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퓨처스리그 지배했던 '거포 유망주'의 몰락

[KBO리그] LG 구단 24일 음주운전 적발된 내야수 윤대영 임의탈퇴 결정

19.02.25 09:15최종업데이트19.02.25 09:16
원고료로 응원
LG의 우타거포 기근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가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게 됐다.

LG트윈스 구단은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날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내야수 윤대영에 대해 임의탈퇴 처리를 결정하고 향후 한국야구위원회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임의탈퇴가 공시되면 윤대영은 공시일로부터 1년 간 경기 출전은 물론 야구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인 셈이다.

2013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윤대영은 2015년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특히 경찰 야구단 입대 후 2017년 퓨처스리그 홈런왕에 오르며 LG의 오랜 숙원이었던 우타거포 기근을 해결해줄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인기구단 LG의 간판타자가 되겠다는 윤대영의 부푼 꿈은 단 한 번의 실수와 함께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2017년 퓨처스 리그 홈런-타점왕 독식했던 LG의 우타 거포 유망주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퓨처스 총괄/타격코치)의 외조카로 야구팬들에게 '바람의 외손자'로 불리던 윤대영은 광주 진흥고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2학년 시절이던 2011년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11타수 5안타6타점으로 맹타를 터트렸고 2012년 세계청고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과의 5,6위 결정전에서 쐐기 홈런을 터트리는 등 국제대회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NC에 지명된 윤대영은 7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거포 1루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4년 NC에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라는 거물 외국인 1루수가 가세하면서 윤대영이 1군에 호출될 확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결국 3년 동안 2군에만 있었던 윤대영은 경찰 야구단에 합격을 한 상태로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군입대를 앞둔 선수 중에서는 입대 전 보상 선수나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이적이 결정되면 새 팀에 적응하기 위해 입대를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1군 실적이 전혀 없었던 윤대영은 LG 이적이 확정된 후에도 예정대로 군에 입대했다. 구단에서도 윤대영이 당장 1군 활약을 보장할 수 없는 유망주이기에 군 문제부터 빨리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윤대영은 LG의 기대대로 입대 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2016년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8 13홈런70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윤대영은 안치홍(KIA 타이거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등 1군 스타들이 전역한 2017년 경찰 야구단의 간판타자로 도약했다. 2017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93경기에 출전한 윤대영은 .360의 고타율에 118안타 24홈런 98타점을 몰아치며 퓨처스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독식했다. 

윤대영이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던 2017년, LG는 팀 홈런 최하위(110개)와 팀 타점 9위(663점)로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다. 물론 유강남(17개)과 양석환(14개)이 두 자리 수 홈런을 치며 선전했지만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을 씻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마침 2016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출신 한동민(SK 와이번스)이 2017년 1군에서 29홈런을 때렸기 때문에 2017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윤대영에 대한 LG팬들의 기대도 더욱 커졌다.

선수생명의 치명타로 이어졌지만... 변명의 여지 없는 큰 실수

하지만 역시 1군과 2군 무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윤대영은 작년 시즌 1군에서 단 11경기에 출전해 홈런 없이 타율 .217 3타점으로 부진했다. LG는 작년 시즌 외국인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잦은 부상으로 외야수 김현수가 주전 1루수로 활약하는 등 변칙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 윤대영에게 그리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렸던 우타 거포 1루수 토미 조셉을 영입했다. 윤대영과 같은 포지션에 그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가 들어온 것이다. LG의 호주 시드니 1차 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윤대영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되는 2차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선수단에게 주어진 하루의 휴식일 동안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말았다. 

사실 KBO리그에서 음주운전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사고 중 하나다.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 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 자체적으로 크고 작은 징계를 내리지만 음주운전이 임의탈퇴로 이어진 경우는 삼성 라이온즈의 정형식과 KIA의 손영민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LG에서도 최근 3~4년 사이 정찬헌, 정성훈(KIA 2군 타격코치), 윤지웅(NC)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징계 수위는 잔여시즌 출전 정지가 최대였다.

하지만 LG는 이미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차우찬, 임찬규, 오지환, 심수창이 현지 카지노에 방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상습 도박이 아닌 단순오락으로 판단해 500만원의 벌금과 엄중경고 선에서 징계가 마무리됐지만 LG는 이미 야구팬들에게 한 차례 안 좋은 방향으로 '찍힌' 상태였다. LG가 선수단의 행동거지를 더욱 신경 써야 할 시점에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킨 윤대영에게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임의탈퇴가 공시되면 윤대영은 2020년 2월까지 야구와 관련된 일에 종사할 수 없다. 1년 후 복귀한다 해도 1군 실적이 거의 없는 윤대영이 1군 선수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순간의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기에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윤대영은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가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잠시의 기다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생을 건 어리석은 도박을 하는 선수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LG 트윈스 윤대영 음주운전 임의탈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