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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의 인정투쟁 실패... 공수처법이 필요한 이유

[주장] 공수처법 국회 운명의 날... 4+1 동요없이 표결에 응해야

등록 2019.12.30 15:34수정 2019.12.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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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멀게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해 패스트랙에 올라 200여일 넘게 기다려 온 검찰 개혁 법안, 선거법에 순서를 양보하고 필리버스터에 쫓기며 연말과 새해를 사이에 두고 오른 법안 셋, 공수처법안, 형사소송법개정안 ,검찰청법개정안.

공수처가 떠오른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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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수정안 '부적합' 판정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공수처법 수정안'에 대해 권력의 범죄를 수사하고 감시하는 기능의 공수처로서 '부적합' 의견을 내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 남소연

 '기소권은 검찰에게 수사권은 경찰에게', 이것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요체다. 그러나 4+1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인 형사소송법개정안과 검찰청법개정안에는 이것이 충분히 실현되어 있지 않다. 검찰은 여전히 광범위한 영역의 직접수사권(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영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사법경찰이 송치한 직접 연관성 있는 범죄)을 가지며, 경찰의 수사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 요구)

영장청구권도 문제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 건에서 나타나듯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신청이 자유롭지만 경찰의 압수수색신청은 자유롭지 못하다. 영장신청권을 경찰이 아닌 검찰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개정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경찰이 영장신청이 기각되었을 때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영장신청심의를 다시 해 볼 수는 있으나 여전히 경찰이 영장 문제로 수사에서 제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피하기가 어렵다.

공수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권력 분산 기구이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검찰, 경찰로 견제가 안 되는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다. 

실패한 검찰의 인정 투쟁

권력기관의 속성상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정 기관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의롭다면, 굳이 개혁이라는 힘든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먼 지난 일은 다 들출 필요가 없고 윤석열호의 출범부터 살펴보자.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수처장과 달리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의 수장인 총장은 임명 과정부터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인물이기 쉽다. 임명 후에도 내각의 하나인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민정수석실 같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간섭에 시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총장이 어떤 사람인가는 검찰의 독립성과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갖게 된다.

정권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의사가 있어야 하며, 총장 자신이 약점이 없어야 하고 배짱과 강단이 있어야 하는 것인 바, 숱한 독립성 시비에 휘말려 왔던 검찰 조직 입장에서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총장의 만남은 '검찰 독립'이란 측면에서는 최적의 조건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얻은 독립성으로 검찰 조직은 마땅히 공동체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했다. 그것은 악셀 호네트가 지적했듯 스스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정체성 투쟁이었을 것이고, 사회적 인정투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처럼만의 호기를 맞은 검찰 조직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도 지나친 자기조직 우위 논리에 함몰되어서였을까.

공수처 없이도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법무부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칼을 겨눴다.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몇 가지 사건을 가로채 왔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열심히 수사하고 힘들게 싸웠지만 갈수록 비난은 늘어나고 고립이 깊어졌다. 경찰, 법원, 국회, 청와대와 충돌하고 국민의 상당수와 대립하게 됐다. 인정투쟁이 격렬해질수록 사회적 지지가 더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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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검찰이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호네트는 말한다. 집단의 인정투쟁에서 핵심요소는 도덕성에 있으며, 그 도덕성이란 '어떤 의무를 충족해야 공동체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권력에 대한 수사에 있어 검찰은 최소한의 형식적 균형도 유지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수사, 기무사계엄령문건, 나경원 의원고소고발사건, 마냥 수사가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다. 뿐만인가. 경찰과의 관계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버닝썬 사건처럼 경찰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할 지점은 많았을 텐데도 검찰은 정의를 행하는 자, 경찰은 불의한 자로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검찰은 강자 경찰은 약자로 비치는 데 머무르게 돼 버렸다.

윤석열호의 인정투쟁 실패, 권한이 집중된 조직, 조직의 자기보존논리를 조직 수장의 의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례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대국적 자세로 표결에 임하라

무릇 모든 법안은 협상의 결과물이다. 지난 27일 통과되었던 선거법도 그렇고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법안이 그렇다. 법안의 발의와 상정 표결 과정 전반에 걸쳐 제 세력들의 투쟁과 타협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안에 대해서 법적인 합리성만을 고집하는 건 법률학자의 아집에 불과할지 모른다. 법은 역사 속에 존재하며 그런 역사 속에 존재하는 법을 따라 사회 개혁도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것이다.

4+1 단일안은 정치협상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무산되면 적어도 지난 2년 간의 검찰개혁 노력이 무위로 끝난다. 또한 모처럼 호기를 맞은 국회의 개혁 드라이브도 멈추고 정치도 실종된다. 4+1 협의체가 작은 차이에 연연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작은 신념을 고집하다 대국을 망친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너무 많이 갖고 있다.

그로 인해 두고두고 애통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뒤에는 60%가 넘는 국민이 있고 앞에는 최초의 검찰개혁이라는 빛나는 새 역사가 있다. 공수처가 문제라면 막강한 검찰로 견제하게 하면 된다. 경찰이 문제라면 공수처와 검찰로 견제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경찰조직도 개편하게 하면 된다. 아직 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검찰개혁의 첫 단추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날일 뿐인 것이다.

권은희 의원안은 다른 조항은 차치하고라도 관할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이첩할 사건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다. 권은희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허수아비 빈 껍데기에 설거지꺼리나 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4+1 단일안이 답이다.

4+1에 당부한다. 검찰개혁만으로도 20대국회는 그간의 오명을 씻고 빛나는 국회로 기억될 것이다. 돌아오는 설날 돌아가서 전하라. 우리가 검찰개혁을 완수한 4+1이라고. 그것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은 없을 것이다. 부디 오늘은 많은 국민들이 웃으며 소주 한 잔 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에게 연말 선물을 부탁한다.
 
#공수처법 #검찰개혁 #표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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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이란 학생 김민혁군과 김민혁군의 아버지 난민 인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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