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 "종북세력 국정원을 흔들지 말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2014년 3월 22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 앞에서 간첩 혐의자 유우성 및 종북 정당 규탄 맞불 집회를 벌였다. 이날 이들은 "재판중인 국정원 댓글 사건을 앞세워 국정원을 무력화시키고 1년 동안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아 국정원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한 범법행위들이 국정원에 의해 자행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일은 무엇인가?
"구속됐을 때 영치금을 넣어줄 가족이 한국에 없었다. 우표조차 살 돈이 없었다. 국가보안법으로 잡혀들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가족도, 돈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국정원이나 정부를 상대로 변호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서 변호사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나도 초반에는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간첩으로 잡히면 증거에 기반한 게 아니라 간첩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든다. 어떤 항변을 해도 국가라는 그 큰 조직이 나의 말을 무시하고 제시하는 증거에 나를 끼워 맞춘다. 형사 재판 중 언론은 연약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꺼렸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보름 정도 혼자 조사를 받은 후 내가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에게 민변 측 변호사들을 소개받았다. 이후 이들이 나를 변호해줬다."
- 한국 사회에선 무죄판결을 받았어도 국가보안법과 엮여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인 편견을 벗어나기 힘들다. 유사한 경험이 있는지? 본인을 편견으로 대했던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사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저 사람이 간첩이다'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날 다 무서워했다. 도움을 받거나 응원을 받기는커녕 이미 간첩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정말 힘들었다. 국가보안법의 형량은 평균 7년~8년, 많게는 30년이다. 그 형을 살고 나오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자식들은 부모가 간첩이라는 이유로 사회 진출이 힘들어진다. 말 그대로 풍비박산 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내가 억울하게 보낸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보상받을 수도 없다.
잘못된 언론도 많다. 북한이 당장 쳐들어온다든가 하는 북한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는 보도를 많이 한다. 계속해서 북한을 괴물로 만들고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잘못된 보도로 인해 '국정원도 무슨 증거가 있으니 저 사람을 잡아간 것 아니냐'라는 인식이 퍼졌다. 현재 나는 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가려 하고 있다.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그게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간첩 조작을 했던 사람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높은 위치의 공직자도 있다. 늦게라도 이들을 처벌해야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 굳이 나를 위한 것,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간첩 조작을 하고 가학 행위를 했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명예를 부여하고 포상을 줬던 부분들은 모두 낱낱이 밝혀내고 회수해야 한다. 변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른다면 조작 사건이 또 일어날 거고 피의자들은 그걸 공로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예방될 리가 없다."
-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생겨난 본인에 대한 오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TV조선과 채널A는 '간첩이 자료를 북에 넘겼다' '누군가가 북한에서 (유우성을) 봤다' '혹은 봤다는 말을 들었다' 등의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을 '누군가 제보를 해왔다'라면서 보도를 했다.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소송을 해 이겼지만, 해당 방송사들은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 시간에 10~15초 동안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라고 띄우는 것으로 끝냈다. 한두 달 동안 메인에 띄워놓고 보도하던 이 잘못된 사실들을 몇 초에 정정 보도로 끝낸 것이다. 오해가 풀리지 않은 채 끝나버린 게 억울하다."
- 어렵게 남쪽까지 왔는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혐의를 덮어쓰게 되었다.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닐 거라고 생각된다. 북쪽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함과 동시에 그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더 이런 일을 쉽게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에서 조작을 해도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은 당하지 않는다. 반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그 먹잇감이 된다. 나뿐만 아니라 탈북자 20명여 명도 간첩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정확하진 않다. 나는 그 모든 사람이 다 간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작된 사건들이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어떤 지위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조작되는 건 본 적이 없다. '법은 본래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제재해야 하는데 오히려 약자를 버려두고 강자를 보호'하고 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 탈북자들이 남한에 내려왔을 때 국정원이나 국가기관은 어떤 조처를 하나?
"합신센터라는 곳에서 3개월 정도 조사를 받는다. 지금은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그곳에서 간첩인지 밝히는 과정을 거친다. 탈북자들은 죄를 지어 한국에 온 것이 아닌데 구속된 상황 속에서 조사를 받는다. 대한민국 법상으로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국민이다. 지나가는 국민 붙잡고 3개월 동안 조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보호도 전혀 받지 못한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10년 전 내가 한국에 왔을 때는 그랬다. 현재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변하지 않은 채 그런 환경에서 조사를 받는다면 간첩으로 조작하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가족과도 단절되고 변호사 선임도 불가능하고.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이니깐 말이다."
적폐청산 없이는 국가보안법 폐지도 불가능하다

▲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성호
- 민주주의가 정착한 2010년대에 이런 노골적인 국보법 조작사건이 존재한다는 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사건의 피해자로서 우리나라에서 간첩 사건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점이 있다면?
"간첩 조작을 앞장서서 했던 사람들이 떵떵거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아, 간첩 조작하면 잘 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조작을 했던 주체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간다면, 오히려 더 높은 지위를 갖고 살아간다면, 앞으로도 조작을 하려는 사람들이, 조작을 당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 피해자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한 것도 모자라 외교 문서를 위조하는 등 이 사건에서 국정원은 불법적 사건 조작의 끝을 보여주었다. 근절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지?
"국정원에는 해마다 간첩 수사를 위한 예산이 나온다. 그 예산을 쓰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계속해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국정원을 간첩 잡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본인들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국정원이 꼭 간첩만 잡으라는 법은 없다.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첩을 잡아서 이슈를 만드는 것보다 국가의 유지를 위해 국정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선 난민 문제가 논쟁거리가 되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국적이나 민족 상관없이 모두 다 난민이라고 생각된다. 난민(이방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일부 국민은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일부는 우리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왜 난민에게 우리 것을 내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우리도 일제에 강점된 시기가 있었다.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순수하게 우리 힘으로 독립을 끌어냈던 건 아니었다. 남북 전쟁이 있었을 때도 UN군의 지원 등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우리보다 어려운 국가의 국민을 외면하는 건 선진국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노력을 끊임없이 했던 것이 맞기에 그걸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누는 모습까지가 더 보기 좋은, 선진국다운 모습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수많은 난민이 추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는 힘을 보태주는 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다."
- 국가보안법 사건이 아직도 많이 자행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청년층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이나 간첩조작사건에 관심이 없다. 왜? 나한테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를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국가보안법에 따라 피해를 보고 있다. 언론이든 어디서든 국가보안법 혹은 간첩사건을 접했을 때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어떤 간첩이 생김으로써 그 간첩이 사회에 주는 충격을 젊은 층에서도 다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장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북한을 조금이라도 옹호하는 발언을 한다면 청년들도 국가보안법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상식적이지 못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시스템을 허물고 나아가려면 한사람이라도 더 참여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최근 남북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 상황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나 소망이 있는지?
"종전이 돼 남북한이 서로 교류만 할 수 있다면 통일이 반 이상은 된 거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미국 눈치만 보고 거기에 따라갈 필요는 없다. 중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을 따라가는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은 건 좋다, 나쁜 건 나쁘다'라고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하든 간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하고 우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이랑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결국은 한반도에서 전쟁하는 것인데 우리 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한반도 전쟁은 명백한 한반도의 위기이다. 아무리 미국이 전쟁하고 싶어도 우리가 중심을 잡고 버티면 한반도 전쟁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정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 또한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힘을 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억울한 것만큼이나 비참한 것이 없다. 유우성씨는 재판과정에서 내내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국가는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적으로 대했다. 한국사회의 폐쇄성은 이방인을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체제는 이를 정당화하고 체계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사회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체제를 통해 기득권을 누리며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던 책임을 져야 한다. 적폐청산 없이는 국가보안법 폐지도, 평화도, 화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기획 / 문재인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논하다]
① 국가보안법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 http://omn.kr/1jn4t
② 평양냉면 칭찬? 마음만 먹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 http://omn.kr/1jn5e
③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 http://omn.kr/1jn4v
④ 판사도 감탄한 명연설, 재판정을 뒤집어 놓은 사진작가 ☞ http://omn.kr/1js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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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댓글조작 묻으려 간첩 조작... 가장 끔찍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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