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규모의 면적에 자동차 42대를 수용할 수 있으며 샤워장, 음수대, 족구장, 피크닉테이블,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캠핑족은 한명도 없었다.
김종술
충남 청양군 동강리 오토캠핑장으로 차를 몰았다. 4대강사업 때인 2012년에 국토관리청이 완공해서 청양군에 운영권을 넘긴 곳이다. 5만㎡ 규모의 면적에 자동차 42대를 수용할 수 있다. 샤워장, 음수대, 족구장, 피크닉테이블,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캠핑족은 한명도 없었다.
관리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었다. '순찰중'이었다. 순찰자에게 연락하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토캠핑장의 썰렁한 벤치에 앉아 청양군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 따르면 청양시가 관리하는 친수구역은 오토캠핑장과 왕진지구를 합쳐 1174k㎡. 4대강사업 때 이 지역의 전체 사업비로 60~7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매년 정부는 이곳의 관리비용으로 3억4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오토캠핑장의 경우 3월말부터 6월말, 9월부터 11월인데 1년에 6000명의 연인원이 찾는다"면서 "차량 대수는 1000대 정도 되고 수익금은 40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취재진이 찾아간 5월 1일은 휴일이고 성수기에 속한다. 하지만 오토캠핑장은 텅 비어있고, 야외에 있는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 이곳의 유지관리 인력이 몇 명인지 물었다. 4명이었다. 결국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하천변에 있어서 물이 차면 위험하기에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돈 보다는 청양군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청양군은 "금강변에 위치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자전거길, 산책로, 인근 백제보 및 왕진나루지구에 조성된 둔치 숲, 나루터, 야외무대 등 각종 문화여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청양군은 2018년 국가하천 유지관리 심사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2019년 사업비 2억 원을 인센티브로 받았다. 이 역시 4대강사업 때 만든 사업성 없는 시설물에 쏟아 붓고 있는 세금이다.
[백제보 수변공원] 유수성 물고기가 없다

▲드넓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쇠말뚝이 박혀있고 차량 출입은 그림의 떡인 전시용 수변공원.
김종술
다섯 번째 취재 지역은 백제보 수변공원이었다. 겉보기엔 말끔했지만, 드넓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쇠말뚝이 박혀있다. 차량 출입은 그림의 떡이다. 콘크리트 산책로는 군데군데 땜질을 했고 일부 도로는 바닥에서 튕겨 올라서 솟구쳐 있다. 강변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뒹굴고 데크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다.
공원에 조성된 거대한 잔디구장. 이틀에 한번 꼴로 찾는데, 이곳에서 볼을 차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산중턱에 자란다는 신갈나무를 강변에 조경수로 심었다. 느티나무 수십 그루는 바짝 마른 상태로 말라죽었다.
'금강청남지구'라고 적힌 안내판에는 46곳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표지판에 적힌 장소 대부분은 습지와 잡초 밭이다. '백제의 향기가 흐르는 백마강'이라고 적인 석조물에는 새들의 배설물로 희끗희끗하다. 백제보가 보이는 강변의 깨진 나무테크에 올라서니 소 오줌 빛으로 변한 강물에서 백제의 향기가 풍기지는 않았다.
어류 관찰대로 향했다. 생태해설 표지판에는 돌마자, 납자루, 밀어, 밀어, 참마자, 피라미, 모래무지 등이 서식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어류 관찰대에서 이런 물고기를 볼 수는 없었다.
돌마자는 수심이 얕고 물이 빠르게 흐르며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린 상류에 사는 여울성 어종이다. 모래무지의 서식장소는 바닥에 모래가 깔린 깨끗한 하천의 바닥이다. 참마자는 물이 깨끗하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의 바닥에 사는 물고기다. 4대강사업 때 모래와 자갈을 퍼내고 백제보로 가로막아 바닥이 펄이 쌓인 이곳에서는 살 수 없는 물고기들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금강을 낀 자치단체에 해마다 100억 원 정도를 수변공원 관리비용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부여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 유람하는 사람이 없다

▲서동호 19톤과 선화호 17톤의 황포돛배 사진만 걸려있는 유람선 선착장.
김종술
이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부여군 시음지구에 있는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선착장과 그 주변에 심은 화려한 조경수, 넓은 축구장 등 한눈에 봐도 4대강사업 때 꽤 많은 세금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곳도 '출입금지'였다.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서동호 19톤과 선화호 17톤의 돛배 사진이 걸려있다. 데크 길을 따라 들어가자 구멍이 뻥 뚫린 채 데크가 부셔져 있었다. 금강수상레저타운의 입구는 두 줄의 쇠사슬이 가로막고 있다. 바지선 안쪽의 철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색이 바란 유람선 운항 노선도에는 신성호 45인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 운행 구간 2km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곳 시음지구 수변공원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됐다. 넓은 공원에는 나무를 심고 축구장과 운동기구까지 설치했다. 그러나 이용객은 없었다. 부여군은 공원 관광객을 유치하여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찾다가 유람선을 운행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면서 선착장을 조성해 줬다. 지난 2일 기자와 통화한 부여군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착장은 4대강 사업으로 공원을 잘 만들었는데, 방치되어 있어서 관광자원을 활성화 시키려고 시음지구에서 (서천) 신성리 갈대밭으로 운항하는 유람선을 개인사업자가 투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서천군에서 돈은 부여군이 벌어들이면서 서천에 쓰레기만 버린다고 해서 신성리쪽에 선착장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생각했던 것처럼 활성화가 안 돼서 안타깝다. 입구에 걸린 황포돛배 현수막은 옛날 사진이다. 지금은 황포돛배는 아니고 일반 유람선으로 운행한다. 지금도 손님만 있으면 운행을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열린 날보다 닫힌 날이 많아서 비정기적으로 운행을 한다. 군에서는 1년에 5~6차례정도 안전관리만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수변 생태공원 조성비로 3조1143억 원이 투입됐다. 4대강 주변 357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금강에만도 92곳이다. '친수 공원'이란 명목으로 만들었지만 이중 대부분은 하루에 10여명도 찾지 않는 '유령 공원'으로 변했다.
[취재를 마치며] 그대로 내버려 둬라
▲인구 7만이 거주하는 부여군엔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공원 5배 크기의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유령공원으로 변한 금강 수변공원 관리를 위해 정부는 해마다 100억 원 가량의 유지관리비를 자치단체에 보내고 있다.
김종술
이 기사가 나가면 혹시 지자체들이 나서서 무너진 데크를 수선하고 길게 자란 풀을 깎으면서 산책로를 정비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원과 시설물들이다. 이곳에 세금을 더 이상 쏟아 붓지 말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4대강에 세운 한 개의 보도 해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세금 낭비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강과 영산강에 세운 5개 보의 매년 유지관리비만도 152억 원이 넘는다. 세금낭비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구상권이라도 청구하고 싶다.
▲강변에 서식하는 주인들이 로드킬로 죽어간다. 사람도 찾지 않는 유령공원은 자연에 되돌려야 한다.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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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만든 '유령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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