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5경기3승1홀드' 이형범, 보상선수 신화 쓸까

[KBO리그] 양의지 보상선수로 두산 이적한 우완투수, 시즌 초반 깜짝 다승 1위

19.03.31 14:39최종업데이트19.03.31 14:39
원고료로 응원
두산이 이틀 연속 삼성을 누르고 일찌감치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5안타를 때리며 4-2로 승리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 2승1패를 기록한 두산은 삼성과의 원정 3연전에서도 2승을 먼저 올리며 산뜻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5승2패). 

두산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던 오재일이 9회초 역전 3점 홈런을 때리며 영웅으로 등극했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포수 장승현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이용찬이 6이닝3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1실점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가운데 4명의 불펜투수도 3이닝 1실점으로 효과적인 투구를 펼쳤다. 특히 8회 2사 후 등판해 강민호를 3루 땅볼로 잡은 이형범은 어느덧 시즌 3승으로 초반 다승 선두로 등극했다.

이원석 이후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었던 두산의 FA 보상 선수

전통적으로 투자에 인색한 두산은 지금까지 팀 내 FA 자격을 얻은 팀 내 스타들의 이적을 막지 못해 팬들의 많은 원망을 들었다. 떠난 선수가 많았던 만큼 보상선수를 지명할 기회도 많았는데 역대 두산 최고의 보상선수 성공사례는 단연 이원석(삼성)이었다. 2008시즌이 끝난 후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한 홍성흔(샌드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필드코치)의 보상 선수로 두산에 지명된 이원석은 8년 동안 유틸리티 내야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원석 이후 두산의 FA 보상 선수들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8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수완은 2010년 8월 17일 SK와이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일약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김수완은 2013 시즌이 끝난 후 최준석(질롱 코리아)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됐지만 두산 이적 후 2년 동안 11경기에 등판해 1승도 따내지 못하다가 2015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다.

보상 선수 성공 사례를 만들고 FA로 이적한 이원석의 보상 선수는 포수 이흥련이었다. 삼성 시절 진갑용과 이지영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다가 두산 이적 직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이흥련은 전역 후 7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활용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박세혁과 장승현에 밀려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민병헌(롯데)의 보상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우타 외야수 백동훈(개명 전 백민기)은 작년 1군에서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222 1홈런4타점을 기록했다. 작년 11월9일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선발 좌익수로 출전해 멀티히트를 치며 깜짝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백동훈은 올해 루키 김대한에게 밀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두산을 대표하던 간판타자 김현수(LG트윈스)의 보상 선수였던 투수 유재유 역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유재유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지명을 받았을 만큼 잠재력이 큰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훗날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는 더 지켜 봐야 하지만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2패 평균자책점 8.50를 기록하며 아직 1군에서는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적 후 5경기 만에 NC시절 통산 승수 돌파한 승리요정 

작년 12월 두산이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선택한 이형범은 지난 2012년 화순고를 졸업하고 신생구단 특별 지명(전체 23순위)을 통해 입단한 NC의 창단멤버다. 2013년 1군에서 2경기에 등판한 이형범은 시즌이 끝난 후 장현식, 강진성 등 팀 동료들과 함께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이형범은 2014 시즌 9승1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박세웅(롯데)과 함께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2015년 6승 4패 ERA 6.35로 주춤한 이형범은 전역 후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2016 시즌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형범은 207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며 야구팬들에게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비록 14경기에서 1승2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07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고 작년에도 4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23경기에서 1승1패 5.17을 기록하며 1군에서 입지를 넓히다가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은 셋업맨 김강률이 작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며 여름까지 복귀가 힘들고 2년 차 우완 곽빈도 작년 10월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30대의 마지막 시즌을 맞는 노장 김승회와 군 전역 선수 윤명준 정도를 제외하면 불펜에 우완 투수가 많지 않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1군에서 37경기에 등판했던 보상선수 이형범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 이형범 투구, 두산도 불펜 가동 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초 두산 두 번째 투수 이형범이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형범은 올 시즌 두산이 치른 7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형범의 초반 기록은 3승1홀드2.70. 아직 시즌 극초반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지만 이형범은 쟁쟁한 선발 투수들을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NC 시절 6년 동안 1군에서 2승을 올렸던 이형범이 두산 이적 후 5경기 만에 통산 승수를 뛰어 넘는 승리를 챙긴 것이다. 

물론 이형범이 지난 5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3.1이닝에 불과하고 타자를 압도할 만한 구위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반 성적에 너무 크게 고무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김태형 감독은 경기 막판 승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형범보다 박치국이나 함덕주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두산이 치른 7경기에서 3승을 챙긴 보상 선수 이형범이 시즌 초반 두산의 '승리요정'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이형범 보상선수 양의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