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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수변공원인가 쓰레기장인가?

[현장] 무속 행위와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 앓는 금강 수변공원

등록 2020.02.19 09:03수정 2020.02.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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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 건설회사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자재들이 버려져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 수변공원 관리가 엉망이다. 불법으로 강변을 파헤쳐 경작하고 산수가 수려한 곳에는 종교시설물을 설치했다. 자동차를 정비하고 각종 자재를 쌓아 놓는가 하면 산업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까지 버려져 쌓이고 있다.

2018년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인 세종시 장군면 청벽 건너편엔 운동장 크기의 모래톱이 생겨났다. 이곳은 조선 시대 문장가인 서거정이 그의 시에서 '중국에는 적벽이 있고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고 칭송할 정도로 아름다운 강변이다.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생겨난 모래톱이 있는 세종시 청벽 강변에는 돌탑과 불상을 놓고 무속 행위를 하고 있다. ⓒ 김종술

 
2~3년 전부터 청벽이 바라다보이는 건너편 강물과 맞닿던 곳에 누군가 돌들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형태를 갖춘 돌탑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후 무속 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최근 다시 찾았을 때는 불상까지 들어와 있다. 18일 확인한 결과 커다란 돌덩어리에 불상을 놓고 시멘트로 발라놓은 상태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강변은 지난해부터 화물차량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 관정을 뚫을 때 사용하는 차량과 각종 장비까지 쌓아 놓았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정비까지 이루어지면서 폐기물까지 발생하여 버려지고 있다. 또, 인근에서는 농작물 불법 경작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하천구역 내 야영 및 취사로 인한 쓰레기 투기는 하천법 제9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적힌 빛바래 현수막이 찢어진 상태로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세종시 장군면 청벽 강변 자전거도로 변에는 지난해부터 각종 장비를 쌓아 놓고 차량 정비까지 하고 있다. ⓒ 김종술

  
18일 기자의 연락을 받은 세종시 담당자는 "지금 나가서 확인하고 조처를 하겠다. 조사 후에 하천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행위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겠다"며 "원상복구를 하지 않으면 고발까지 하겠다"라고 답했다.

강변 농작물 경작이 시작된 곳은 공주시에도 있다. 공주시 고마나루 솔밭 인근과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서는 2~3년 전부터 파, 마늘, 배추 등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경작은 차츰 규모를 넓히고 있다. 4대강 사업 때 강변 경작자들에게 보상해준 만큼 이 모두가 불법 경작이다.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는 대형 에어컨과 소파가 함께 버려져 있다. ⓒ 김종술

       
공주보 하류 2km 공주시 우성면 강변에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버려졌다. 소파와 에어컨도 함께 버렸다. 공사장 작업 장비나 건설회사 작업 컨테이너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버렸다. 플라스틱 화분부터 천막까지 버렸다. 버려진 안전모에는 건설회사 이름이 그대로 적혀있다.

찢어진 타이어도 버려진 지 오래다. 농민들의 불법 투기도 심각하다. 농사에 사용한 비닐부터 각종 자재까지 내다 버렸다. 농작물도 버리고 버려진 쓰레기를 고정적으로 태우는 장소까지 있다. 일반인들의 불법 투기도 심각하다. 공주에서 부여로 향하는 백제큰길 강변에는 생활 폐기물로 가득하다. 집에서 사용하던 주전자와 아이가 탔던 카시트도 버렸다.

'쓰레기 무단 투기행위 적발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경고문이 강변 곳곳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깨진 유리병, 플라스틱 바구니, 침대 매트리스, 의자, 장화, 방석, 다리미, 농약병, 전기장판, 액자, 선풍기, 스티로폼, 신발, 포댓자루, 캔, 물병, 타이어, 도자기, 페인트, 벽돌, 기름통, 각종 일회용품까지 버려져 있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 버려진 자재에는 태영건설(주) 건설회사 이름까지 적혀 있다. ⓒ 김종술

 
인터넷에 '태영건설(주)'를 검색해 연락해보았다. 담당자는 "같은 이름을 쓰는 다른 회사가 있으며 (버려진) 공주시에 사업장이 없는 만큼 우리 회사가 아닌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태영건설(주)에서도 "자신의 사업장에서 버린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을 방문했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아직은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투기 장소가 하천이라 더 끔찍하다. 하천의 특성상 다 흘러서 강으로 유입되고 바다로 흘러가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할 것이다. 여기까지 가져다 버릴 정성이면 스티커 하나 사서 붙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일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공주보 좌안 주차장으로 향하는 곳에는 지난해부터 타이어가 버려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쓰레기 투기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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