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2월 13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월부터 KT에 광고수주 계약체결을 강요한 최순실은, 다른 대기업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2월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도 같은 일을 벌였다. 2016년 2월 15일, 박근혜가 안종범 수석에게 최순실로부터 받은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지시한다.
'이 자료를 현대자동차 측에 전달하라.'
이날은 박근혜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단독면담을 하는 날이었다. 2015년 7월에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을 요구하기 위해 재벌그룹 총수들과 단독면담을 했던 박근혜는, 재벌 출연금으로 두 재단을 설립한 뒤인 2016년 2월 15일부터 3월 14일 사이 9개 재벌그룹 회장들과 순차적으로 단독면담을 또 진행했다.
박근혜 지시를 받은 안종범 수석은 정몽구 회장과 함께 대통령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가 담긴 봉투를 건네며 이렇게 요구한다.
'이 회사가 현대자동차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안종범으로부터 청와대 요구를 받은 뒤 3일째인 2월 18일에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장인 김아무개 부사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기아차 광고를 할 수 있게 해보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4월부터 5월 사이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발주한 광고를 각각 2건씩 모두 4건 수주해 총 7억 7489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또 이 4개의 광고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발주한 '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을 수주하여 1억 4318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긴 광고 중 '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을 제외한 4건은 애당초 '플레이그라운드'가 맡을 수 없는 광고였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12월 31일까지 그룹 계열사인 '이노션'과 3개의 중소 광고회사 등 모두 4개의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요구에 불응할 경우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발주한 '그랜저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출시 광고(신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1846만 원)'와 '아이오닉 컨피던스 프로그램(신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1643만 원)'은 이미 '이노션'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된 광고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이노션'에 양해를 구하고 이 두 광고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긴다.
다음으로 기아자동차가 발주한 '쏘울(PE) 출시 캠페인(디지털매체, 수의계약, 수익금액 2억 3900만 원)'과 '쏘렌토 브랜드 유지 광고(TV+IMC매체, 경쟁입찰, 수익금액 5억 100만 원)'는 '이노션'을 포함해 이미 선정된 4개 광고대행사로 구성된 풀(pool)에서 한 곳에 맡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이 풀에 '이노션' 대신 '플레이그라운드'를 넣은 뒤,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맡긴다.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겨진 4개의 광고는 재판에서 강요죄가 인정되고, 다른 1개 광고('그룹 홍보 디지털 캠페인')는 강요죄 적용 대상에서는 빠졌다.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이노션'을 배제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방식이 사용된 증거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요죄 또는 강요 미수죄로 처벌받은 피고인들
이 사건들로 기소된 이들과 재판 결과를 소개한다.
첫째, KT에 대한 임원 채용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이다. 4명 모두에게 유죄(강요죄)가 선고된다.
둘째, 컴투게더 한아무개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며 지분강탈을 시도한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경태, 김홍탁이다. 김홍탁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 모두에게 유죄(강요 미수죄)가 선고된다. 김홍탁은 실질적인 강요행위를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처벌을 면했다.
셋째, KT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수주 계약체결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이다. 4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강요죄)된다.
넷째, 현대차그룹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수주 계약체결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이다. 3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강요죄)된다.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의 상고심까지의 재판 결과인데, 다른 범죄혐의와 함께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차은택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의 경우에는 확정된 재판 결과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면 다음 사건의 판결문들을 보면 도움이 된다.
박근혜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차은택과 송성각, 김영수, 김경태, 김홍탁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27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7노3557 사건이다(김경태는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최순실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한 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또 다른 곳에는 후원금을 강요한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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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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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위한 박근혜-최순실의 집요함, 협박 가득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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