자는 매우 인색했다. 2007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에서 김사니 세터를 영입한 것과 지난해 최은지를 영입한 것이 외부 FA영입의 전부였다. 공기업을 모기업으로 두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정대영, 이효희, 배유나, 박정아를 차례로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로 강 팀으로 도약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인삼공사가 V리그 출범 후 통산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비결은 팀의 전통이 된 탄탄한 조직력과 끈끈한 수비, 그리고 뛰어난 외국인 선수 덕분이다. 인삼공사는 2009-2010 시즌과 2011-2012 시즌 몬타뇨 마델라이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인삼공사는 2013-2014 시즌에도 득점왕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 덕에 봄 배구에 진출했고 외국인 선수가 부진한 시즌엔 여지 없이 하위권으로 밀려 났다.

서남원 감독 부임 후에도 인삼공사가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봄 배구에 진출할 수 있던 것도 알레나라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레나는 2016년 사만다 미들본의 대체 선수로 V리그 무대를 밟은 후 두 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인삼공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알레나를 재지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9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에서 알레나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인삼공사에게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센터 유희옥마저 대상포진 초기증상으로 12월 12일 기업은행전을 끝으로 3주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 주전 선수 2명의 이탈은 인삼공사에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서남원 감독은 연패가 이어지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알레나가 돌아올 때까지 백업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최근 인삼공사의 경기를 보면 컵대회 MVP에 선정됐던 레프트 최은지와 '연봉퀸(3억 원)' 한수지, 그리고 오지영 리베로 정도를 제외하면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인다. 

주전 선수 부상 속 기회 얻은 신예들, 하지만 너무 지기만 한다
 

공수를 겸비한 프로 3년 차 고민지는 채선아와 주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의 신예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대형 신인 박은진이다. 박은진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이주아(흥국생명)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프로 입단 후에도 비슷한 시기에 주전으로 도약해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공격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187cm의 큰 신장을 활용해 세트당 0.40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고 있어 유희옥 복귀 후에도 주전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 5월 백목화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신인 지명권으로 선택한 선명여고 출신의 왼손잡이 라이트 이예솔의 성장 속도도 기대 이상이다. 신장(177cm)은 그리 크지 않지만 최근 주전 라이트로 출전하며 4경기에서 3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알레나가 복귀하면 포지션이 애매해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강한 서브와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은 마치 '꽃사슴' 황연주(현대건설)의 루키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기업은행 시절부터 서남원 감독이 눈 여겨 봤다가 2017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프로 3년 차 고민지도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역시 윙스파이커로서 신장(173cm)이 작다는 약점이 있지만 공수에서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 채선아와의 주전 경쟁이 가능하다는 평가. 박은진과 이예솔, 고민지는 1일 기업은행전에서 나란히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7월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하효림 세터도 최근 조금씩 출전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 이재은은 1987년생으로 6개구단 세터 중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다음으로 나이가 많기 때문에 인삼공사도 차근차근 이재은 세터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하효림은 최근 2경기 연속 주전으로 출전하며 이솔아와의 차기 세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젊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활용과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삼공사의 성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젊은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지만 서로 힘을 모아 세트를 따내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부상에서 회복되고 있는 알레나가 올스타전 전후로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삼공사의 신예들이 이번 시즌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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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KGC인삼공사 알레나 버그스마 고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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