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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선두' GS칼텍스, '한수지 효과'에 웃는다

[프로배구] 2경기 7세트에서 7개의 블로킹 기록하며 블로킹 부문 1위 등극

19.10.28 10:10최종업데이트19.10.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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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지난 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차례로 꺾으며 초반 기세를 올렸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1-25, 25-10, 25-20)로 승리했다. 도로공사 홈 개막전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GS칼텍스는 개막 2연승으로 승점 6점, 세트득실률 6.000을 기록하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승점6점, 세트득실률1.500)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5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GS칼텍스의 '토종 쌍포' 강소휘와 이소영도 33득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팀 블로킹 부문에서 세트당 2.15개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던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트당 2.71개의 팀 블로킹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 합류한 '한수지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표승주의 보상선수 염혜선 세터 내주고 영입한 한수지
 

2006년 GS칼텍스에서 데뷔했던 한수지는 트레이드를 통해 12년 만에 '친정'에 복귀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4년 정대영, 2016년 배유나(이상 도로공사)가 차례로 팀을 떠나고 이숙자, 정지윤 세터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 GS칼텍스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진행했다. 2016년 12월 2013-2014시즌 팀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던 이선구 감독 대신 차상현 감독을 선임하며 팀 색깔을 바꾸려 한 것이 리빌딩의 시작이었다. GS칼텍스는 2017년 간판스타였던 한송이(KGC인삼공사)까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GS칼텍스의 리빌딩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GS칼텍스는 나현정 리베로의 이탈 이후 센터 김유리가 팀 내 최연장자가 됐을 정도로 팀 평균 연령이 많이 낮아졌다. 배구 팬들로부터 '아기용병'이라 불리며 사랑을 독차지하던 이소영이 어느덧 많은 후배들을 거느리는 '소영선배'가 됐을 정도. 작년에는 정지윤 이후 주전세터로 활약하던 이나연(IBK기업은행 알토스)을 이고은과 트레이드했고 5년 만에 봄 배구 진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리빌딩 과정에서의 부작용도 있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중앙의 약점이었다. 이소영과 강소휘로 이어지는 강한 윙스파이커와 젊음과 패기를 두루 갖춘 이고은, 안혜진으로 구성된 세터진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센터진의 부족한 높이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GS칼텍스를 가로막는 벽이 됐다. 물론 GS칼텍스는 김유리라는 준수한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문명화, 김현정, 이영(인삼공사)은 각각 경험과 신장에서 약점이 있는 센터였다.

그러던 지난 5월 GS칼텍스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GS칼텍스가 FA로 이적한 표승주(기업은행)의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출신 염혜선 세터를 지명한 가운데 인삼공사의 주전세터 이재은이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것. 졸지에 주전 세터를 잃은 인삼공사는 세터 구인에 나섰고  GS칼텍스로 이적해 이고은, 안혜진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염혜선 세터를 발견했다. 

이제 주사위는 GS칼텍스로 넘어온 상황. GS칼텍스는 염혜선 세터가 자신들에겐 '잉여전력'에 가깝지만 인삼공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사실을 파악했고 인삼공사에게 난감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2016-2017시즌 센터 변신 이후 한 번도 블로킹 부문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는 센터 한수지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인삼공사는 염혜선 세터를 데려오기 위해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인 한수지를 GS칼텍스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블로킹 부문 단독 1위에 등극한 한수지
 

팀 내 최고령 선수이기도 한 한수지는 코트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비록 단 한 시즌을 뛰었을 뿐이지만 한수지에게 GS칼텍스는 프로에 데뷔해 신인상까지 받았던 '친정팀'이다. 한수지로서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세터가 아닌 센터로 변신해 친정에 돌아오게 된 셈이다. 한송이, 이재은 세터 같은 '언니'들이 있었던 인삼공사와는 달리 선수단 전원이 1991년 이후에 태어난 GS칼텍스에서 1989년생 한수지는 졸지에 '맏언니'가 됐다. 

컵대회에서 첫선을 보인 한수지는 29번 공격을 시도해 8번 성공시키며 27.6%의 낮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트레이드 후 대표팀을 오가면서 자리를 비운 기간이 많아 이고은, 안혜진 세터와 호흡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한수지는 컵대회 4경기에서 무려 18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GS칼텍스가 한수지에게 기대했던 장면의 예고편을 컵대회에서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한수지는 V리그 개막 후에도 2경기 7번의 세트에서 정확히 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시즌 초반 블로킹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물론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나 김세영(흥국생명) 같은 기존 강자들의 블로킹 감각이 아직 완전히 오르지 않았다곤 하지만 시즌 초반 한수지의 블로킹 감각은 리그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다.

뛰어난 블로킹 능력을 자랑하는 센터를 보유한 팀은 단순히 블로킹 수치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코트에 있는 동료들의 플레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이드 블로커들은 한수지 옆에서 직선 코스를 확실히 막으면 상대 공격을 차단할 확률이 높아지고 후위에 있는 수비수들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뛰어난 리베로를 보유한 팀에서 전위 블로커들이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6cm의 역대 최장신 외국인 선수 러츠 역시 시즌 초반 블로킹 부문 공동 2위(세트당 0.71개)를 달리며 한수지와 함께 무시무시한 블로킹 벽을 쌓고 있다. 아직 공격 성공률 25%(2/8)에 머물러 있는 한수지가 GS칼텍스에 완벽히 녹아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수지는 단 2경기 만에 왜 GS칼텍스가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애썼는지 몸소 증명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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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GS칼텍스 KIXX 한수지 메레타 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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