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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출신' 여자배구 유망주 공윤희, 아쉬운 퇴장

[2019-2020 V리그] 고질적인 리시브 약점 극복 못한 전체 1순위 출신 유망주

19.09.09 12:07최종업데이트19.09.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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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6개 구단과 배구팬들의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며 고교 시절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명성이 자자하던 원곡고의 이주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선명여고의 박은진, 정호영(KGC인삼공사), 경남여고의 정지윤, 중앙여고의 이다현(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같은 거물 신인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드래프트의 승자는 최소 수 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최근 2년 동안 주사위 운이 가장 좋았던 팀은 단연 인삼공사였다. 지난 시즌에 뽑은 박은진과 이예솔을 주전급 선수로 쏠쏠하게 활용했던 인삼공사는 올해도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190cm의 장신거포 정호영과 180cm의 장신 세터 구솔을 지명했다. 이들이 수 년 내에 인삼공사의 붙박이 주전으로 성장한다면 인삼공사는 강한 전력을 구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작년이나 올해처럼 매년 대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내고도 마땅히 지명할 선수가 없거나 1순위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코트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6일 흥국생명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를 받고 이번 시즌 코트를 밟을 수 없게 된 2013년 드래프트 1순위 공윤희도 그 중 한 명이다.

'거물 신인' 이소영과 이재영 사이 '낀 세대'의 최고 유망주
 

흥국생명은 고예림이나 이고은 대신 신체조건이 가장 좋은 공윤희를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3년 9월에 열린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소위 '낀 세대'로 불리는 흉년이었다. 2012년의 이소영(GS칼텍스 KIXX)이나 2014년의 이재영(흥국생명)처럼 이미 고교시절에 어느 정도 기량이 완성된 거물급 신인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릉여고의 윙스파이커 고예림(현대건설)이나 대구여고 콤비 이고은 세터(GS칼텍스)와 고유민(현대건설) 정도가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흥국생명의 선택은 달랐다. 흥국생명은 높이뛰기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능력과 179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세화여고의 공윤희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공윤희는 루키 시즌 15경기에서 6득점을 올리는데 그치면서 고예림에게 신인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그나마 6점 중 4점은 서브득점이었고 공격성공률은 7.14%에 불과했다). 

박미희 감독이 부임한 2014-2015 시즌에도 공윤희의 자리는 없었다. 이미 선명여고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던 '슈퍼루키' 이재영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재영은 입단하자마자 외국인 선수 레이첼 루크와 쌍포를 형성하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공윤희는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웜업존에서 보냈다. 2013년 신인 최대어였던 공윤희가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올린 득점은 고작 12점이었다.

사실 공윤희의 공격력은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센터와 라이트로 활약하며 공격에 집중했던 만큼 서브 리시브나 수비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수비를 중시하는 박미희 감독은 서브리시브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공윤희를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만 활용했다. 공윤희는 2015-2016 시즌 원포인트 서버와 백업공격수로 활약하며 15개의 서브득점과 함께 60득점을 기록했다.

2015-2016 시즌 원포인트 서버와 백업공격수로 자주 코트를 밟으며 자리를 잡아가던 공윤희는 2016-2017 시즌 다시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말았다. 박미희 감독이 이재영과 타비 러브에게 공격을 전담시킨 채 수비 강화를 위해 신연경을 풀타임 주전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윤희는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6-2017 시즌 28경기에서 단 2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동기들은 억대 FA계약도 따냈는데... 1순위 출신 공윤희는 임의탈퇴
 

흥국생명이 최하위에 머물던 2017-2018 시즌 92득점을 올린 것이 공윤희의 '커리어 하이'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공윤희는 2017-2018 시즌에도 코트보다는 웜업존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던 작년 1월 신연경이 무릎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되면서 드디어 공윤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공윤희는 2017-2018 시즌 29경기에서 92득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비록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우승 후 곧바로 꼴찌로 추락했지만 공윤희는 이재영 다음 가는 팀 내 토종 공격수로 자리 잡은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꼴찌로 추락한 흥국생명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FA시장에서 서브와 파이팅이 좋은 김미연을 1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김미연은 공윤희처럼 서브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공윤희처럼 서브리시브가 다소 약하며 공윤희 이상으로 코트에서 파이팅이 넘친다. 한 마디로 모든 면에서 공윤희의 '상위버전'으로 봐도 될 만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선수였다.

박미희 감독은 2018-2019 시즌 당연히 공윤희 대신 김미연을 주전으로 활용했다. 경기 도중 흐름을 바꾸고 싶을 때는 까다로운 서브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연경이 중용됐다. 결국 공윤희는 흥국생명이 10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28경기에 출전해서 단 18득점(공격 성공률22.41%)에 그치는 미미한 활약으로 우승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공윤희는 6500만 원의 조건에 흥국생명에 잔류했지만 지난 6일 구단과 상위 끝에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사실 공윤희는 프로 입단 후 보여준 게 많지 않아 지난 시즌의 최은지(인삼공사)처럼 다른 구단에서 탐낼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물론 김유리(GS칼텍스)나 백목화(IBK기업은행 알토스)처럼 훗날 다시 코트에 돌아올 기회는 있겠지만 적어도 2019-2020시즌엔 공윤희를 코트에서 볼 수 없다.

지난 2013-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공윤희보다 늦게 지명됐던 고예림과 이고은은 억대 연봉의 FA계약을 체결하며 V리그의 스타 선수로 순조롭게 자리 잡았다. 그 해 드래프트 3라운드5순위 출신의 한다혜(GS칼텍스) 역시 오랜 백업생활 끝에 주전 리베로 자리를 따냈다. 이렇듯 본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프로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음에도 입단 당시 가장 높은 재능을 인정 받았던 공윤희의 임의탈퇴는 배구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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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공윤희 임의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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