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는 왜 공공도로 지하를 탐냈나

[주장] 지하도로 점용 불법 논란 깊게 들여다 보기

등록 2019.07.04 08:29수정 2019.07.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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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 지유석

 
교회가 지상파TV 저녁뉴스에 첫 번째 주제로 보도됐다. '사랑의교회' 이야기다. 칭찬받는 일이라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다. KBS <뉴스9>은 6월 27일, 28일 이틀 동안 뉴스 첫 주제로 사랑의교회 건축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공공도로 지하 불법 점용 논란에 대해서 보도했다. 6월 27일에는 3개, 6월 28일에는 4개의 뉴스가 나갔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랑의교회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사랑의교회는 2019년 6월 1일에 느닷없이 헌당식을 열었다. 교회는 2013년 11월에 서초역 앞에 새 건물(서초예배당)을 완공하고 이를 자축하는 '입당 감사예배'를 진행한 이후 지금껏 사용하고 있었다.

헌당식은 무엇인가? 개신교의 관행에 따르면 건축과 관련된 부채를 모두 갚았을 때 건물을 하나님께 온전하게 바친다는 의미로 진행하는 일종의 '세리머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짓는데 총 3001억 원을 썼는데 은행에서 876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빚을 다 갚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헌당식에서 빚을 모두 갚았다는 기쁜 소식은 없었다.

공공도로 지하 불법 점용 논란... "수도관과 같이 필요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다"

사랑의교회는 서초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서초역 앞 땅을 1175억 원에 샀다. 그런데 당초 6000여 석 규모의 예배실을 만들려고 했던 것과 달리, 구입한 땅에는 4500석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견적이 나왔다. 사랑의교회는 공공도로 지하를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리고 서초구청에 허가를 신청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구청 치수과는 하수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부지라면서 반대했고, KT와 서울도시가스도 설비들이 매장돼 있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결과는 사랑의교회가 원하는 대로 됐다. 서초구청은 교회 건물 중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기부받는 대신 공공도로 지하 점용을 허락해줬다. 그 결과 사랑의교회는 지하에 6500석 규모의 예배실을 건축할 수 있었다. 기네스북에는 사랑의교회 예배실이 세계 최대의 지하예배실로 등재돼 있다.

사랑의교회 신도이기도 한 이혜훈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서울 서초갑)은 2010년 6월 사랑의교회 서초예배당 기공식에서 "날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박성중 당시 서초구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서울 서초을)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경로로 여러 군데에서 요청이 있었다, 전 청와대 인사도 있었다"라며 사실상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2011년 서초구민 294명은 서울시에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서울시는 구청의 허가가 위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황일근 당시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과 건축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교회 일각에서는 공공도로의 지하 점용을 포기하고 예배실을 작게 짓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오정현 담임목사는 "건축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오정현 목사는 교회를 '영적 공공재'로 지칭하며 "서울시가 뭐라 하든 누가 뭐라 하든 사회법 위에 도덕법이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 100~200명이 난리를 치고 행정소송을 한다는데 서초구에만 우리 교인이 2만 수천 명이 있다"라고 말했다. "결사적이 돼야 한다, 영적 배수진을 쳤고 출사표를 던졌다"라는 선동 발언도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아예 지하도로 허가권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사랑의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영적 배수진 작전'은 성공을 거두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2016년 5월, 이 사건이 주민소송 대상이 맞다면서 사건을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교회 건물이 '공공재'라는 사랑의교회의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개신교 매체인 <뉴스앤조이>에 보도된 판결문 일부를 옮겨온다.

"사랑의교회 예배당의 수용 인원을 늘리기 위한 도로의 점용은, 교회가 비록 비영리단체이며 지역 발전을 기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하지만, 이 시설이 일반 시민에게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관과 같이 필요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통 유발을 초래한다 하여 지구 단위 계획 결정 시 제한되는 업종의 시설로도 지정되는 점을 볼 때 공익상의 시설로 인정되지 않는다. 아울러 예배당(본당)은 신도가 되면 일정 시간에 이용할 수 있지만 보통의 시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용 시설이라 할 수 없다." (2016년 5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진행된 1심과 2심은 지하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대형교회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따갑게 꼬집었다. 역시 <뉴스앤조이>에 보도된 판결문을 옮겨온다. 

"참가인(사랑의교회)은 이 교회를 건축함에 있어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도로 지하 점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참가인이 도로점용 허가를 추진한 데에는 '대형 교회를 지향하여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볼 여지도 있다."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조은희 서초구청장, "영원히 허가 계속" 부적절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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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초구청장. ⓒ 서초구청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사랑의교회는 서둘러 대규모의 헌당식을 진행했다. 공공도로 지하 점용을 기정사실화 하며 법원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호화롭게 진행된 헌당식은 인파로 인해 6500석이 가득 찼고, 해외의 유명 신학자가 와서 설교를 했다.

정치인들도 한가득 와서 축사를 내놨다. 결집된 표가 애달픈 정치인들로서는 꼭 필요한 자리였을 수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문제 발언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서초구청장으로서 진행 중인 재판의 피고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제 서초구청이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널리 널리 퍼지게 하도록 점용허가를 계속 해드리는 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열심히 하겠다는 건가? 논란이 일자 서초구청은 '단순한 덕담'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 중인 피고인이자 공정한 행정을 책임져야 할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 문제 발언을 <뉴스앤조이>가 최초로 보도했고, 결국 공중파와 일간지 뉴스가 앞다퉈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조은희 구청장 발언에 대해 감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범이라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부임 이후 각종 문제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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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 이희훈

 
사랑의교회는 1978년 고 옥한흠 목사가 강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서 신도 9명과 함께 개척했다. 옥한흠 목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길러내는 제자훈련에 집중했다.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옥한흠 목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신도 수가 급증했다. 1981년 이름을 지금의 사랑의교회로 바꾸고 1983년 교회 건물(강남예배당)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교회 건축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자 교회는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예배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마당으로 만들어 개방하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냈다. 강남예배당은 1985년에 완공돼, 2013년 11월 서초예배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약 28년 동안 사용됐다. 

사랑의교회는 서울 강남지역의 초대형교회였지만 다른 대형교회와는 결이 달랐다. 사랑의교회의 대형화는 목적이 아니라 제자훈련의 결과에 가까웠다. 생전에 옥한흠 목사는 교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것을 염려했고 두렵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형교회의 문제점이 늘어나던 시절, 사랑의교회는 큰 문제가 없었고 모범적인 교회로 여겨졌다.

2003년에 옥한흠 목사는 정년은 5년 앞두고 돌연 은퇴를 발표했다. 후임으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남가주사랑의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오정현 목사가 선정됐다. 옥한흠 목사는 후임자에 대해 스타일은 다르지만 정신, 즉 제자훈련에 대한 열정이 같기 때문에 더 좋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형교회 세습이 본격화되던 시절에 사랑의교회의 리더십 교체는 역시 모범적이라고 평가받았다. 

안타깝게도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 이후 사랑의교회에는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교회는 건축을 놓고 갈등이 생겼고, 이는 곧 오정현 목사 개인에 대한 논문 표절, 학력 위조, 재정 유용 의혹으로 이어졌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를 조직했다. 갱신위원회는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교회가 소속된 예장합동 교단 목사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25일 대법원은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교단 목사가 아니라고 확정 판결을 했다.

공교롭게도 교단에서는 그 직전에 단기 코스를 열었고 오정현 목사는 교단 목사 자격을 얻었다. 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서초예배당을 드나드는 대다수 신도들은 오정현 목사를 여전히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서초예배당의 공식 명칭은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arang Global Ministry Center)다. 오정현 목사는 이곳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2010년 6월에 열린 기공예배에서 오정현 목사는 "3년 내 건축을 완공해 글로벌 교회로서 준비하고, 5년 내에 중국 교회에 대한 소명을 감당하고, 7년 내에 통일을 준비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앞으로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중국 교회 본부가 있는 상해에서 기독교 지도자들 1000~2000명이 배를 타고 반포에서 내려 사랑의교회에서 예배하게 될 것"이라고도 호언장담했다.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대체 왜 지하를 탐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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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지하예배당. 사랑의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헌당의 사명은 생명력 있는 공간을 공공재로서 이웃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등의 홍보 문구를 볼 수 있다. ⓒ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법원은 곧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불법 점용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지금으로서는 도로점용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이 확정되면 예배실 일부를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 데 391억 원이 들 예정이다. 아니면 매년 수십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 비용을 서초구청에 청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초구청 도로점용허가처분에는 도로 점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은 허가 받은 자가 지도록 돼 있다.

옥한흠 목사는 생전에 오정현 목사에게 편지를 보내 '왜 권력과 밀착하려고 하는지' '밖으로 귀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지' '부자교회의 허세를 부리는 것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는지' '밖으로 도는 시간을 절약해 불쌍한 사람들과 울고 웃어주는 목회자가 진정한 주의 종이요 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나도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오정현 목사는 왜 그렇게까지, 공공도로 지하를 탐냈을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박제민씨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입니다.
#사랑의교회 #공공도로점용 #조은희 #서초구 #서초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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