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먹는 소녀들>은 출연자들에게 먹방을 강요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JTBC <잘 먹는 소녀들> 1화 캡처
<잘먹소>의 제작총괄을 맡은 성치경CP는 "잘 못 먹는 사람을 억지로 먹이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먹는 걸 자제해야 했던 멤버들이기에 그들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있다"며 출연자들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잘먹소>가 가진 문제의 본질은 '여자아이돌 먹방'의 상품성과 소비 방식이 기존의 여성혐오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데 있다. 제작진의 변명이 기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여성의 자발성'을 이용해 그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물화,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 푸드 포르노-섹슈얼 포르노의 치환 관계 등을 교묘히 숨기기 때문이다.
<잘먹소>에서 상품이 되는 것은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음식을 먹는 여자아이돌'이다. 이 프로그램은 먹방의 주체가 여성, 그중에서도 '여자아이돌'일 경우 먹방이 갖는 의미는 여성에 대한 문제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잘먹소> 속 여성 이미지 재현은 식욕뿐 아니라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을 자본화한다. 동시에 여성의 외양과 행동양식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자발적으로' 검열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모두가 평등한' 이상적인 세상을 가정한 채로 쉽게 여성의 자발성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매매에 관해, 성매매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의 자발성 유무로 진정한 피해자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지극히 남성중심적 시각으로 여성의 자발성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여성과의 섹스가 상품으로 통용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여성들을 그 안으로 불러들이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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