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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서비스, '선심'이 아니라 당연한 '예의'

[주장] 야구에 이어 농구도 팬서비스 논란, 기본적인 의식부터 바뀌어야

19.11.25 14:13최종업데이트19.11.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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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팬서비스 무시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프로농구 전주 KCC가 결국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KCC는 2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KCC 팬 여러분께. 23일 경기 후, 팬서비스 관련하여 설명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선수들이 경기 내용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자책을 하며 퇴장하느라 어린이 팬의 손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단은 "프로선수라면 경기의 결과와 내용, 중계 여부와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팬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라고 자성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과 선수단 일동은 팬이 없는 프로는 있을 수 없다는 점과 팬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겠다"고 글을 맺었다.

당시 KCC는 안양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최악의 졸전 끝에 26점차(64-90)로 대패했다.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빠져나가는 중앙 통로에서 한 여자 어린이 팬이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것을 몇몇 선수를 빼고는 대부분 무시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되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선수들도 사람인데 가뜩이나 좋지 못한 경기를 보인 상황에서 하이파이브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어린이 팬을 무시한 것은 심했다', '경기는 경기고 팬서비스는 팬서비스'라며 KCC 선수들의 행동을 질타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KCC 구단 측은 논란이 악화되자 어린이 팬의 보호자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서비스, 프로선수에겐 선택 아닌 의무

프로스포츠에서 팬서비스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일부 선수들의 무성의한 팬서비스가 도마에 올랐다. 한 방송에서는 선수들이 팬들의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내용이 방영되며 많은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평소 뛰어난 실력과 커리어로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급 선수들도 정작 팬서비스는 대단히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반면 오재원(두산 베어스)이나 김상수(삼성 라이온스), 박종훈(SK 와이번스)처럼 평소에도 성실한 팬서비스로 유명한 선수들은 오히려 재조명을 받으며 대중의 호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사실 과거엔 요즘처럼 팬 서비스에 민감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금만큼 다양한 미디어나 SNS가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선수는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고 팬서비스는 좋으면 다행인, '부가적'인 요소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많은 선수들이 아직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팬서비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프로선수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는 단지 운동을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자신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다. 팬들은 오늘날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재미있는 볼거리-즐길거리 중에서 그 종목-그 구단을 선택하여 팬이 되어준 고마운 '고객님'들이다. 팬이 없으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프로스포츠에서 고객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상의 서비스를 다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의식의 일부다.

사소한 스킨십이나 매너가 중요한 이유

한동안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프로야구 흥행세가 올시즌 들어 주춤하고 야구선수들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 또한 높아진데는 이러한 '팬 퍼스트' 의식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별로 팬서비스가 최악인 선수들의 리스트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하물며 프로농구는 지난 수년간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고 올시즌 들어서야 몇몇 감독과 선수들의 적극적인 '소통'과 미디어 친화적인 행보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와준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만큼 사소한 스킨십이나 매너 또한 프로농구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단순히 사인을 한 장 해주는 것, 하이파이브를 한 번 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예의와 성의'의 문제다. 오늘날의 팬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안목과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팬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는다. '미안합니다. 다음에 해드릴게요' 같은 진심어린 사과의 한마디, 혹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주는 팬들을 위하여 '친절한 미소' 한 번만 건네주더라도 대다수 팬들은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팬들을 소 닭 보듯 무시하거나, 불친절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야말로 팬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최악의 자세다. 팬들은 사인이나 사진을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포츠에 보내주는 사랑에 걸맞은 최소한의 보답을 기대하는 것이다.

팬서비스는 더이상 선심이 아니라 경기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야할 프로로서의 의무다. 이번 사건이 KBL은 물론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팬 서비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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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주KCC 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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