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인 전시마저 탄압한 일본... "도를 넘었다"

[현장] 24일, 한국 인권 예술가 및 정의기억연대 합동 기자회견... "일본 억압, 셀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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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주(play224)사진권우성(kws21)등록 2019.07.26 21:2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활동 방해하는 일본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일본 규탄 함성 높아진 수요시위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1,397번째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최근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했다. ⓒ 권우성

 
일본이 한국 예술가들의 해외 전시를 탄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0일 독일 도르트문트 내 탄광박물관에서 열린 <보따리전>이 전시 첫날부터 일본에 의해 '강제 철거 위협'을 받았다는 것. '일본군 성노예와 여성인권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일 작가들이 합심해 열린 이 전시회에서는 평화의 소녀상과 김복동 할머니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24일 오전 11시 <보따리전>에 참석한 약 6명의 작가들과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가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보따리전은 독일에서 3년째 열리고 있는 여성 인권 관련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김복동 할머니를 그린 작품, 아베 풍자 작품 등이 포함됐어요. 그런데 전시 첫날, 탄광박물관장이 오더니 갑자기 일부 작품들을 철거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첫날 작품들이 전부 철수됐어요."

<보따리 전> 대표 작가 고경일 상명대 만화학과 교수의 발언이다. 이날, 그를 포함한 <보따리 전>참가 작가들은 극심해진 일본의 탄압을 고발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사논란 및 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대립이 커져서 생긴 여파로 보여진다. 고경일 교수의 고발은 이어졌다.

"철거 이유를 물으니 관장이 '이 작품들을 치우라고 위에서 질책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에게 누구에게 질책을 받았느냐고 묻자 박물관 총책임자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럼 여기서 의문이 남죠. 그 총책임자는 누구에게서 질책을 받은 걸까?"

고경일 교수는 "전시회 때까지는 그 대상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박물관장도, 총책임자도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당시에는 어떻게든 전시를 성사시키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박물관장과 자체적으로 계속 토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 과정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닌 작품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며  "어떤 형태로든 예술작품 철거를 감행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보따리 전>은 우려할 만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첫날, 독일 박물관 측과 작가들 간의 수차례 토론 끝에 전시회는 예정된 3일 그대로 진행된 것이다. 철거를 종용받았던 일부 작품들도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고경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따리 전>이 끝난 후, 독일 뒤셀도르프의 일본총영사, '마사토 이소'가 탄광박물관 총책임자와 관장을 불렀다"며 "이들에게 면담을 요청해 우리 전시회를 연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번 전시의 주최인 독일 또한 한국의 이해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으므로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따리전>프로젝트팀이 첨부한 자료에 따르면 이소 총영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스스로 참여했다'고 표현하는 등, 박물관장과의 면담과정에서 편향적인 역사를 주장한 것이 언급됐다.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식민국가로 일본과 함께 전쟁에 참여했고, 더불어 '위안부'도 스스로 참여한 것이다... (중략) 일본 정부는 20년전부터 사과를 위해 노력했으나 특정 그룹에 의해 거부됐다. (일본은) 2015년 합의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생존해 있는 피해여성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재단금을 출연했다"

앞선 발언이 보도자료에 첨부된 이소 총영사의 발언이다. 이어 관련 자료에는 이소 총영사가 <보따리 전> 참여 작가들을 향해 '극단주의자'라 표현한 것도 언급됐다.

고경일 교수는 "이소 총영사가 '8년 전부터 한일관계가 악화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일부 작가들을 포함한 한국의 '극단주의자'에게 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일본 규탄 함성 높아진 수요시위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1,397번째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최근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했다. ⓒ 권우성

  

일본 규탄 함성 높아진 수요시위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1,397번째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최근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했다. ⓒ 권우성

 
일본과 선 그은 독일박물관장 "독일은 과거사 책임 인정해... 일본과 달라"

하지만 이소 총영사의 행동은 도리어 독일 측의 반발을 낳았다. 고경일 교수는 "총 책임자가 말하길, 일본총영사의 관심이 평화의 소녀상이 탄광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독일은 일본과 달리 과거 나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자체적인 문화에 구현했다고 말하는 등, 선을 긋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따리전>을 초대한 주최 측은 이번 일본 측의 대응에 비판하며, 9월에 진행될 2차 전시를 지원하겠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조각가도 현장을 채웠다. 두 사람도 <보따리전>에 함께한 작가다. 김운성 조각가는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할 때도 그렇고, 매 해외예술활동을 할 때마다 왜 이렇게 탄압받고 방해받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예술 활동을 할 뿐이다. 예술을 탄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일본 대사가 '모든 소녀상을 없애겠다'고 했던 것처럼, 일본의 방해공작은 늘 있었다"며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하거나 방해하는 것을 물론, 법적 소송을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운성 조각가가 언급한 일본 대사의 발언은 일본 외무성 차관, 스기야마 신스케의 것이다. 2017년 12월, 미국주재 일본대사로 임명된 그는 "미국 전역 도시를 다니며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도록 설득하고 미 정부와 대화를 강화하겠다"고 결의를 보인 바 있다.

김운성 조각가는 "지금 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일본 측의 방해공작이 수차례 있었다"라며 "하지만 일본 측에서 관련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공식적으로 비판할 수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증거가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 일본... 피해자 인권 침해에 앞장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운성 조각가가 말한 '일본의 수차례 방해공작'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 이사장의 입을 통해 언급됐다. 그는 약 10분간 해외에서 겪은 총 9가지의 피해사례들을 쭉 읊었다.

그는 "(일본이) 미국 솔즈베리대학교 평화비 건립 방해, 미국 글렌데일과 호주 시드니 평화비에 대한 소송·진정 제기, 필리핀 기림비 철거 종용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지역에서 평화비 철거를 위해 부당한 개입과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들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다, 인종차별을 조장한다,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일본 기업들을 철수시키겠다'는 비상식적인 이유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고발했다.

윤미향 정의연 대표는 "2015년 합의 이후 일본의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공항에 몇 시간씩 억류당했다"며 "2015년 한일합의의 부당함을 설명하기 위해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활동을 진행할 때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직접 겪은 위협을 증언했다.

"일본은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이면서, 인권회복을 위해 앞장서는 게 아니라 피해자 인권 침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더했다. 이어 "현재 일본은 우리 단체(정의연)를 비상식적인 단체로 몰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사과했음에도 불구, 우리가 그것을 부정하고 억지 부리고 있다고 한다더라. 우리는 이런 행태 고발하고 국제 여성연대, 국내외 시민연대를 통해 일본정부 규탄할 예정"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택배노동자들 '유니클로 배송거부' 선언 과거사 반성없는 아베정권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택배노동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유니클로 배송거부 기자회견을 열였다. ⓒ 권우성

 한편, 이날 <보따리전> 전시팀과 정의연이 자리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정부 규탄 집회가 연이어 진행됐다. 오전 11시에는 택배노동자들이 모여 유니클로 배송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12시에는 제 1397차 수요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약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경제보복 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며 한 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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