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란 풍선과 ‘새로운 노무현’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저자 노무현은 책속에서 꾸준하게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라는 문제에 집착한다. 저자는 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려 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중에는 이해하기 어렵던 이 고집을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적 중립성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이란 누구나 지켜야 하는 철칙이 아니다. 언론, 공무원, 군인 등 일부 직종에게만 요구되는 것이다. 유튜버 유시민은 자신에게 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냐면서, 자신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신념의 자유는 헌법 제19조에 의해 보장되는 자연권이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편가르기가 아니다. 내 양심이 어느 쪽을 지향하는지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국가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보면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상식이다. 그러나 그 상식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신자유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깨달았다. 똑같은 회색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희게도 검게도 보이는 법이다.
신자유주의. 내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 중 하나다. 자유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이제는 '새로움'이라는 개념마저 오염시키려는 단어. 신자유주의란 보수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라고만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진보의 변용으로 볼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보수의 변용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최소한의 복지를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진보의 변용인 신자유주의는 '현실과의 타협'이다. 회색이라는 색깔은 밝아진 검은색이기도 하지만 어두워진 흰색이기도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결국 회색분자다. 중도적 진보나 중도적 보수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르나, 더 왼쪽이나 오른쪽에 선 사람들에게는 사이비일 뿐이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지난해보다 11%나 올랐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고, 1만 원 목표를 포기했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 8350원은 진보, 보수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다. 보수주의자는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존재하고, 그게 또 지난해보다 11%나 올랐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진보주의자는 생활임금으로 가는 최소한의 보루를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완성된 책 아닌 <진보의 미래>
타산지석이란 말을 난 참 좋아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내가 실천하기에 이 개념은 참으로 멀다. 진정한 진보라면, 저쪽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보수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입장에서도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다른 방향에서 관찰하지 못한 것은 내 상상력의 경계가 지독하게 좁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렇게 깨달음을 던져주는 책이야말로 참스승 아닐까.
<진보의 미래>는 완성된 책이 아니다. 진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어떤 연구와 조사를 해야 할지 적어본 메모 모음이다. 이 책이 완성됐다며 아마 1000쪽은 됐으리라.
이 책은 '지도'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역사의 진보를 위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라서가 아니라,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위에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렇다.
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지음,
돌베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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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오마이뉴스 이슈취재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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