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비거'가 아니고 '비차'다

[기고] 비차 명칭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아야

등록 2019.12.31 17:31수정 2019.12.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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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에서 전라도 김제사람 정평구가 만들어 날린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차(飛車)의 명칭에 대한 오류가 있어 이것을 밝히고자 한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우주박물관에는 '비차(飛車)'라는 이름으로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국립과천박물관에는 '비거(飛車)'라는 제목 아래 내용에는 '비차'로 적혀 있으며, 공군박물관에 비치되어 있는 모형에는 '비차(비거)'라고 병기되어 있다. 이것은 한자 '車'를 '수레 거, 수레 차'라고 읽는 데서 생겨난 결과이다.

'거'와 '차'의 차이

그러면 어떤 경우에 '거'라고 쓰고 어떤 경우에 '차'라고 썼을까? 옛날부터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기구는 '거'라고 했고, 사람의 힘이 아닌 다른 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구는 모두 '차'라고 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사람의 힘이 아니고 소나 말의 힘 같은 다른 동력(動力)을 사용한 수레도 '우거'나 '마거'라고 하지 않고 '우차'와 '마차'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들어가 보면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의 행렬도에서 마차와 우차를 볼 수 있고, 신라 눌지왕 때 백성에게 소로 수레를 끄는 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어 우차가 본격적으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주 98호 고분에서도 진흙으로 빚은 우차가 출토된 점으로 미루어 '차'라는 말의 쓰임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불로 공격하는 무기 또한 '화거'라고 하지 않고 '화차'라고 했으며, 수평축의 주위에 돌아갈 수 있는 바퀴에 홈을 파고 줄을 걸어 물건을 달아 올리는 데 쓰는 수레를 '활거'라고 하지 않고 '활차'라고 했다.

따라서 진주대첩 당시 수성장인 김시민 장군 밑에서 화약담당 별군관으로 있던 정평구는 비차에 화약이라는 동력을 장착했다고 보아 비거가 아니고 비차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문헌에 의하면 비차는 성주를 태우고 30리를 날아갔다고 되어 있으니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어떤 다른 에너지가 작동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국어사전들을 보면 비차라고 적어 놓은 것도 있고 비거라고 적어 놓은 것도 있다. 비거라고 한 것은 비차를 무동력 비행체(그렇다면 비차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비행기라고 볼 수가 없게 된다)로 본 것에서 파생된 잘못이다. 과거에는 동력을 이용한 기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차'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래서 비차도 동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아 비거라고 이름 붙였을 수도 있다. 또한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기구이므로 '자전차'는 비표준어이고, 인력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결국 동력의 유무에 따라 한자 '車'는 '차'와 '거'로 달리 불리게 되는 것인 바, 동력이 있는 기구라는 측면에서 국어사전이나 항공 관련 기관에 있는 것은 모두 비거를 '비차'로 수정, 하나로 통일하여 더이상 혼동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미국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보다 311년이나 앞선 비차를 왜 무동력인 비거라고 격하시켜 세계 항공우주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진주, 사천의 발목을 거머잡는 과오를 범하려는가.

현재 진주시에서도 비차복원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비차 복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화약이라는 동력을 장착하여 복원하고자 하기 때문에 비거는 아니고 '비차'라고 하는 것이 옳다. 우리 비차발전위원회도 한국인이 발명한 비차가 세계 최초의 비행기라고 공인을 받을 때까지 비차의 고증과 홍보, 계승, 발전에 더욱 혼신의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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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비차>를 쓴 김동민 소설가. ⓒ 윤성효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비차발전위원회 상임대표이자 소설가입니다.
#비차 #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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