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대법원 청사.
권우성
- 재판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재판 중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재판에 임하는가'가 매우 중요했다. 구속되면서 바로 단식에 들어갔다. 국가보안법을 거부하면서 법 자체도 거부한다고 했는데, 재판을 받는 것이 법을 인정하는 것처럼 되는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변호사는 만약 재판을 받게 된다면 몸을 회복해 재판에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판을 결국 받기로 한 순간, 방어가 아니라 꼭 이겨야 한다는 것이 재판의 목적이 되었다.
검찰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쓴 것에 국가보안법 위반을 걸었는데 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틀을 '창작의 자유'라는 틀로 바꿔보고자 했다. 창작의 자유라는 틀로 검사도 설득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다시 정하고자 했다. 변론 과정에서 예술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하나씩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 사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찍었다는 등 창작이라는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설명했다.
'지뢰밭에서 지뢰를 찍을 때 혹시라도 지뢰를 밟을 수 있어서, 사진이라도 살리자는 마음으로 사진기를 던지고 디딤돌을 밟고 나왔다는 과정 등을 설명했다. 창작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들을 했다. 나중에는 판사가 자기도 모르게 '아...'하면서 감탄했다. 그때 창작의 자유로 재판의 룰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또 하나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였다. 북한의 책을 연구했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대출하는 북한 책을 신청을 해보았다. 검찰이 문제 삼았던 책들을 전부 신청했는데 일주일 후 국정원에서 책을 받으러 오라고 이메일이 왔다. 검찰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적표현물 소지'는 이적의 목적으로 활용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인데 나는 그 책을 이용해 학술 활동을 했을 뿐이었다."
-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근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기본적인 철학적 배경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외부에 있는 적을 내부로 끌어오는 것이다. 세상을 볼 때 보통 나와 세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밖에 있는 세계를 나에게 심어놓은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우리 사회에 적이 있다. 그 적이 현재 안에 들어와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합법적인 활동 영역 내에서 내부의 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국가보안법을 돌이켜보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종북이라는 프레임의 문제가 크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북한'과 '국가보안법'을 빌미로 일어났다. 통합진보당 사태도 마찬가지다. 진보적인 사람 중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문제로 닥쳤을 때 북한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에 대해 현실적으로 거부하고 분열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표방하는 명문과 내면의 심리가 달리 작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다. 국가보안법 반대 투쟁은 국가보안법 자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보안법을 없애도 반공적 분위기가 계속 살아있다면 또 다른 이름의 국가보안법이 생길 수 있다. 법 자체를 없애는 것도 첫 단계로 중요한 목표지만 이 체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 마지막으로 우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청년이라면 대학생뿐만 아니라 취준생, 직장인 등 많은 20·30세대가 힘든 삶을 겪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청년들이 문제가 있다'라고 계속 떠드니까 청년들 스스로 문제 덩어리인 것처럼 느끼고 있다. 사회는 청년들한테 특별히 해준 것도 없으면서 자꾸 청년들한테 문제라고 한다. 그것도 어찌 보면 사회가 테두리 쳐놓는 편견일 수 있다. 오히려 청년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 세계는 사람을 끊임없이 수동적으로 만든다. 수동적으로 만들어야 통치가 편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힘든 상태다, 수동적이어야 잘 이해한다'고 하니 정말 수동적으로 변하곤 한다. 그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왜 삶이 어렵지? 내가 왜 이 고통에 수긍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근본적으로 가져보는 것부터가 오히려 여러 가지 부분적 대안들로 현실을 땜질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시우 작가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특수하다. 도주를 비롯해 국가보안법이라는 프레임을 창작의 틀로 바꿔 승소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또한 자신을 비롯해 가족들까지 장기간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이시우 작가의 바람대로 국가보안법은 법 자체의 폐지부터 국가보안법 체제라는 사회 자체가 변화해야 할 것이다.
[기획 / 문재인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논하다]
① 국가보안법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 http://omn.kr/1jn4t
② 평양냉면 칭찬? 마음만 먹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 http://omn.kr/1jn5e
③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 http://omn.kr/1jn4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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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도 감탄한 명연설, 재판정을 뒤집어 놓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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