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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분 출전 3점슛 45.2%' 한채진, 36세 노장의 파워

[여자프로농구] 1일 BNK전 3점슛 4방 포함 14득점 활약, 신한은행 공동 3위 도약

19.12.02 10:14최종업데이트19.12.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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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신생팀 BNK를 꺾고 공동 3위로 치고 올라갔다.

정상일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WKBL) 2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76-66으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홈에서 열린 3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신한은행은 시즌 4번째 홈경기에서 안방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면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함께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3승 4패).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단비가 20득점 7리바운드 10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베테랑 빅맨 김수연도 12득점 9리바운드로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김연주 은퇴 이후 이렇다 할 외곽 슈터가 없어 고전하던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 37.3%로 6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친정팀 복귀 후 시즌 초반 3점슛 성공률 1위(45.2%)를 질주하고 있는 한채진을 거느린 덕분이다.

강 팀의 안락한 벤치 대신 중위권 팀의 주전을 선택한 한채진
 

한채진은 KDB생명(금호생명) 시절 8시즌 동안 단 2경기에만 결장할 정도로 뛰어난 체력을 과시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성덕여상 출신의 한채진은 지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신한은행의 전신 현대산업개발에 지명됐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프랜차이즈 스타 전주원(우리은행 위비 코치)을 비롯해 '총알낭자' 김영옥, 수비가 좋은 진미정 등 선수층이 두꺼웠기 때문에 외곽슛이 좋은 스윙맨 한채진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한채진은 현대에서 보낸 세 시즌 동안 단 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승부가 결정된 후에 출전했던 '가비지 멤버'였다.

2005년 신한은행이 구단을 인수한 후에도 한채진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채진의 포지션에는 진미정, 선수민, 이연화 같은 경험 많은 선배들이 즐비했고 밑으로는 청소년 대표 출신의 슈터 김연주가 한채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결국 한채진은 '레알 신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7-200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금호생명 레드윙스(현 BNK)로 이적했다.

사실 최강전력을 자랑하는 신한은행에 잔류했다면 한채진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여러 개의 우승반지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채진은 강 팀의 벤치에 앉아 언니들을 응원하는 역할보다는 중위권 팀에서 주전으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갖길 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 시절 출전시간이 10분 내외에 불과하던 한채진은 금호생명 이적 후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하며 평균 26분이 넘는 시간 동안 코트를 누볐다.

한채진 이적 후 신정자, 이경은(신한은행),정미란 등을 앞세워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던 금호생명은 KDB생명으로 팀명이 바뀐 2010-2011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010-2011 시즌 23승12패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삼성생명을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크리스마스 꺾고 챔프전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당시 삼성생명에는 박정은, 이종애, 이미선 등 전·현직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한채진은 2011-2012 시즌 14.08득점 4.3리바운드 2.08어시스트 2.2스틸 3점슛 성공률38.8%를 기록하며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윙맨으로 떠올랐다. 비록 신장(174cm)은 썩 크지 않지만 코트 위에서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한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루트에서 득점을 올리고 영리한 움직임을 통한 수비도 일품이었다. 그렇게 한채진은 이경은과 함께 KDB생명을 이끄는 간판 선수로 자리 잡았다.

36세의 많은 나이에 친정 복귀해 '제2의 전성기' 활짝
 

11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한채진은 이번 시즌 45.2%의 고감도 3점슛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KDB생명은 2007-2008 시즌부터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만년 하위팀이었던 우리은행이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돌풍을 일으키면서 공교롭게도 KDB생명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한채진이 14.86득점 5.66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12-2013 시즌 6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한 KDB생명은 2017-2018 시즌까지 세 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채진은 KDB생명이 깊은 암흑기에 빠져 있던 6시즌 동안에도 단 2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에 헌신했다. 하지만 매 시즌 부상 선수가 늘어나고 구단의 투자는 점점 줄어드는 KDB생명에서 한채진 혼자의 투혼만으로는 팀의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모기업인 KDB생명은 2017-2018 시즌 4승31패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후 여자 농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한채진은 연봉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팀에 잔류했고 발목 수술 후유증이 남은 상태에서도 지난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6.91득점 3.95리바운드 2.23어시스트 1.41스틸을 기록했다. 타이틀 스폰서를 받아 힘들게 시즌을 꾸린 OK저축은행 읏샷이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채진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선수들의 선전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한채진은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신한은행으로 복귀했다.

코트 전체를 누비며 공수에서 동료들을 이끌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김단비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 신한은행에서 한채진의 역할은 외곽슛과 상대 슈터 수비로 한정돼 있다. 그리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 놓은 한채진은 이번 시즌 12.43득점 4.43리바운드 3.86어시스트 2.00스틸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45.2%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채진은 탄탄한 기본기와 정확한 외곽슛을 가진 슈터지만 동작이 느리고 허슬 플레이를 꺼리는 소위 '공주농구'를 하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한채진은 이번 시즌에도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평균 39분39초를 소화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 맏언니가 코트에서 이 정도의 투혼을 보여주고 있으니 신한은행의 나머지 선수들은 더 열심히 코트를 뛰어 다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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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 한채진 3점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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