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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기분 좋게 배신한다" 류준열이 귀띔한 '뺑반'의 반전

[인터뷰] 영화 <뺑반> 류준열, 속내 알 수 없는 신입 경찰 서민재 역

19.01.29 19:19최종업데이트19.01.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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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이 영화 <뺑반> 속 순경 민재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 ⓒ 쇼박스

 
범죄 액션 영화에서 단골이다시피 한 캐릭터 중 하나가 경찰이다. 지위와 계급을 막론하고 사건 현장에 나타나는 이들은 때론 중심인물로, 혹은 주변 인물로 등장하며 영화적 재미를 더하곤 했다. '뺑소니 전담반'을 뜻하는 경찰 은어 '뺑반'을 제목으로 한 영화 <뺑반>은 바로 이 경찰의 속살을 드러낸 작품. 

이중 순경 서민재 캐릭터가 꽤 흥미롭다. 배우 류준열이 맡은 민재는 영화의 초중반부터 등장해 얽혀버린 사건을 해결하는 주역이 된다. 내사과 같은 경찰 내 주류 조직도 아니고, 권력과 거리가 먼 말단 계급임에도 특별한 재능과 집념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식이다. 정치권, 공기관에 각종 로비를 하며 화려한 생활을 이어가는 자동차 회사의 정재철 회장(조정석)과 정 반대 지점에 있기에 영화에서 민재의 각성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있다.  

허술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인형을 쓴 채 근무하는 게 그의 첫 등장이다. "예전에 인형 탈 알바를 했었다"며 류준열은 오래된 아르바이트 경력부터 재치 있게 언급했다. 생소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주변에 경찰 지인도 있고, 예전 경험을 생각하면서 민재에 접근했다"고 그가 설명했다.

"여러 가지를 갖고있는 인물이었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다 보여줄 것인가 숨길 것인가를 고민했다. 영화에 나오는데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는 인물이잖나. 속을 잘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웃는 모습에서도 진짜 즐거운 건지 기분이 나쁜 상태인지 표나지 않아야 했다.

친한 형이 경찰이라 많이 물어봤다. 영화에 자동차 액션이 많지만 경찰 영화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경찰 조직의 딜레마와 정의에 대한 걸 오락적으로 푼 작품인데 경찰의 심리가 많이 궁금했다. 다른 작품에선 거칠고 강함만 강조됐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친절하고 밝은 경찰도 많더라. 감정 노동도 해야 하고. 나름 그런 모습을 담으려 했다."


자동차 추격 자체가 소재인 만큼 류준열은 감독과 상의 후 직접 운전을 고집했다. 조정석, 공효진 등 다른 배우들도 전체 운전 장면 중 90% 이상을 직접 맡을 정도였다. 위험한 순간도 있을 법했는데 이에 류준열은 "오히려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원리들을 직접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열정이 컸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지점에서 류준열은 극 중 상사이자 내사과에서 좌천당한 은시연 역의 공효진과 개성 있는 악당을 소화한 조정석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특히 공효진과는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류준열은 "상대 배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그래서 더욱 (조)정석 선배와 (공)효진 선배에게 감사하다"며 "효진 선배는 한 팀으로 연기하며 재밌는 순간이 정말 많았고, 정석 선배는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인물임에도 불필요한 긴장감을 만들지 않고 편하게 대해주셨다"고 전했다.
 

"친한 형이 경찰이라 많이 물어봤다. 영화에 자동차 액션이 많지만 경찰 영화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경찰 조직의 딜레마와 정의에 대한 걸 오락적으로 푼 작품인데 경찰의 심리가 많이 궁금했다." ⓒ 쇼박스

 
조직의 쓴 맛

영화에선 반복적으로 승진 욕망으로 달리는 인물들과 그런 주류와 거리가 먼 민재를 대비시키는 묘사가 등장한다. 내밀한 경찰 조직 묘사를 나름 표현한 것. 배우로서 이런 조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류준열은 "제가 의외로 대기업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서 어색한 내용은 아니었다"며 "좋은 리더, 그렇지 않은 리더와 선배들이 나오는 것도 감상 포인트"라고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전 조용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일하는 리더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팀원들, 후배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웃음) 전 아직 어떤 리더가 되기엔 거리가 있다. 근데 그런 좋은 선배, 리더가 되는 것이 점점 어려운 것 같긴 하다. 아까 말씀드렸듯 <뺑반>은 경찰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윤리, 그들의 정의를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민재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의는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살면서 순리를 거스르거나 뭔가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을 해도 용납이 되는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영화는 그 지점을 꼬집고 있다. 분명 틀린 일인데 (관례라고) 그걸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순리, 정의라는 단어는 그래도 다른 단어보다 깨끗해야 하고 그 자체만으로 순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뺑반>은 기분 좋게 관객을 배신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로서 선을 넘지 않으려 한다. 범인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가치와 순리를 지키려 했기에 그랬다고 본다. 관객분들도 그 지점을 신선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배우로서도 류준열은 순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열정만으로 수많은 다양성 영화에 참여했고, 그렇게 30대를 지나며 뒤늦게 상업영화계에서 그를 알아봤다. 여전히 <소셜포비아> <글로리데이> 때 맺은 인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그는 "이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관계에서의 노련함을 배워서 열정과 잘 버무리고 싶다"며 "좋은 배우,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뺑반>은 경찰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윤리, 그들의 정의를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 쇼박스

 
류준열은 손흥민의 남자?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후 귀국한 손흥민이 류준열을 가장 먼저 만났다는 사실로 언론은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기도 했다. 평소 축구 관람은 물론이고 실제로 오래 축구를 해온 류준열은 소문난 축구 마니아다. 3년 전 손흥민의 경기를 관람한 뒤 직접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 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 현장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손흥민의 남자라는 말에 류준열은 웃으며 "팬들이 같은 선물을 두 개씩 보낼 때가 있다. 최근엔 흥민씨랑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두 장 보내주셨더라"며 "아마 같이 입으라고 그러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민씨가 영국에 있기에) 몸의 거리는 멀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제게 큰 에너지가 되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건강한 습관,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존경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흥민씨가 평소 10시경에 자길래 저도 자는 시간을 앞당겼다. 배우 일에 도움이 되더라. 또 경기장 밖에서도 책임감이 엄청나고, 선배와 후배 관계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며 저도 영화와 사람을 그렇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류준열 뺑반 조정석 공효진 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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