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23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미얀마 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민간기업 대표한테서 주식을 양도받는 사건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 등의 협조를 쉽게 이끌어 내기 위해, 주미얀마 한국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을 자신이 지명한 인물로 임명해달라고 박근혜에게 요청하고 박근혜가 이를 받아들인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최순실과
박근혜다. 최순실의 측근인 더블루케이
고영태 이사와
류상영 과장도 등장한다. 이들은 미얀마 개발 사업에 참여할 한국 업체를 물색하고 사업 참여를 제안한다.
안종범 경제수석도 최순실이 제안한 사업에 참여를 주저하는 한국 업체를 설득하는 데 일조한다.
이들의 반대편에는
인호섭 MITS코리아 대표이사가 등장한다. 그는 미얀마 개발사업 참여 알선의 대가로 최순실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한다. 한편 최순실 추천으로 주미얀마 한국 대사에 임명된 이는
유재경이고, 코이카 이사장에 임명된 이는
김인식이다. 2016년 초에 시작된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판결문을 바탕으로 따라 가보자.
[2016년 2월] 최순실 '미얀마에 진출해 할 수 있는 일 찾아보라'
2016년 2월 1일경, 최순실은 자신의 측근인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등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대통령이 4월경에 미얀마를 방문하니까, 그 기회에 한국 정부와 미얀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진출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라.'
이런 지시를 받은 고영태는 그 뒤 얼마 후에 더블루케이 류상영 과장을 통해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인호섭을 소개받는다. 당시 인호섭은 '㈜미얀마 인스펙스 앤드 테스팅 서비스코리아(MITS Korea)'의 대표이사다. 류상영의 소개로 고영태와 인호섭 대표가 만나는데 인호섭이 이렇게 말한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이 저와는 좀 불편한 관계다.'
그러자 고영태가 이렇게 말한다.
'그럼 대사를 바꾸면 되지 뭐.'
그 후 고영태는 인호섭 대표에게 정부에서 만든 보고서를 건네며 미얀마에 한인타운(K-Town) 건립 사업을 제안한다.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미얀마 정부에 자금을 제공하고 미얀마 정부는 부지를 제공한 뒤에 그 부지에 한인타운과 복합문화시설, 상가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이때 고영태는 인호섭에게 사업 부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인호섭은 미얀마 상무부를 통해 '에잇 마일 정션'(Eight mile Junction) 지역에 미얀마 정부가 보유한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고영태에게 알려준다. 이즈음 고영태는 인호섭에게 이렇게 말하며 최순실을 소개시켜준다.
'회장님이 계신데, 대통령을 움직이는 분이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은 2016년 3월 청와대가 이백순 당시 주미얀마 한국 대사에게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추진할 사업으로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개요서를 보낸다. 여기에는 미얀마의 에잇 마일 정션 지역 3만 평 토지를 사업 부지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고영태가 인호섭을 통해 구한 토지 정보가 최순실을 통해 청와대로 흘러가고 그것이 정부의 사업 개요서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3월] 최순실이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 임명 요청
비슷한 시기인 2016년 3월 초순, 최순실은 자신의 도움으로 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이 된 이상화에게 '기업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을 미얀마 대사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3월 3일에 이상화가 삼성전기 글로벌 마케팅실장(전무) 출신인 유재경을 추천한다.
최순실은 곧바로 유재경을 박근혜에게 미얀마 대사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외교부에서 건의한 후보자를 배제하고 3월 10일경 유재경을 신임 주미얀마 대사로 내정한다.
그리고 2주쯤 지난 3월 23일에 최순실은 고영태, 이상화, 유재경, 인호섭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유재경은 최순실에게 대사로 임명되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한다. 이 자리에 최순실은 인호섭 대표에게 유재경 대사를 소개시켜준다. 유재경은 미얀마 정부의 아그레망을 받아 5월 23일에 주미얀마 대사로 정식 임명된다.
최순실은 이상화에게 코이카 이사장 후보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4월 26일에 이상화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영업본부장 출신인 김인식을 최순실에게 추천한다. 이어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김인식을 코이카 이사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외교부에서 건의한 전임 이사장의 연임 방안을 거부하고 김인식을 코이카 이사장 공모 후보자에 포함시키라고 외교부에 지시한다. 그래서 외교부가 5월 11일에 이사장 공모에 응한 김인식을 이사장 임용 추천 대상자로 결정하고 인사혁신처에 임명을 제청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인식은 2016년 5월 13일에 코이카 이사장에 임명된다.
열흘 뒤 5월 23일에는 최순실이 고영태, 김인식, 유재경, 이상화, 인호섭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최순실은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에게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인호섭을 김인식에게 소개시켜준다. 고영태도 저녁 식사 모임에 가기 전에 인호섭에게 이렇게 말하며 최순실의 영향력을 알려준다.
"코이카 이사장도 최순실이 임명한 사람이다."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이 최순실이 지명한 인물로 채워지자, 고영태와 류상영이 5~6월경에 인호섭에게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설명한다. 한국 정부와 코이카에서 공적원조개발 자금 약 700억 원을 미얀마 정부에 제공하고, 인호섭의 MITS가 K-Town 설계 및 조사 용역을 맡아 용역대금 20~30억 원을 받는 방식이었다.
[2016년 6월] 최순실 '정부는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해봐라'
그런데 인호섭 대표가 자신의 회사(MITS)는 설계와 조사 용역을 수행한 경력이 없어서, 한국이나 미얀마 정부가 일을 맡기지 않을 것 같다며 사업참여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자 최순실이 6월경에 인호섭을 불러 이렇게 말하며 사업참여를 재차 제안한다.
'인 대표님, 꽉 막혔네. 한국 정부는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해봐라.'
그 직후인 6월 초순에 안종범 경제수석이 인호섭에게 연락해 만난다. 인호섭은 안종범을 알지 못하는 사이였는데 청와대 경제수석이 먼저 전화해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안종범은 인호섭으로부터 최순실이 제안한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추진 방안을 설명 듣고 난 뒤, 이렇게 말한다.
"그럼 MITS를 에이전트사로 하면 되겠네요. 비서관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그 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 인호섭을 만나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간다.
이즈음에 최순실은 인호섭 대표에게 인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MITS 주식 지분의 51%를 양도해 달라고 말한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주미얀마 대사관, 코이카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MITS가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주식을 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주식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한다.
인호섭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에 따라 두 사람은 2016년 6월 15일에 인호섭이 보유한 MITS 주식 3060주(전체 2만 주의 15.3%)를 무상으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넘겨주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미얀마 K-Town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종료된다. 2016년 8월 24일과 9월 5일경에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얀마 방문단이 미얀마를 방문해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재경 대사가 검토 결과를 2016년 9월 23일에 외교부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한다.
게다가 그 직후인 2016년 10월에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터진다. 최순실이 더 이상 '미얀마 K-Town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없게 되었다.
항소심부터 알선수재 유죄 선고받은 최순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는 최순실이다. 최순실은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2심과 상고심에서는 최순실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것이어서 알선수재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4개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사건의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 사건이며, 2심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김종덕과 김상률에 대한 1심 재판은 따로 진행되는데 김종덕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77 사건이고, 김상률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02 사건이다. 두 사람의 항소심은 1개의 재판으로 합쳐지는데 이 두 사람에 대한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7노2425, 2424(병합)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대법 2018도2236)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사건 2016헌나1 결정문에도 이 사건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다음 편에서는 박근혜_최순실게이트가 터지는데 단초가 되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입학 비리와 학사 비리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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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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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계신데, 대통령을 움직이는 분이다"... 놀라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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