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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지민경, 인삼공사 고민 해결할 젊은 듀오

[프로배구] 184cm 거포 유망주와 파이팅 넘치는 살림꾼으로 구성된 윙스파이커 조합

20.02.07 13:54최종업데이트20.02.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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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서남원 감독이 자진사퇴한 KGC인삼공사는 두 달째 이영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꾸리고 있다. 서남원 감독 사퇴 전까지 5승7패를 기록했던 인삼공사는 이영택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이후 9경기에서 4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서남원 감독 시절(승률 .417)에 비하면 승률(.444)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이영택 감독대행 체제에서 대단한 반전을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인삼공사의 고질적인 고민은 바로 왼쪽을 책임질 윙스파이커 듀오다. 오른쪽에 발렌티나 디우프, 중앙에 한송이와 박은진, 세터에 염혜선, 리베로에 오지영이라는 확실한 주전을 거느리고 있는 인삼공사는 왼쪽 두 자리에 마땅한 주인이 없다. 특히 지난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최은지마저 지난 1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전에서 부상을 당해 이영택 감독대행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인삼공사는 활용 가능한 윙스파이커 자원들은 물론이고 왼손잡이 공격수 이예솔까지 왼쪽에 배치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영택 감독대행은 1일 흥국생명전과 6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을 통해 희망적인 윙스파이커 조합을 발견했다. 1998년생 동갑내기이자 드래프트 동기이기도 한 지민경과 고민지가 그 주인공이다.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존재감 높이고 있는 거포 유망주
 

이재영,강소휘와 비교되던 거포 유망주 지민경은 신인왕에 선정된 후 두 시즌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 한국배구연맹

 
2014년 이재영(흥국생명)과 2015년 강소휘(GS칼텍스 KIXX)라는 걸출한 거포 유망주를 발굴한 여자배구는 2016년에도 또 다른 특급 유망주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80년대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거포 지경희의 조카이기도 한 선명여고의 지민경이었다(실제로 지민경이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6년 여고배구 최강이었던 선명여고는 공식 경기에서 한 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도로공사가 목포여상의 미들블로커 정선아를 지명하면서 2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한 지민경은 루키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176득점을 올리며 만장일치 신인왕에 등극했다. 이재영처럼 입단 첫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신인 선수의 활약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입단 동기인 안혜진(GS칼텍스)이나 유서연(도로공사)이 연차가 거듭될수록 발전을 거듭한 것과 달리 '신인왕' 지민경의 기량은 정체되고 말았다. 2년 차 시즌이었던 2017-2018 시즌에는 25경기에서 57득점을 기록한 지민경은 2018-2019 시즌 포지션 경쟁자 최은지에게 완전히 밀리면서 단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제 누구도 지민경을 이재영이나 강소휘와 비슷한 수준의 유망주로 묶지 않았다.

직전 두 시즌의 부진으로 지민경에 대한 평가는 몰라보게 낮아졌지만 지민경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후반기로 접어 들면서 지민경은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민경은 지난 1일 흥국생명과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2세트에 교체 출전해 9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리버스 스윕에 기여했다. 지민경은 선발 출전한 6일 도로공사전에서도 8득점을 기록했다. 

지민경이 이번 시즌 가장 달라진 부분은 수비에서의 적극성이다. 지민경은 이번 시즌 세트당 2.43개의 디그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디그를 기록하고 있다. 2월에 열린 두 경기에서도 각각 10개와 15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여전히 27.15%에 머물고 있는 리시브 효율만 30대 중반 이상으로 개선된다면 4년 전 최고 유망주였던 지민경은 인삼공사의 주전 윙스파이커 후보로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코트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살림꾼
 

고민지는 야무진 공격과 강한 서브,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등으로 동료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밍키' 황민경은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코트 안에서 동료들의 기를 살려 주는 파이팅으로 경기 분위기를 이끄는 선수로 유명하다. 황민경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김미연(흥국생명) 역시 황민경 못지않은 파이팅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황민경과 김미연으로 이어지는 파이팅 넘치는 선수의 계보에 이 선수를 추가해야 할 듯 하다. '황민경을 롤모델로 삼는 김미연'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고민지가 그 주인공이다.

고민지는 대구여고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수비도 뛰어나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리베로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173cm의 작은 신장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약점으로 작용했고 고민지는 전체 5순위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입단했다. 고민지는 루키 시즌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하며 기업은행의 3번째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물론 챔프전에서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고민지는 2017년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하며 기업은행과의 인연을 1년 만에 마감했다. 물론 당시 인삼공사는 기업은행에 비해 전력이 약했기 때문에 고민지에게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였다. 고민지는 2017-2018 시즌 15경기에서 33.19%의 공격성공률로 96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입단 동기 지민경이 부진한 만큼 고민지가 기회를 얻은 셈이다.

2018-2019 시즌 15경기에서 77득점을 기록한 고민지는 이번 시즌 컵대회에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민지가 결장한 사이에도 인삼공사의 왼쪽은 교통정리가 되지 못했고 고민지는 4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2월에 열린 2경기에서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며 디우프의 부담을 상당히 줄여주고 있다.

높이가 좋은 지민경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고민지가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해 준다면 인삼공사는 이상적인 '빅&스몰 조합'의 레프트 듀오를 구성할 수 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만21세의 어린 선수들이라 발전 속도에 따라 리그를 호령하는 레프트 듀오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고교 시절 선명여고와 대구여고를 이끌었던 두 에이스가 어느덧 인삼공사의 미래를 책임질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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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KGC인삼공사 지민경 고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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