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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교체한 우리카드-KB손해보험의 명암

[프로배구] 펠리페 활약으로 선두 달리는 '우리카드'와 브람 효과 못 누리는 'KB손해보험'

19.10.29 10:00최종업데이트19.10.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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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V리그 남자부 득점순위를 보면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외국인 선수가 독식했다. 한국전력 빅스톰은 지난 시즌 실질적으로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렀으니 실제로 모든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가 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한 셈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자유 계약에서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했지만 V리그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공격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의 부상은 팀 전력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난 2016-2017 시즌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를 톤 밴 랭크벨트에서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로 교체하고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2016-2017 시즌 현대캐피탈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즌을 치렀고 외국인 선수 대니는 주공격수가 아닌 현대캐피탈 배구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에도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벌써 세 팀에서 외국인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최장기간 봄 배구 미진출팀 자리를 주고 받은 우리카드 위비와 KB손해보험 스타즈는 배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의 외국인 선수들이 떠나고 배구팬들에게 낯익은 또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로 교체해 시즌을 맞은 양 팀의 시즌 초반 성적과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펠리페 가세로 이상적인 삼각편대 구축한 우리카드
 

아가메즈를 대신한 펠리페는 이번 시즌 우리카드에 아주 이상적인 퍼즐조각이 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가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역시 든든한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의 존재였다. 아가메즈는 시즌 막판 복근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두 번의 라운드 MVP에 선정되며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아가메즈는 단순히 주공격수 역할뿐 아니라 우리카드의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는 '맏형' 역할까지 자처하며 우리카드에서 코트의 리더로 활약했다.

우리카드는 팀의 창단 첫 봄 배구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가메즈와 재계약을 맺었지만 아가메즈는 허리디스크 파열로 계약이 해지됐다. 우리카드는 미국 출신의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지만 우리카드는 최소 3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질 검증된 공격수가 필요했다. 결국 우리카드는 지난 9월 외국인 선수를 다시 브라질 출신의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로 교체했다.

펠리페와 함께 2019-2020 시즌을 시작한 우리카드는 28일까지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일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게만 1-3으로 패했을 뿐 삼성화재 블루팡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KB손해보험을 차례로 꺾었다. 특히 두 번의 풀세트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 가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접전 상황에서의 '뒷심'도 크게 향상됐다.

여러 우려 속에 우리카드의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펠리페는 5경기에서 50%의 공격성공률로 115득점(2위)을 기록하며 득점 5위(91점)에 올라 있는 나경복과 함께 우리카드의 쌍포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펠리페는 공격뿐 아니라 서브 부문에서 공동 3위(세트당 0.43개), 블로킹 부문 공동 9위(세트당 0.43개)에 오르며 '만능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펠리페는 영입 당시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신영철 감독과 우리카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펠리페는 지난 시즌의 아가메즈나 전성기의 가빈 슈미트(한국전력)처럼 한 경기에 30~40점씩 폭발시키는 소위 '몰빵형 거포'는 아니다. 하지만 토종거포 나경복의 기량이 무르익었고 프로 2년 차 황경민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우리카드에서 펠리페가 지나치게 많은 공격 점유율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세 공격수에게 공격이 적절하게 분산된다면 우리카드는 더욱 상대하기 힘든 강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국내 선수 부진으로 4경기 풀세트 접전에서 1승3패 부진
 

브람은 득점 4위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팀 성적 부진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B손해보험은 2년 반 동안 대한항공 점보스에서 활약했던 쿠바 출신 공격수 마이클 산체스를 지명했다. 산체스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로버드 랜디 시몬 같은 걸출한 공격수들이 활약하던 2013-2014 시즌 득점 3위(877점), 2014-2015 시즌 득점 4위(1026점)에 올랐던 V리그에서 검증된 특급 공격수다. 

비록 약 4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KB손해보험의 권순찬 감독은 여전히 산체스가 V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하기엔 충분할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컵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소화하다가 어깨 회전근을 다치면서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V리그 무대를 떠나게 됐다. KB손해보험이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선택한 선수는 지난 2017-2018시즌 OK저축은행에서 활약했던 브람 반 덴 드라이스(등록명 브람)였다.

2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브람은 개막 후 4경기에서 9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부문 4위에 올라 있을 만큼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브람이 가세한 KB손해보험은 시즌 초반 1승3패로 7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최하위 한국전력이 아직 시즌 첫 승도 올리지 못한 약체이고 6위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KB손해보험의 초반 성적은 결코 만족하기 힘들다.

브람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외국인 공격수임에 분명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KB손해보험의 공격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나머지 토종 윙스파이커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은 37세의 노장 김학민만 4경기에서 61득점으로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 김정호가 39득점, 정동근이 19득점으로 실망스런 활약을 펼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 있다. 물론 어느 팀을 상대로도 손쉽게 물러나지 않는 점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 해도 너무 잦은 풀세트 경기와 패배는 체력적으로나 팀 사기로 보나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KB손해보험이 하루 빨리 '풀세트까지 가지 않고 승리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KB손해보험의 '흑역사'가 9시즌으로 늘어날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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