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개월 후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마음 편히 회사 일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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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말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되어 급히 수술을 하고 몇 개월 동안 회사를 쉬어야 했다. 휴직을 하기 전 담당하고 있던 업무들은 동료들에게 인계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으나 잠시 동안은 일에서 벗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 공들이던 프로젝트를 다른 이에게 넘겨줄 때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미안함, 시원함, 아쉬움이 섞인 감정을 뒤로 하고 잠시 일을 쉬고 있다. 그런데 회사를 떠나 있음에도 그동안 스트레스가 되었던 단톡방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휴직을 할 때만 해도 회사일은 홀가분하게 툴툴 털어버리고 잊고 있다가 건강을 회복한 후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몇 개월 후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마음 편히 회사 일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휴직 중임에도 업무용 단톡방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고 있던 일에 대한 감각을 잃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다. 단톡방 대화라도 따라가며 진행되던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어떤 새로운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지 수시로 지켜보게 된다.
다른 한편으론 회사에서 자리를 비운 동안에 나라는 존재가 잊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하던 일들을 인계받은 동료들이 하고 있기에 회사에 돌아가면 다시 그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 염려된다. 물론 휴직 전에 하던 일이 정말 하기 싫었다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대신 일을 맡은 동료가 나보다 더 잘 하고 있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도 솔직히 있다.
때문에 내가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단톡방에 오갈 때면 한 두 마디 거들게 된다. 어찌보면 휴직을 하고 있어도 조직구성원들에게 나의 존재와 역할을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며 간청인 것 같기도 하다. 휴직을 하기 전엔 동료들의 물음이 귀찮기도 했는데, 내 일을 인계받은 동료가 단톡방에다 내게 질문을 하면 반가운 마음도 든다.
일터를 떠나 있음에도 업무용 단톡방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회사라는 존재의 구속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입사 초기엔 '이 회사 아니면 회사가 없나?'라는 말도 주저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새 회사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가 된 지금은 좀 다르다. 아래로는 도약하는 후배들, 위로는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선배들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회사에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선후배 중간에 끼어 나의 위치와 역할이 불안해지는 시기이기도 한것 같다. 이런 때에 회사에서 자리를 비우고 있기에 일을 쉬고 있음에도 일이 쉬어지지 않는다.
휴직 기간이 좀 더 길어지면 이와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까? 아마도 기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회사에 발을 담그고 있는 한 업무용 단톡방에서도 발을 빼지 못할 것 같다. 아,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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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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