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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도 시청자도 납득 못하는 '거리의 만찬' 진행자 변경

KBS '거리의 만찬' MC교체 파문... 스스로 프로그램 신뢰 흔든 제작진

20.02.07 14:34최종업데이트20.02.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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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거리의 만찬' 중 한 장면. 최근 갑작스런 MC 교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KBS

 
K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이 갑작스런 MC 교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1 종영 후 시즌2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MC 대신 시사평론가 김용민을 발탁했고, 그로인해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예상을 넘어선 시청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씨가 자진 사퇴를 선언했고, 그 후 논란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2018년 11월 첫 방송을 한 <거리의 만찬>은 다양한 세상 문제를 여성의 시선에서 다루는 독특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각종 상을 휩쓰는 등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아왔었다.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거리의 만찬>은 말 그대로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그런데 새 시즌 제작과 맞물려 그간 좋은 호흡을 보여준 MC 3인 전원 교체 소식이 알려짐과 더불어 남성 출연자들로만 후임 진행자를 선정한 배경을 프로그램 고정 시청자은 납득하지 못했다. 게다가 과거 각종 여성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기용은 그동안 <거리의 만찬>이 다뤄왔던 방송 내용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차 당사자도 서운함 피력...납득안되는 진행자 교체 
 

지난 6일 방영된 '해피투게더4'의 한 장면. ⓒ KBS

 
공교롭게도 <거리의 만찬> 새 MC로 발탁된 김용민의 자진 사퇴 소식이 전해진 6일, KBS <해피투게더4>에는 프로그램 하차의 당사자들인 박미선, 이지혜가 출연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MC 조세호는 이날 초대손님으로 나온 두 사람에게 "KBS 뒷담화를 하다가 친해졌다고 하더라"라면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지혜는 "시청률 5% 이상 나왔는데 하루 아침에 종방 통보를 받았다"라며 "프로그램 없어지는 일에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평이 정말 좋았는데 갑자기 없어지니까 좀 그랬다. 웬만하면 마음이 아프지 않은데 이번에는..."라며 서운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앞서 <해투3>에서도 하차를 경험한 고참 예능인 박미선은 자신의 후임자 전현무와의 대화를 통해 "세상에 영원한게 어딨냐"라면서 각종 프로 MC 교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을 응원하고 방송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안타까운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디. 

MC 선임은 제작진 고유 권한이라지만...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MC 교체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시청률이 낮거나 반응이 신통치 않을 경우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진행자의 주가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 경우에도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일반 시청자들은 <거리의 만찬>의 MC를 교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세 사람은 프로그램 인기의 주역이었고 사람들이 방송 내용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KBS 시사교양국 한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PD들 의사결정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제작진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즌1 세 MC와 하차 관련해 원활히 소통했기에 그 부분 오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임 진행자 양희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잘렸다"고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이지혜 역시 <해투4>에서 갑작스런 종방 통보를 말하는 등 <거리의 만찬> 측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렇다보니 이번 파문은 원할한 의사 소통 없이 빚어진 사고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시즌1 MC 전원 교체는 과연 누구의 결정이었을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KBS '거리의 만찬' ⓒ KBS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주며 신뢰를 쌓았던 프로그램이 정작 본인 스스로는 이를 배척하고 움직인 것처럼 비쳐지는 건 뭔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기존 MC 전원 교체 → 새 MC 자진 사퇴로 인해 <거리의 만찬>은 당분간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진행자 vs. 제작진 사이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송 진행은 사실상 물 건너간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KBS는 방영 시점을 미루고 후임 진행자를 찾는 등 프로그램을 정비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다.

지난해 9월 <거리의 만찬>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3MC의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 말은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생뚱맞은 진행자 교체 결정은 프로그램을 스스로 흔들어버렸고 시청자들의 믿음과 신뢰마저 져버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거리의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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