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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위협' 코로나, 한국 구기종목도 '빨간 불'

리우대회 노메달 설욕노렸던 한국 구기, 코로나 악재로 불확실성 커져

20.03.20 10:21최종업데이트20.03.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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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체 구기종목은 4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한 바 있다. 1972년 뮌헨대회 이후 무려 44년만에 당한 굴욕이었다.

한국은 하계올림픽 구기종목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왔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의 동메달을 시작으로 1984 LA올림픽에서는 여자농구와 핸드볼이 은메달을 따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는 여자핸드볼이 단체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하키와 남자 핸드볼도 은메달을 따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여자핸드볼,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선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가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2000 시드니올림픽에선 남자하키가 은메달을, 야구가 동메달을 따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선 여자핸드볼이 은메달을 수확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야구가 남자 단체 구기종목 중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여자 핸드볼도 동메달을 더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선 축구 대표팀이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반면 리우 대회에서는 남자축구를 비롯하여 여자핸드볼-하키-배구가 한국 구기종목을 대표하여 도전장을 던졌으나 모두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남자축구 대표팀은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0-1로 패했고, 여자 핸드볼·하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여자배구마저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2020 도쿄올림픽은 한국 구기종목에게는 설욕의 무대다. 일단 리우 대회에 비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대 요소'도 높아졌다. 한동안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던 야구가 12년만에 부활하면서 디펜딩챔피언 한국야구가 화려하게 본선무대에 복귀했다. 여자농구 역시 최종예선을 통과하며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만에 귀환한 데다, 최근 신임 감독 후보가 여자농구 레전드인 전주원과 정선민으로 압축되며 한국 단체 구기사상 '첫 올림픽 여성 감독'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자축구는 사상 첫 9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런던대회 동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성적에 도전장을 던졌다. 3회 연속 본선행을 이뤄낸 여자배구는 이번 대회가 간판스타 '배구여제' 김연경의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메달도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 보다 높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일본이 같은 아시아 지역이고 인접국이라 타 대륙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비하여 환경 적응 면에서도 한국에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변수의 등장이다.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사실상 올스톱 위기를 맞이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던 구기 종목 대표팀의 일정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직 올림픽 본선행을 결정짓지 못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중국과의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1,2차전을 6월 4일과 9일로 각각 연기했다. 현재로서는 대표팀이 언제 다시 소집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도 이달 말 예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이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4월에 예정된 모든 A매치의 연기를 권고한 상황이다. 올림픽 조추첨도 무기한 연기되어 본선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게 될지도 정보분석이 깜깜하다. 6월까지는 사실상 남녀 대표팀 일정이 전혀 없는데 프로축구 K리그와 WK리그 모두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표급 선수들의 실전 감각도 우려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표팀은 17일 도쿄올림픽 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111명)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올해 KBO리그 개막이 지연되면서 선수들이 당분간 실전을 치르지 못하게 되어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제동이 걸렸다. 본선에서 만나게 될 상대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타대륙 지역예선도 일정이 모두 연기됐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최종예선 이후 이문규 감독과 결별하여 현재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중이다. 현재 여자농구 레전드인 전주원-정선민 코치가 공모 결과 최종후보로 압축된 상황이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 역시 신임감독 선임과 별개로, 현재 프로 정규리그가 중단된 상황이라 향후 대표팀 운영계획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6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아직 올림픽 본선의 기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도쿄행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현재 V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5월에 예정됐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도쿄올림픽 이후로 연기되면서 올림픽 본선전까지 대표팀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사라졌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과 이탈리아 리그의 부스토 아르시치오 클럽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리그가 코로나 사태로 일정을 중단함에 따라 소속팀과 리그 일정이 결정될 때까지 한국대표팀에 합류하기 어려워졌다.

단체 종목은 팀워크와 조직력이 생명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대회를 앞두고 중요한 경기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선수들이 소속된 리그마저 중단되고 있다. 올림픽 본선을 불과 4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와 대표팀 훈련시간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하지만, 선수층의 깊이나 개개인의 능력이 스포츠 강국들에 비하여 월등하지 못한 한국 구기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수 있었던 것은 결국 특유의 끈끈한 팀플레이 덕분이었다. 이러한 팀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노력밖에 없는데, 지금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23세 이하 출전제한이 걸려있는 남자축구의 경우, 대회를 1년 연기하면 현재 23세인 97년생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자격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에 나간다 할지라도 팬들이 기대하는 성적이나 경기력 면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IOC와 일본 정부는 여전히 올림픽 정상개최 강행을 고집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않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선다고 해도 경기에만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보통 때 같으면 모든 스포츠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올림픽은 4년마다 돌아오는 꿈의 무대지만, 이번 도쿄올림픽만큼은 기약없는 기다림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다키스트 아워'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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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 올림픽구기종목 다키스트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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