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남자부 최초 1000블로킹' 배구선수 이선규, 코트 떠난다

[프로배구] 2018-2019 시즌 끝으로 현역 생활 마감, 유소년 지도자로 새 출발

19.05.03 17:07최종업데이트19.05.03 17:07
원고료로 응원
'거미손 센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선규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KB손해보험 스타즈 구단은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V리그 남자부 역대 최다 블로킹(1056개) 기록을 보유한 중앙 공격수 이선규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프로 원년부터 15 시즌 동안 세 팀을 거치며 활약한 이선규는 은퇴 후 KB손해보험 유소년 배구교실의 유소년 육성담당 및 스카우터로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양대 3학년 재학시절이던 지난 2003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전신인 현대자동차 배구단에 입단한 이선규는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거쳐 2016년부터 세 시즌 동안 KB손해보험에서 활약했다. 현역 시절 3개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반지와 4번의 블로킹상을 차지했던 이선규는 현역 마지막 시즌까지 블로킹 부문 10위(세트당0.39개)에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삼성화재 천하' 끝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미손 센터'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던 이선규는 FA 계약으로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 한국배구연맹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선규는 중학교 3학년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2m에 육박하는 좋은 신체조건과 준수한 운동능력, 그리고 뛰어난 체력을 겸비한 이선규는 한양대 시절부터 이미 한국 남자배구를 이끌 차세대 중앙 공격수로 주목 받았다.

이선규는 이종경, 윤종일, 박종찬, 고 김병선, 방신봉 등이 거쳐 간 '센터 사관학교' 현대자동차에 입단했고 2005년 V리그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에 꽃을 피웠다. 대학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윤봉우(우리카드 위비)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트윈타워'를 결성한 이선규는 프로 원년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93개)에 오르며 남자부 최고의 센터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선규가 두 시즌 연속 블로킹왕을 차지한 2005-2006 시즌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10연속 우승을 저지하고 V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선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블로킹 2위(세트당 0.91개), 속공 1위(61.35%)에 오른 2006-2007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의 2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에게 두 시즌 연속 왕좌를 빼앗긴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같은 외국인 선수의 대활약으로 다시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선규는 이와 별개로 매 시즌 블로킹과 속공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다. 2010년12월21일에는 역대 최초로 500블로킹 기록을 달성했을 정도로 이선규는 V리그 남자부에서 블로킹을 상징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선규의 꾸준한 활약과 별개로 현대캐피탈은 번번이 삼성화재에 덜미를 잡히며 2인자에 머물렀고 현대캐피탈은 2013년 FA시장에서 리베로 여오현을 영입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를 강화하면서 라이벌 삼성화재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영입이었다. 그리고 팀의 상징이었던 여오현 리베로를 빼앗긴 삼성화재는 보상선수로 센터 이선규를 지명했다.

KB손해보험의 봄 배구 꿈 끝내 이루지 못하고 현역 생활 마감
 

이선규는 KB손해보험의 유소년 선수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 KB손해보험 스타즈

 
현대캐피탈이 오랜 기간 팀의 중앙을 지켜온 이선규를 보상 선수로 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예 최민호의 빠른 성장 때문이었다(실제로 최민호는 이선규 이적 후 현대캐피탈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선규는 삼성화재 이적 첫 시즌 블로킹 6위(세트당 0.56개), 속공 1위(64.84%)에 오르는 대활약으로 이적하자마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화재는 2014-2015 시즌부터는 로버트 랜디 시몬이라는 괴물 외국인 선수를 앞세운 신생팀 OK저축은행에 밀려 왕조시대를 마감했다. 하지만 이선규는 삼성화재에서 활약한 2015-2016 시즌 센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이선규는 3억5000만 원의 연봉에 고질적으로 중앙이 약한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이선규가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던 2016년,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선규는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물론 KB손해보험에는 전성기 시절의 권영민(한국전력 빅스톰 세터 코치)이나 유광우(우리카드) 같은 확실한 세터가 없어 이선규의 공격력도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블로킹 부문 5위 안에 포함됐을 정도로 이선규의 블로킹 감각은 여전히 탁월했다.

하지만 이선규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KB는 이선규가 활약한 세 시즌 동안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이수황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선규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비록 다가올 2019-2020 시즌부터는 코트에서 이선규를 볼 수 없지만 그가 세운 남자부 최초 1000블로킹, 센터 최초 3000득점, V리그 10주년 BEST7 같은 대기록은 V리그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스타즈 이선규 거미손 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