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하이드 공원
김병철
한국과는 조금 다른 호주의 교육
호주는 한국처럼 모두가 대학을 가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기술전문학교를 나와 목수, 배관공, 용접공 같은 기술자가 돼도 처우가 좋아 꽤 큰 돈을 모을 수 있다. 높은 세율과 탄탄한 사회복지 제도 덕에 빈부의 격차도 심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교육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일부지만 초등학교 영재반, 특목고가 있고 엘리트 계층 자녀들이 주로 진학하는 명문 사립학교도 존재한다.
- 집에 있을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집에서 쉴 때는 오전 7시쯤 일어나고, 아이들 데려다주는 일이 많아요. 한국처럼 가까운 곳에 학원이 있는 게 아니라서요. 아이들이 클럽 활동을 하나씩 하고 있는데, 오후에 데려다주는 것도 웬만하면 제가 하려고 해요. 제가 없을 땐 아내가 다 하니까요."
- 학교 수업 외에 클럽활동이 다양하게 있나요?
"학교에서 많이 시켜요. 첫째는 야구를 하고 둘째는 태권도 다니고요. 한국과는 달라요. 저희 형이 (한국에서) 야구를 해서 학원 스포츠를 잘 알아요. 인기 종목이 농구, 야구, 축구예요. 그걸 열살 전후에 시작하거든요.
한국 아이들은 그 어린 나이에 다른 걸 많이 해보지 않고 자기 인생을 정해 버려요.
야구를 잘 못하는데도 시작은 했고, 이미 중학교 과정을 공부 안 하고 야구만 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만들어놓고 고등학교, 대학까지 끌고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 많은 사람 중에 프로야구 주전까진 아니라도 입단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말이죠.
여기는 그렇게는 운동을 안 시켜요. 클럽활동하다가 (운동을) 잘 하면 코치가 제안해요. 동네에서 카운슬(Council) 연합으로, 카운슬에서 시 연합, 그 다음에 주 연합. 그러다가 국가 대표가 되는 거예요. 여기는 이런 식이에요. 그렇다고 공부 안 하는 것도 아니에요. 클럽활동으로 하는 거니까.
한국인 성인 야구클럽에서 뛰는 고3 학생이 있어요. 그 친구는 대학 입학시험 전주에도 와서 경기를 뛰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 학교를 마친 호주 시드니 학생들
김병철
- 교민들은 그래도 대학을 보내려고 하죠? 사교육 시장도 있잖아요?
"대학이 뭐예요. 초등학생부터 OC(Opportunity Classes: 5, 6학년에 시험으로 들어가는 일명 영재반), 셀렉티브 고등학교(Selective High School: 일종의 특목고). 그 리그가 따로 있어요.
(이민자이기 때문에 자녀가 몸 쓰는 일 안 하고 편하게 살기 원해서) 한국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해요. 아버지 세대와 같이 와서 호주에 20, 30년 산 제 또래 분들 중에 변호사도 많고 의사도 많아요."
- 자녀분들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생활은 거의 여기서 한 거잖아요. 아이들은 영어권으로 생각하는데, 부모는 영어가 서툴러서 차이를 느끼는 이민자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거 미국 쪽에서 들으셨죠? 미국은 교육 시스템이 호주와 완전히 달라요. 혹시 호주에서 다문화라는 얘기를 들어보셨어요? (네) 미국에선 들어보셨어요? (...)
미국에선 학교 교육부터 시작해서 '미국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요. 때로는 그걸 보여줘야 해요. 대표적인 게 군대를 가는 거예요. 군대를 다녀옴으로써 비자를 받거나 혹은 불법으로 있지만 사면을 받기도 하거든요.
친척이 미국 댈러스에 살고 저도 미국에서 이야기를 들어서 아는데, 미국 학교에서 다른 말을 쓰면 따돌림을 당하는 첫 번째 이유가 돼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조차 그걸 배격하게 돼요. 미국엔 다문화라는 정책이 애초에 없어요. 단지 이민법이 강화되고 약화되는 것이지.
반대로 호주는 다문화 정책이 있어요. 법으로 지향하고 그걸 좋아해요. 지역 축제하면 각 나라의 음식 만드는 부스를 만들어요. 아이들 학교 선생님이 상담할 때 한국말을 얼마나 쓰는지 물어봤어요. '집에서는 항상 쓴다'고 하니 '계속 사용하라(Keep Going)'고 해요. 너네 고유의 문화니까 절대 버리지 말라고요. 2, 3가지 언어를 하는 건 아이에게도 좋은 거라고.
미국과 다른 점은 그거라고 생각해요. 틀린 건 아니고 많이 다르죠."
- 자녀들이 한국에서 자랐으면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을까요?
"언젠가 EBS <대치동의 아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학원에서 도서관 가는 봉고차에서 아이들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질문이 '어떤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였는데 '공부 잘 하고 성적이 저와 비슷한 친구요'라고 대답했어요. 그 인터뷰를 보고 '나만 생각해서 (호주에) 왔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경쟁이 심한 건 좀 많이 안타까워요.
그렇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여기도 경쟁을 해요. 여기라고 아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고 천국같은 삶을 산다고 전 절대 생각하지 않거든요. 자기들이 갖는 스트레스가 또 있어요."

▲ 김희찬씨
김병철
행복한 이민 생활을 위한 조건
이민을 떠날 땐 한국이 정말로 싫었다. 하지만 막상 떠나고 나니 그리운 곳 또한 한국이었다. 그렇기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희찬씨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외국에서 12년을 살아보니 불행한 이민의 사례도 숱하게 지켜봤다. 그는 이민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이 그 나라와 맞는지 꼼꼼하게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전 인터뷰에서 아이들도 '아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여기 아이들은 부모 직업에 대한 편견이 크지 않아요. 물론 얘들도 알아요. '(저 사람) 변호사래. 대학 강사래' 그렇지만 '우리 아빠 빌더(Builder)야', '우리 아빠도 루프(지붕) 일만 하는데'라고 해요. 그렇게 해도 사는 수준이 비슷비슷하니까요.
'우리 아빠는 차 정비하셔. 맨날 손 더러워'라고 하거나, '우리 아버지 택시하는데 좀 창피해' 하진 않아요. 오히려 '우리 아버지 택시 드라이버야!'라고 하죠.
그게 너무 좋아요. 제가 몸 쓰는 일하고 손이 더럽고 상처가 많아요. 그런 거에 대해서 '아빠는 손톱 끝이 더러워' 그런 얘기 전혀 안 하니까. '오 아빠 일 많구나. 우와~' 이러죠."

▲ 시드니의 한인 밀집지역 중 하나인 이스트우드.
김병철
- 호주에서 정착을 못하는 경우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계획 없이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나이가 좀 있는 부부가 왔었어요. 아이가 경쟁 속에서 공부 안 하니까 아이를 케어하는 아내는 너무 좋대요. 근데 남편은 여기 삶이 싫은 거예요. 한국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가 돈 많이 모아서 왔는데, 친구도 없고 술 마실 사람도 없으니까 싫은 거예요.
돈은 계속 까먹는 거잖아요. 뭐라도 해야 하는데 기술은 없고 남 밑에 들어가는 건 싫고. 한국적 문화가 아직 깔려 있는 거잖아요. 그걸 빨리 버려야 하거든요. '나보고 식당을 하라고?' 이런 분들도 많아요.
그러다가 갈등이 생기면 이혼하고 남자만 한국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여자들은 대부분 안 간다고 해요. 근데 남자들은 못 견디고 떠나는 분들이 은근히 있더라구요."
- 한국이 더 잘 맞는 사람도 있다는 거네요?
"'한국은 너무 안 좋고 헬조선이다. 나가면 무조건 다 된다.' 이렇게 볼 건 아니에요. (나라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너무 안 좋은 쪽만 몰아가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떠나온 배경이 있잖아요. 저는 떠날 때는 한국이 싫어서 떠났어요. 근데 떠나고 나면 그리운 곳이에요. 제가 태어났고, 자랐고, 아내를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둘까지 가진 곳이잖아요.
저는 호주에 살지만 '호주나 캐나다에 가면 무조건 잘 된다.' 그렇게 비치는 것도 좋게 보진 않아요. 주변에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봤거든요. '이민이 답이다. 다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시드니 본다이 해변. 사진=HannahChen/pixabay. CC0 Creative Commons
HannahChen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김병철
▲ 시드니의 노점상
김병철
▲ 시드니는 호주 대륙의 동남쪽에 있다.
구글맵스 캡처
[호주]
- 기본 정보
o 인구 : 약 2394만명(2015년 6월)
o 수도 : 캔버라(Canberra)
o 면적 : 769만㎢ (한반도의 35배)
o 민족구성 : 앵글로색슨 80%, 아시아, 원주민(애보리진) 및 기타 20%
o 종교 : 기독교 67%, 무종교 26% 기타 7%
o 언어 : 영어
출처 : 외교부
- 이민 정보
o 주호주 한국대사관 이민정보
o 주대한민국 호주대사관 워킹홀리데이 정보
글쓴이의 한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과정은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혹은 훈계)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에서 다른 이민자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 책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김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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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부심 "우리 아빠는 우박 피해차 수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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