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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젊어지는 K리그 리더십... 그 빛과 그림자

[주장] '70년대생' 리더십이 대세... 다양한 감독들이 경쟁 펼칠 수 있길

20.01.06 14:10최종업데이트20.01.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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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K리그는 '40대 기수론'이 대세다. 최근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김남일 성남FC 감독과 설기현 경남 FC 감독이 나란히 '초보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딛은 것을 비롯하여 감독계의 세대교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0시즌 K리그1 12개 구단 중 현재 유상철 감독의 사퇴로 공석인 인천을 제외하고 무려 9개팀이 40대(70년대생) 감독들이다. 65년생 동갑인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과 조덕제 부산 감독이 현역 최고령이다. K리그2로 범위를 넓혀도 10개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구단이 40대 감독을 선임하고 있다.

2002세대의 맏형이자 올해 한국 나이로 52세가 된 황선홍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 신임 감독이 어느덧 나이 서열로는 현역 4위이자, K리그 감독 경력으로는 독보적인 1위(12년차)로 올라섰을 정도다. 황 감독을 제외하면 프로무대에서 감독으로 10년 이상을 버텨낸 인물은 전무하다.

K리그가 점점 젊은 감독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축구는 갈수록 감독의 권위나 카리스마보다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또한 전문성과 분업화도 현대축구의 중요한 특징이다. 축구 특유의 전술과 기술 분야가 더 치밀해졌음은 물론이고 트레이닝, 피지컬, 심리,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세밀하게 체계적인 조직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프런트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며 현장과의 유기적인 역할분담과 협력구조도 강화되고 있다.

예전처럼 감독 개인이 모든 것을 다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진 것이 시대의 흐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관리자'로서 각 분야를 아우르고 조율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기에 감독이 할 일은 더 많아졌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 격무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 각 구성원들과의 소통능력 등을 두루 갖춰야하는만큼 기왕이면 최근까지 현장에서 선수생활을 경험하고 구단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젊은 지도자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젊다고 해서 모두가 신선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K리그 구단들이 선수 시절의 명성에만 의지하여 검증이 안 된 젊은 지도자이나 스타 출신들을 성급히 감독으로 선임하는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섣불리 프로무대에 도전했다가 쓴 맛을 보고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선홍이나 최용수 감독은 흔히 젊은 지도자들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두 감독은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고 40대 초반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감독 경력을 시작했으며 프로무대 최정상까지 맛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만개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선수생활을 보낸 친정팀(포항,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시점부터였다.

구단의 레전드 출신으로서 팀내 지지기반과 신뢰가 확고했기에 위기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보유한 강팀을 맡았기에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자신의 축구철학을 안정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었다. 반면 본인의 카리스마나 지도방식이 전혀 먹히지 않은 타 구단(서울, 장쑤 쑤닝)에서는 쓰디쓴 실패의 경험을 맛봤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역시 스타 출신 감독으로서 J리그에서는 성공신화를 썼지만 K리그 울산 시절에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못했던 윤정환(제프 유나이티드) 감독의 사례도 있다. 처음 프로무대에 도전하는 젊은 초보 감독들이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 잘하고 있어 지난해 1월 1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D조 2차전 베트남과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황선홍이나 최용수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지도자들도 많다. 광주의 1부 승격을 이끈 박진섭 감독을 비롯하여, '병수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김병수 강원 감독, 성남에서 이어 제주의 명가재건을 맡게 된 남기일 감독 등은 앞으로 꾸준히 주목할 만한 K리그의 젊은 감독들이다.

감독 개인의 성과를 떠나 젊은 지도자들의 약진이 K리그에서 어떤 '리더십의 다양성'을 가져올지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시티), 위르겐 클롭(리버풀), 아르센 벵거(전 아스널) 등은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철학을 바탕으로 그 시대의 전술이나 구단 운영의 혁신적 대안을 불러온 지도자들로 꼽힌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K리그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가 많이 나와야 한다.

특히 김남일이나 설기현같은 지도자들은 현역 시절 한국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심지어 유럽에서도 선수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세대들이다. 한 세대 위라고 할 수 있는 황선홍이나 최용수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만의 강점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80~90년대생을 중심으로 '유럽파 출신'의 지도자들도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선진리그에서 보고 느낀 것과 리더십을 지도자로서 한국축구에 유기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은, 젊은 스타 출신 감독들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젊은 감독들의 득세 속에 '베테랑급 지도자'들이 점점 일찍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은 아쉬움을 준다. 50-60대는 축구 지도자로서 아직 한창 일할 나이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50대만 넘어도 프로무대에서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60대의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나 50대 초반의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같은 인재들이 한국축구 내에서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아시아에서도 변방인 동남아로 떠나야만 했다. 

비록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대성공했지만, 정작 국내에 있을 때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한국축구에 박항서나 신태용처럼 능력과 경험이 있는데도 활용되지 못하고 잊힌 지도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에는 젊음과 창의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연륜 또한 중요하다. 한국축구에 비슷비슷한 젊은 감독들끼리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경험, 색깔을 가진 감독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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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 김남일 스타출신감독 설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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