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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는' KB손해보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미리보기 ②]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19.10.06 10:45최종업데이트19.10.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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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하종화의 공격력과 박희상의 배구 센스를 겸비했다고 평가 받은 '천재' 이경수(목포대 감독)가 대학배구 무대를 호령했다. 실업팀들은 이경수의 졸업이 가까워지자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고 삼성화재의 독주 체제를 끝내고 싶었던 LG화재는 스카우트 파동을 일으키면서까지 이경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경수는 V리그 출범 후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독식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이경수는 끝내 LG화재의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그저 이상열과 김성채를 잇는 LG화재 '외로운 에이스'의 이름을 계승했을 뿐이다. 결국 이경수는 2015년까지 현역 생활을 하면서 V리그에서만 통산 3937득점(역대 5위)을 올리며 맹활약했지만 팀을 한 번도 챔프전까지 이끌지 못했다. 그리고 비운의 LG화재 에이스 자리는 김요한을 끝으로 현재는 그마저 계보가 끊어지고 말았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비슷한 처지로 3인자 자리를 다투던 대한항공 점보스는 V리그 출범 후 착실히 전력을 보강해 강팀으로 올라섰다. 반면에 KB손해보험 스타즈는 팀 이름이 두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프로 통산 3번 밖에 봄배구를 해보지 못했다. 2011-2012 시즌부터 6-5-5-6-6-6-4-6이라는 흑역사를 찍고 있는 KB는 '체질개선'에 나선 이번 시즌 9년 만에 봄배구의 향기를 맡으려 하고 있다.

끔찍했던 전반기, 후반기 상승세로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화재 시절 원포인트 서버에 불과했던 김정호는 KB손해보험 이적 후 선수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 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은 지난 2017-2018 시즌 '슈퍼스타' 김요한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로 트레이드하고도 19승17패(승률 .528)의 성적으로 정규리그에서 4위를 차지했다. 비록 봄 배구 진출은 또 한 번 무산됐지만 권순찬 감독 부임 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 충분한 시즌이었다. 그리고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당당히 봄 배구 진출을 목표로 삼으며 시즌을 준비했다.

KB손해보험은 2017-2018 시즌 득점(832점)과 공격 성공률(52.68%) 부문에서 나란히 5위에 올랐던 외국인 선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와 재계약했고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정민수를 영입했다. 여기에 내부 FA였던 이강원, 강영준, 한기호를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다. 거물 FA 선수를 영입하진 못했지만 기존 전력을 모두 지키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를 보강한 알찬 오프시즌을 보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봄 배구를 향한 KB손해보험의 청사진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흐려지고 말았다. 팀의 주포인 알렉스가 컵대회에서 복근 부상을 당하며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KB손해보험은 서둘러 외국인 선수를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로 교체하고 토종거포 이강원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윙스파이커 김정호와 트레이드했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었다.

결국 KB손해보험은 3라운드까지 4승14패로 부진하며 초반 순위경쟁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4라운드부터 뒤늦게 상승세를 탄 KB손해보험은 후반기 18경기에서 12승6패로 상승세를 탔지만 초반 너무 많은 패배를 당한 것이 뼈 아팠다. 그렇게 KB손해보험은 봄 배구는커녕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도 승점 5점 뒤진 6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우울했던 KB손해보험의 유일한 위안은 젊은 '레프트 콤비' 정동근과 김정호의 재발견이었다. 프로 입단 후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거의 없었던 두 선수는 KB손해보험의 봄 배구 탈락이 유력해진 5라운드부터 주전으로 투입돼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정동근과 김정호가 주전으로 나선 5, 6라운드 12경기에서 KB는 9승3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층 젊어진 선수단, 외국인 선수 산체스 부상은 최대 악재
 

한 때 V리그 최고의 토종 거포였던 김학민은 KB손해보험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은 시즌이 끝난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장이었던 센터 이선규가 은퇴를 선언했고 FA자격을 얻은 손현종이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윙스파이커 황두연은 상무에 합격하면서 운동을 쉬지 않고 병역의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얻어 쿠바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마이클 산체스를 지명했다.

산체스는 지난 2013-2014 시즌부터 약 2년 반 동안 대한항공에서 활약했던 공격수로 2013-2014 시즌 득점 3위(877점), 2014-2015 시즌 득점 4위(1026점)에 올랐던 특급 공격수다. 하지만 산체스는 컵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소화하다가 어깨 회전근을 다치고 말았다. 산체스는 복귀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V리그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구단의 빠르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5월 하현용, 이수황, 박광희를 우리카드 위비로 보내고 박진우, 구도현, 김정환을 데려오는 3: 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여기에 203cm의 전진용이 지난 9월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됨으로써 KB손해보험의 중앙은 박진우와 김홍정이 주전으로 나설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아무래도 2014-2015 시즌 블로킹 1위(세트당 0.8개)와 센터 부문 BEST7에 선정됐던 박진우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전성기 시절 '한 번 점프하면 공중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체공력의 소유자였던 김학민도 13년 동안 정들었던 대한항공을 떠나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무래도 정지석과 곽승석이라는 확실한 주전이 버틴 대한항공보다는 경험이 적은 정동근, 김정호가 있는 KB손해보험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학민은 과거처럼 한 시즌에 400~500득점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여전히 '조커'로서는 활용가치가 높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가 창단 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경험하면서 KB손해보험은 V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봄 배구의 향기를 맡지 못한 팀이 됐다. 이번 시즌 역시 주전 선수들의 입대와 이적, 외국인 선수 산체스의 부상 변수 등 악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에 증명된 것처럼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플레이가 더 좋은 성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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