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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위성우 감독, 전인미답 '200승 고지' 밟았다

[여자프로농구] 2012-2013 시즌부터 8년 동안 200승50패, 승률 8할 신화의 명장

19.12.19 09:46최종업데이트19.12.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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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KEB하나은행과의 홈경기에서 76-72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4쿼터에서 하나은행에게 25점을 내주며 막판 추격을 허용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착실히 리드를 쌓아 나가며 박지수 부상 이탈 후에도 착실히 승수를 쌓고 있는 KB스타즈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10승2패).

우리은행은 에이스 박혜진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24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공격을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도 20득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이날 우리은행은 단순히 홈에서 1승을 챙긴 것을 제외하고도 매우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오늘날 우리은행의 왕조를 만든 위성우 감독이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200승을 올린 사령탑이 됐기 때문이다.

'레알 신한'의 보좌관, 만년 꼴찌 우리은행에서 기적을 만들다
 

위성우 감독은 '만년 꼴찌' 우리은행을 통합 6연패의 절대강자로 변모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금이야 우리은행을 통합 6연패로 이끌고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금메달을 따낸 명장이 됐지만 사실 위성우 감독의 현역 시절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1971년생으로 농구 선수들이 어지간한 연예인들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리던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위성우 감독은 그 인기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대학 농구의 3강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아닌 변방의 단국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뛰어난 수비실력을 인정 받아 명문 현대전자에 입단했지만 하필이면 같은 포지션에 동갑내기 조성원이 들어오는 바람에 현역 시절 거의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안양 SBS로 이적한 위성우 감독은 대구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를 거치며 프로에서 6시즌 동안 활약했다. 하지만 한 번도 평균 15분 이상 활약한 시즌이 없었고 평균득점도 5점을 채 넘기지 못했다.

위성우 감독은 2003-200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마침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전주원(우리은행 코치)이 현역 복귀를 선언하면서 코치 자리가 공석이 됐고 위성우 감독은 이영주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영주 감독과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며 8년 동안 신한은행의 코치로 활동했다.

그렇게 '레알 신한' 왕조의 보좌관으로 활약하던 위성우 감독은 2012년 우리은행 감독으로 부임하며 전면에 나서게 됐다. 당시 우리은행은 패배가 익숙한 최하위팀이었고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훈련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현대 스포츠에서 '지옥 훈련 만능주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멤버 구성이 약했던 당시의 우리은행이 강 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한 체력뿐이었다.

'지옥훈련'의 열매는 매우 달았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의 부임 첫 해였던 2012-2013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꼴찌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거물 FA를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상승시킨 것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만들어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감동은 더욱 컸다. 그리고 2012-2013 시즌의 우승은 위성우 감독이 만든 '우리은행 신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평균 승률 8할에 빛나는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위성우 감독은 역대 최초의 2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후에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2-2013 시즌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이 최강팀이 되면서 우리은행은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하위 지명권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이 점점 탄탄해졌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에 대한 불리함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 외국인 선수 샤샤 굿렛이 9.7득점 6.7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우리은행의 승률(.714)은 2012-2013 시즌(.686)보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

특히 위성우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우리은행의 팀 색깔에 맞게 키워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2015 시즌 4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포워드 샤데 휴스턴은 우리은행에서 기동력을 앞세운 빅맨으로 활약하며 2014-2015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휴스턴은 외국인 선수상을 받는 자리에서 "오늘은 기쁜 날이니 (위성우) 감독님이 야간 훈련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뼈 있는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2012-2013 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며 여자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위성우 감독은 입단 당시 '미완의 대기'로 불리던 박혜진을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로 키워냈고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은 김정은을 데려와 챔프전 MVP로 부활시켰다. 차원이 다른 훈련량 때문에 매 시즌이 끝난 후 여러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만 위성우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 빈자리를 메우곤 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2년 차 가드 박지현을 비롯해 김소니아, 박다정 등을 중용하며 우리은행을 다시 우승후보로 만들었다. 특히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KB를 상대로 2라운드까지 연승을 거두면서 지난 시즌에 당했던 5연패의 수모를 씻어내고 있다. 18일 하나은행전에서 여자프로농구 감독 최초로 200승 고지를 점령한 위성우 감독의 통산 승률은 정확히 .800(200승50패)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우승을 차지하고 나면 선수들이 고마움과 원망의 마음을 담아 위성우 감독을 집단 구타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6년 동안 계속 됐던 우승 뒤풀이를 할 수 없었다.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200승 고지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의 명장이 된 위성우 감독은 이번 시즌 빼앗긴 우승컵을 되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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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 20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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