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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듀오의 '극장골' 합작... 김학범호 첫 단추 겨우 끼웠다

[AFC] 한국 대표팀, 중국에 1-0 승리... 이동준 극장 결승골

20.01.10 10:01최종업데이트20.01.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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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중국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동준이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0.1.10 ⓒ 연합뉴스

 
승점 3점을 노리는 마지막 패스가 기적의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교체 선수 둘의 눈빛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마침 둘은 2019년 K리그 2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리그에 돌아온 부산 아이파크 한솥밥 동지이기에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9일(한국 시각) 오후 10시 15분 태국 송클라에 있는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남자 챔피언십 C조 첫 경기에서 중국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골을 터뜨리지 못하다가 추가시간도 끝나갈 무렵 교체 선수 이동준이 터뜨린 극장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었다.

어려웠던 첫 단추 끼우기, 마음만 급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티켓 3장)을 겸하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C조는 가장 까다롭게 보이는 팀이었다. C조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그나마 중국을 확실한 1승 상대로 여긴 것은 오판이었다. 그들도 이번 기회에 한국을 혼내주겠다고 각오 단단히 하고 나왔다. 두 줄 압박 수비를 펼치며 웬만해서는 한국 공격수에게 슛 기회를 내주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반전에는 우리가 원하는 유효 슛이 몇 개 터져나왔다. 22분에 김대원이 오른발로 날린 슛 기회가 가장 좋았다. 골문 구석을 노리고 감아차기를 시도했지만 회전이 잘 먹히지 않아 중국 골키퍼 첸 웨이가 그리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28분에도 발 빠른 날개 공격수 엄원상이 기습적으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역시 상대 골키퍼의 세이빙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원하는 골이 터지기까지 더 섬세하게 상대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슛을 날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축구의 이치다.

하지만 중국 수비수들의 저항은 우리 선수들의 예상보다 강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중국의 간판 골잡이 장 위닝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지만 그들의 수비 밸런스는 윈만해서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후반전 중국의 역습으로 아찔한 실점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장 위닝 대신 들어온 양 리위가 후반전 초반에 역습 공간 침투를 통해 결정적인 왼발 슛을 터뜨린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양 리위의 왼발 슛이 전반전에 날린 우리 선수들의 그것처럼 더 구석을 노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적 한 방을 얻어맞지는 않았다.

종료 시간이 가까워오자 김학범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써서 정우영을 왼쪽 측면에 들여보냈다. 하지만 정우영을 비롯하여 우리 선수들은 마음만 급하게 달려들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더 좋은 위치로 빠져들어가는 동료를 활용할 줄 모르고 무리한 솔로 플레이를 거듭할 뿐이었다.

부산 듀오, 승점 3점 건져올리다

그나마 전반전보다 나아진 것은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가운데 미드필더 김진규 덕분이었다. 그의 발끝에서 뻗어나가는 전진 패스는 중국 선수들의 두 줄 수비를 크게 흔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51분에 김진규의 발끝을 떠난 전진 패스가 오른쪽 측면 상대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가는 엄원상 앞으로 매끄럽게 뻗어나갔다. 여기서 엄원상은 대각선 슛 욕심을 버리고 골문 바로 앞으로 달려들고 있는 골잡이 오세훈을 겨냥한 얼리 크로스를 보내주었다. 이 역습 흐름을 읽은 중국 수비수의 기막힌 위치 선정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야속했지만 전반전 유효 슛 두 개보다 더 박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격 흐름의 변화였던 것이다.

그러더니 결국 교체 선수 둘이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나갈 순간에 기적의 극장골을 합작했다. 중앙선 아래쪽에서 공을 잡은 미드필더 김진규가 자신을 믿고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며 측면 공간으로 돌아들어가고 있는 이동준을 겨냥한 찍어차기 로빙 패스를 넘겨주었다.

이 공을 받은 이동준은 침착하게 방향을 살짝 틀어놓고 왼발 인사이드 킥을 굴려넣었다. 강한 슛보다 섬세한 마무리를 택한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다 흘러가고 41초밖에 남지 않았을 때 이동준의 왼발을 떠난 공이 골 라인을 통과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렇게 2020년을 다시 K리그 1에서 출발하게 된 부산 아이파크 듀오의 합작품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게 큰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일요일(12일) 오후 7시 15분 같은 장소에서 이란을 만나게 되는데 수비 조직력 면에서 중국보다 더 탄탄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이동준의 짜릿한 결승골 이상으로 섬세한 마무리를 이루기 위해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2020 AFC U-23 남자 챔피언십 C조 결과(9일 오후 10시 15분, 틴술라논 스타디움-송클라)

O 한국 1-0 중국 [득점 : 이동준(90+3분,도움-김진규)]

O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김대원(58분↔이동준), 이동경, 엄원상(74분↔정우영)
DMF : 김동현, 맹성웅(46분↔김진규)
DF : 김진야, 김재우, 이상민, 강윤성
GK : 송범근
- 경고 : 이상민(60분), 정우영(84분)

O C조 현재 순위
1위 한국 3점 1승 1득점 0실점 +1
2위 이란 1점 1무 1득점 1실점 0
2위 우즈베키스탄 1점 1무 1득점 1실점 0
4위 중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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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도쿄 올림픽 이동준 U-23 챔피언십 김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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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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